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리뷰)또,오해영...따뜻하고 쓸쓸하다

쑥과마눌 조회수 : 3,385
작성일 : 2016-05-11 23:35:13
리뷰할만한 드라마가 생겼다는 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태양의 후예는..귀엽기는 했었는데,
그 알콩달콩의 풋풋함을 즐기기에는
미안하지만, 이 아줌마가 너무나 썩었었다.

올드미스 일때 그리도 내 가슴을 저몄던
과부할매삼총사와 예지원의 올드미쓰다이어리가
십여년이 지나고, 또, 오해영으로 돌아와서
김치명장의 묵은 지처럼 고린내를 풍기면서
내 온 입안을 침으로 그득 고이게 한다.

그렇게 자랑스럽지는 않는 딸이였어도,
이렇게 부끄럽지도 않았던 딸이
결혼식 전날 예랑한테 까인 사건으로 시작된 드라마

서현진은 상처가 깊고..
그 상처를 온갖 지랄로 푸는 자세가
그 염병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태도가..
같은 상처를 알아봐 주는 에릭의 후각이
그리고, 모르는 척 쓰다듬어 주는 마음씀씀이가..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봐 주어서
온전히 평안할 수 있었던 내 정신세계를 
쫑 내고나고야 만다.

모..명대사야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음 진짜 평범한데
입을 열고, 말을 하고, 표정을 보이면
느무느무 이뻐지는 마력의 서현진도 언급하면 입 아프고..

예지원이 아니면, 누가하랴...
그 패션이며, 제스쳐며,
비극을 희극속에서도 보여 주는 능력자이며
황석정 포함 푼수과 마녀계의 진정한 수장임을 보여주는
우리의 그리웠던 올드미쓰다이어리 예지원

인텔리 해 보이는데도,
스타일리쉬 해 보이는데도,
왠지 찌질한.. 
김지석의 콜라보도 맘에 들고..
(김지석한테는 보그병신체가 어울림)

4회까지의 에피중에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건 
에릭과 에릭엄마의 이야기였다.

돈 버는 놈 에릭한테
빨대 꽂은 돈 쓰는 놈 엄마가 있다.
돈이 필요하면만, 전화를 해대고, 찾아 오고,
와서는 돈을 만들어 달라고 졸라 댄다.

엄마가..이런데..엄마가..그런데..엄마가..그래서..
듣다가 에릭이 말한다.
내가..이렇고..내가..그렇고..내가..그래서..
라고 말하라고,
왜 엄마가..엄마가..라고 말해서
엄마라는 감정을 팔고, 죄책감을 자극하냐고..
화를 낸다.
그리 화를 내면서도 결국 또 돈을 주고 만다.
어떻게..그 감정을 파는 게 엄마한테는 아무 일도 아니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갚겠다는 입발린 말도 익숙한 엄마는
이제는 에릭의 그 말마저에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그나마 땡깡을 여적지 통하는 싱글남 아들이 아니면,
세상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을
늙어 가며, 약발 다해버린
지성과 미모와 매력의 껍데기만 남아서 분할 뿐이다.

에릭이라고 모르겠는가..
엄마라고 모르겠는가..
우리 아이가 달라지듯..
우리 부모가 달라지든가..

익숙한 톱니바퀴처럼 그 관계는 돌고 또 돈다.
돈 쓰는 놈 따로고..
돈 버는 놈 따로라도..
그래도, 그런 관계라도 있는 게 부럽다는 누군가의 독백 또한 있는 것 처럼

어려서는 몰라 당하고,
커서는 알면서 당하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익숙해져서 당하겠지.
그리 살다보면
서로 비슷한 상처를 알아보고
그 옆에 슬며시 서 주는 사람이 생기겠지.

또, 오해영은
그래도 따뜻하고,
그래서, 더욱 쓸쓸하다.



IP : 72.219.xxx.6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16.5.11 11:47 PM (211.238.xxx.42) - 삭제된댓글

    일단 오타체크~
    서지석 아니고요 김지석이예용^^*

  • 2. 쑥과마눌
    '16.5.11 11:49 PM (72.219.xxx.68) - 삭제된댓글

    고쳤어요~
    감사^^

  • 3. 제이니
    '16.5.12 12:00 AM (175.121.xxx.70)

    쑥과마눌님이시군요.
    이 시점에서 님 리뷰 올라올 줄 알았다는..
    전 40후반인데 이 드라마 참 좋네요.
    예전 올드미스다이어리도 좋아했는데...

  • 4. 쑥과마눌
    '16.5.12 12:04 AM (72.219.xxx.68)

    답글 달아 주셔서, 감사해요.
    제 생각(?) 떠올린 것도 감사 ㅋㅋ

    몇회 더 보고, 리뷰 쓰고 싶었는데
    어제 저녁에 4편을 몰아 보고, 그냥 썼네요.

    작가 내공이 올미다 이후로 더욱 깊어 진것 같아서,
    한회 한회 리뷰할것이 많을 듯해요.

  • 5. ..
    '16.5.12 1:42 AM (14.52.xxx.43)

    즐거운 드라마~~기다리는 드라마예요. 유괘하면서도 환타지인데 왜 현실감이 살아 있는지 작가 멋있네요

  • 6. 별헤는밤
    '16.5.12 1:48 AM (125.132.xxx.44)

    아 드라마만큼 따스한 리뷰 감사해요

  • 7. aa
    '16.5.12 2:44 AM (125.129.xxx.148)

    잘 읽었습니다.
    올미다 작가였군요.. 저도 드라마 보고, 너무 가슴에 와 닿아 깜짝 놀랬는데요..
    뭐가 이렇게 여운이 남는 것인지하고 ...
    전체적으로 슬픈 내용인데, 참 밝게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에릭 엄마 캐랙터 인상적으로 너무 잘 만든 것 같고...
    예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또 리뷰를 기대합니다....

  • 8. ..
    '16.5.12 5:30 AM (222.99.xxx.103)

    젤 불쌍한 피해자는
    한태진인데
    아무도 언급조차 안 해주다니 ㅜ

  • 9. ㅎㅎㅎ
    '16.5.12 5:46 AM (121.130.xxx.134)

    닉넴도 안 보고 슥슥 읽는데 냄새가 나더라구요.
    어, 어, 어!
    나 이분 아는데.

    역시나 쑥과마눌님이셨네요.
    전 드라마는 안 봤지만 리뷰가 참 좋아서 한 번 보고싶네요.

  • 10. ...
    '16.5.12 6:08 AM (211.36.xxx.216)

    오~쑥과마눌님
    글 좋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63771 요새로 치면 예전 몸짱아줌마는 아무것도 아니죠.. 13 dd 2016/06/02 6,154
563770 시판 오렌지주스 비교해봤는데.. 9 심심 2016/06/02 2,517
563769 바깥음식사먹다 늙어서 밥해먹으려니 어렵네요 3 사랑스러움 2016/06/02 2,910
563768 우리 강아지 너무 귀여워요 !! 26 아오 2016/06/02 4,822
563767 콩자반.멸치볶음.우엉조림.진미채..반찬으로 생각안하는 4 노동력대비 2016/06/02 2,319
563766 인터넷에서 파는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2인권이요. 2 수필 2016/06/02 998
563765 문틀교체 해보셨던 분, 궁금합니다 2 문틀교체 2016/06/02 1,869
563764 여러분이라면 요 1 여러분이라면.. 2016/06/02 630
563763 김치에 유산균이 어떻게 있나요 10 김치유산균 2016/06/02 3,113
563762 지금 박찬욱 감독 나왓네요. 6 jtbc뉴스.. 2016/06/02 2,416
563761 세월호779일) 미수습자님들이 꼭 가족분들과 만나게되시기를. ... 6 bluebe.. 2016/06/02 569
563760 홍씨성을 가진 영화감독 이름 좀 알려주세요 4 머리왜이러니.. 2016/06/02 2,780
563759 82쿡은 조회수에 비해 리플이 참 적은 것 같아요. 6 ㅇㅇ 2016/06/02 1,535
563758 외교부 한방먹인 트위터리언..ㅎㅎㅎ 7 ㅎㅎㅎ 2016/06/02 5,248
563757 외국여행 한두달 할 경우 강아지 데리고 가도 될까요?? 9 .. 2016/06/02 1,940
563756 냥이 무덤옆에서 밤을새면 영혼이라도 만날수 있을까요? 11 ... 2016/06/02 2,694
563755 연애의발견 볼까 망설이는 중인데 혹시 추천해줄 다른 드라마? 10 에릭 2016/06/02 2,225
563754 원글과 댓글 수정하고 모르쇠하는 건 왜 그럴까요? ... 2016/06/02 574
563753 소고기 소스 추천 2 자뎅까페모카.. 2016/06/02 1,940
563752 노회찬, 공간 쫓겨날 국회 청소노동자들에 “정의당 사무실 같이 .. 7 뿌듯 2016/06/02 1,630
563751 동요대회 나가보라고 권유받앗는데 , 타겟인가요? 6 2016/06/02 1,480
563750 마트갔다가 문열어주기?로 좋게 실랑이했어요 5 마트 2016/06/02 2,198
563749 엑셀 배운지 2주째입니다 4 엑셀 2016/06/02 2,211
563748 안하무인 아주머니 공주병 아가씨들 진짜 별로.... 27 ㅇㅇㅇ 2016/06/02 8,922
563747 저같은 사람 아가씨 볼 수 있을까요? 10 영화 2016/06/02 3,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