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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 키즈'를 봤습니다

... 조회수 : 2,253
작성일 : 2018-12-20 10:10:12
연말 극장가에 국내 영화 3파전의 한 주인공인 '스윙 키즈'를 봤습니다
예고편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서 살짝 당황했으나 '나름' 좋았습니다

저는 몇편의 드라마와 영화로 배우 도경수는 알았지만 아이돌 엑소의 디오는 잘 몰랐습니다
사실 이 총각이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아이돌스럽지가 않아서 잘 믿기지도 않더군요
이 영화에서는 제게 아이돌은 아이돌이군 하는 춤 실력을 각인시키긴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몸동작이 정통 무용을 배운 느낌이더라구요 원래 배웠는지 이 영화때문에 새로 배웠는지 알 수 없으나 방송댄스적 춤사위라기 보가는 정통 현대 발레에서 온 느낌?
전 무용에 문외한이니 믿지 마시길...

영화적으로는 좀 많이 미흡합니다
예상대로 신파적 스토리와 클리셰가 득시글득시글 지뢰같이 곳곳에 있습니다
신파가 문제가 아니라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지점이 매끄럽지않고 덜컥덜컥 엉성합니다
시라리오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은 시나리오가 이리 허접하니 감독이 하고싶은 메시지 전달을 극에 녹여 관객이 알게 하는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죠 으악...

이런 대형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름'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바로 '뻐킹 이데올로기!!!' 때문이었죠
예고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탭댄스라는 미제 자본주의 춤을 추는 빨갱이 포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0대 중반 이후 분들은 기억나실까 모르겠습니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그레고리 하인즈가 주연했던 '백야'
제가 고 2때 개봉해서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봤던 영화였어요
발레와 탭댄스의 최정상으로 꼽는 두 배우가 췄던 커플 댄스는 30년이 훌떡 넘은 지금도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명장면이었죠
그러나 이 영화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정점을 찍은 영화관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제가 학교 단체관람했던 이유이기도 하겠죠?

'스윙 댄스'의 탭댄스는 '백야'의 댄스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백야'의 두 댄서는 서로 다른 장르의 무용수지만 캐스팅 자체가 당대 최고라 불리던 인물들이었던지라 무용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음악과 두 댄서의 동작이 한치도 차이없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정상의 댄스였습니다
반면 '스윙 키즈'의 댄스는 뭔가 박자도 살짝 어긋나고 어딘가 조금, 아니 마이 미흡한 춤입니다
인물의 설정상 당연하지요
그런데 이 뭔가 모자란 이 춤사위가 오히려 원초적인 에너지와 케미스트리를 뿜뿜 뿜어내더라는 거죠
저같은 책상물림들은 몸을 움직여 얻어지는 에너지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그 에너지를 느끼고 나면 그 표현하기 힘든 꿈틀거림과 희열을 잊을 수 없게 되죠
분출하고자 하는 욕구, 풀어버리고 싶은 원초적 에너지
이 영화는 그걸 잘 포착해서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편집, 촬영감독의 미적 감각이 어우러져 완벽한 기교의 최정상급 댄스보다 큰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이 젊음을 가두는 모든 것에 대해 뻐킹 이데올로기!
한국 전쟁 가운데 거제에서도, 2018년의 서울에도 뻐킹 이데올로기!

역사적으로 봐도 소시민의 평화로운 일상에 쓸데없는 이데올로기는 장애가 될 뿐이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보여줍니다. 단지 정치 이념적 문제만이 아님을 감독은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그것까지 제대로 담기엔 역량부족임을 스스로 인정한 작품이지만 연말에 조촐하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30여년의 시간동안 서울에서는 '백야'의 시대에서 '스윙 키즈'의 시대로 넘어왔구나...
그렇죠, 30년이라면 한세대가 지난 건데, 이젠 충분히 그럴 때도 됐습니다
IP : 110.70.xxx.2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
    '18.12.20 10:38 AM (61.109.xxx.171)

    원글님 후기를 읽으니 급 땡기네요.
    저같이 무용이나 영화에 문외한인 사람이면 즐겁게 그 경쾌함을 느낄듯 합니다.
    아주 세련되게 빚은 고운 색깔의 도자기도 좋아하지만 어딘가 균형도 안 맞고 투박한 느낌의 이름모를 도기장이가 구웠을 자기에 은근 손이가는 저거든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 디오
    '18.12.20 10:42 AM (39.125.xxx.194) - 삭제된댓글

    엑소에서도 도경수 춤 괜찮아요. 팔이 길어서 키가 작아도 나름 우아한 느낌 잘 표현하고요.
    정작 저는 춤으로는 시우민 춤이 좋지만 디오도 좋아요.
    나비소녀라는 곡 공연할 때 디오 춤이 제일 좋았어요.

  • 3. 너무
    '18.12.20 10:46 AM (211.178.xxx.177)

    내용이 남북 화해무드에 편승할려는 영화 같아서 거부감 들더라고요.

  • 4. 쟈스트댄스
    '18.12.20 10:47 AM (101.235.xxx.138)

    전 도경수는 이제 연기판에서 자리 굳혔구나 싶었고 박혜수 너무 신선하고 이뻤어요

    이정도면 연말영화로 제격이라 생각해요 ^^ (저 한국영화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인데도요 ^^)

  • 5. 왠지 영화프로
    '18.12.20 11:00 AM (124.49.xxx.61)

    에서 보여준게 다일것같은느낌

    그래도 디오보고싶어 보려고요
    중공군이랑 오정세도요. 음악과 볼거리는있어요 이감독이...

    써니도 사실 좀 그랬고요.

    과속스캔들이 어떻게 흥행했는진 몰겟어요.ㅠ

  • 6. 화해무드이전
    '18.12.20 12:19 PM (39.7.xxx.14)

    화해무드 조성되기 훨씬 전에 멀티콘텐츠로 기획된 작품이에요. 2015년에 [뮤지컬 로기수]로 처음 무대에 올랐지요.

  • 7. ..
    '18.12.20 12:47 PM (1.225.xxx.79) - 삭제된댓글

    지금 조조로 보고왔어요
    도경수 연기 보려고 봤는데,
    다 끝난후 도경수는 기억안나고
    로기수랑 다른 연기자들, 영화만 기억나네요
    초반 한시간은 어수선해서 시계를 봤고
    그 이후부터는 매장면 집중되었어요
    결말이 먹먹하여 영화 엔딩자막 다 끝나고야 자리를 떴네요
    현실적결말도 마음에 들고, 예술과 이데올로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눈물은 안 나왔지만 그저 먹먹합니다

  • 8. ..
    '18.12.20 12:49 PM (1.225.xxx.79) - 삭제된댓글

    그런데, 영화프로모션을 일찍부터 과하게 하여
    오히려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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