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다 벌 받는다'란 말을 경끼하듯 싫어한 엄마

........ 조회수 : 1,025
작성일 : 2016-04-04 14:09:45
그러나 제가 불혹의 나이가 넘어보니 우리 엄마는 벌 받은 게 맞는 것 같아요.

엄마 역할을 해 주었던 자기 언니에게...
아빠 역할을 한 오빠의 부인에게...
남편의 어린 여동생에게...
늙어 힘없는 시아버지에게... 시숙들에게... 그리고 형님들에게...
딸인 저에게... 인사드리러 왔던 몇 명의 사윗감들에게...
강아지에게... 그 외 자기가 데려왔던 애완동물들에게...

제게 제일 무섭게 남아 있는 엄마의 행동은 며느리에게였어요.
오빠부부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다른 것보단 손주들을 몽땅 빼앗고 싶어했어요.

오빠는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이혼과정을 엄마에게 전임했는데
우리 집이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었는데도 변호사 비용을 엄청 썼어요.
변호사에게 며느리의 경제능력과 알콜중독을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들만은 빼앗아야만 한다고 전화로 힘주어 말하는 걸 몇번이나 듣고서
저는 엄마에게 '그 애들 데려와서 무엇하느냐'고 말했었어요.

저는 당시 대학원 학생이었고 아빠는 애들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요.
엄마 또한 화려하게 꾸미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니 무슨 애들을 보겠느냐,
그러니 그냥 불쌍하니까 양육권은 넘겨줘라...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엄마가 웃으면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아요.
미쳤니? 내가 키우게... 일단 빼앗아는 온 후 고아원에 보내야지.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저는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해지더라구요.
결국 양육권은 애들엄마에게로 갔는데, 위자료도 재산분할도 별로 안 해주게 됐다며 승소했다고 좋아하셨죠.

지금 엄마는 자신이 그렇게도 경멸했던 '아들만 보고 매달리는 이모'처럼
'땡전 한 푼 없이 며느리들에게 의지하던 할아버지'처럼
'이혼당하고 위자료 못 받고서 쫓겨나간 새언니'처럼
'예쁘다고 데려왔다가 똥싸고 오줌싸니 못 키우겠다고 내다버린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살고 있어요.
친구고 아들이고 새며느리고 남편이고 다 떠난 외로운 노인네 삐쩍 마르는 게 불쌍해서 제가 받아주려 했으나
저 마저 아주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 정도로 아직도 못된 행동과 말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엄마처럼 안 살 수 있을까를 매일 곱씹으며 40대 중반을 살아갑니다.
IP : 94.242.xxx.7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
    '16.4.4 2:12 PM (121.150.xxx.86)

    사람보다 무섭고 잔인하게 없어요.
    안보고 안듣고 사니 좋아요.

  • 2. ..
    '16.4.4 4:02 PM (114.204.xxx.212)

    와 듣던중 참 놀라운 얘기네요

  • 3. ...
    '16.4.6 7:42 PM (49.166.xxx.118)

    휴휴휴...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46127 만추 포크씬 보면서 2 ㅇㅇ 2016/04/08 1,962
546126 rhythmic quality가 무슨 뜻일까요? ㅇㅇ 2016/04/08 350
546125 벨보텀 청바지 밑단 잘라서 요즘바지 만드는거요.. 2 블루 2016/04/08 1,642
546124 문재인이랑 김홍걸이.지금 518묘소 참배중이네요.ㅠ 3 ㄱㄴ 2016/04/08 877
546123 닭 우유에 재울때요.. 1 닭구이 2016/04/08 1,045
546122 결근계 내고 빠졌는데 주휴수당 줘야되겠죠? 6 호롤롤로 2016/04/08 1,231
546121 김무성은 ‘말실수’ ‘승부수’ vs 주진형은 ‘노인폄하’…불공정.. ㅇㅇ 2016/04/08 402
546120 시골밥상같은 레시피를 올려주시는 블로그 소개시켜주세요~ 9 찾아요 2016/04/08 2,890
546119 체중 도대체 언제부터 주는건가요?? ㅠ 35 살과의 전쟁.. 2016/04/08 8,201
546118 문재인, 김홍걸님 22 .. 2016/04/08 1,345
546117 미운 6살인가요?! 2 .. 2016/04/08 1,080
546116 프리하게 사는 사람 멋져 보이지 않나요? 6 2016/04/08 1,424
546115 혹시 배드민턴 하시는 분 계신가요? 5 운동추천 2016/04/08 1,136
546114 샴푸좀 찿아주세요?? 2 샴푸 2016/04/08 770
546113 문재인 전 대표 광주 방문 일정 및 생중계 유투브 저녁숲 2016/04/08 1,351
546112 아이가 아프면(감기:콧물, 기침..) 바로 약 먹이시나요? 3 ... 2016/04/08 1,165
546111 수저 문제 저도 겪어봤고 아주 지긋지긋해요 2 어웅 2016/04/08 1,462
546110 임플란트후 통증 4 ㅠㅠ 2016/04/08 2,002
546109 국민의당 서울 지지율 17% 20 독자의길 2016/04/08 1,751
546108 고추장 항아리 보관하는법 3 yjy 2016/04/08 2,992
546107 ‘박비어천가’ 열전···‘무한한 영광’에서 ‘주멕시코 대사보다 .. 2 세우실 2016/04/08 414
546106 고향발전 위해 의정활동_(지역구 분당갑) 권혁세 후보.. 2016/04/08 254
546105 부산, 갑상선 전문병원 소개 부탁합니다 1 ,, 2016/04/08 2,375
546104 도와주세요. '승부를 걸다' 어떻게 설명할까요? 6 ... 2016/04/08 590
546103 "역사교과서에서 제 얼굴을 지운 권력을 꼭 지워주세요&.. 누굴까요? 2016/04/08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