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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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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위로 받고 싶어요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조회수 : 1,566
작성일 : 2015-10-06 23:28:29

울적한 김에 맥주 한 캔 들고 하소연 해봅니다.

시부모님은 부자는 아니지만 퇴직금을 받아 노후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둘이 벌어서 하루 빨리 집을 장만하라고 7년 동안 용돈 한 푼 안 받으시며 저희 애를 키워주셨어요. 저로서는 참 고맙죠.

반면에 친정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만 열심히 지으신 성실한 분이세요. 남들 다 땅 팔고 집 팔고 할 때에도 투자 그런 쪽은 생각도 안 하셨어요. 빚내서 저와 오빠 대학공부 시키셨고 오빠가 취직한 뒤 그 빚을 다 갚았어요. 저도 취직한 후부터 달마다 부모님께 용돈 드리구요.

시부모님께서 7년간 키워주신 애가 지금 초등 6학년이에요. 애가 초등 입학한 후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택 근무를 하고 있어요. 보수는 직장 다닐 때의 절반 정도에요. 남편은 평범한 샐러리맨, 월급을 갖다 주고 육아나 살림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사실 남편의 월급만으로도 먹고 살 수는 있어요. 그러나 친정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려면 부족하죠. 제 월급의 과반수는 친정에 드려요.

그런데 지금 친정 엄마가 몸이 많이 안 좋아요. 친정아버지가 보살핀다고 해도 시골에서 아마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러시는 것 같았어요. 오빠랑 의논하고 친정부모님을 저의 집과 가까운 곳에 월세 맡고 모셔오기로 했어요. 월세랑 기본적인 거는 오빠가 부담하기로 했구요. 저는 옆에서 자주 들여다보고 하는 걸로 했어요. 오빠는 현재 외국에 있어서 가끔 부모님 생활비 보내는 정도로 효도하고 있어요.

친정부모를 모셔오면 아무래도 돈도 더 들 것 같아서 9월부터 악착같이 일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요. 하필 남편이 9월 초에 장기 출장을 가서 부모님 셋집 알아보고 하는 일이 다 제 차지가 되었죠. 일을 하랴, 애를 케어하랴, 셋집 알아보고 이사준비 하랴 혼자서 다 하려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오늘 저녁에 남편과 카톡을 하던 중 저녁은 시간도 없고 피곤해서 애랑 라면으로 대충 때웠다는 얘기를 했죠. 그 얘기를 듣고 난리가 났어요. 한창 자라는 애를 라면을 먹였다고요. 그 말에 저도 울컥해서 남편에게 한소리 했어요. 아픈 몸으로 모든 걸 혼자서 다 하느라 입술까지 부르튼 마누라는 눈에 안 보이냐고. 애는 학교에서 급식 먹고 간식이라도 먹지 나는 그 라면이 오늘 첫 끼니라고. (참고로 애는 158에 55킬로, 저는 162에 45킬로에요. 평소에 요리 잘한다고 소문날 정도로 잘 먹여요.)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울부짖고 전화를 끊었어요.

눈물이 나네요. 솔직히 남편 잘못도 아니겠죠? 남편에게는 도움 하나 없이 부담만 주는 처가보다 피 섞인 딸애의 저녁 한 끼가 더 중요한 것이 당연하겠죠?

그냥 너무 힘들어요. 금수저까지는 원하지 않아도 내가 노력한 만큼 나도 좀 즐기며 살고 싶었는데. 여행 한 번도 못 가보고, 솔직히 지금 이 자리에서 그냥 죽어 없어져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왜냐면 살면서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야 삶에 미련이라도 남을 텐데 철이 들어서부터 지금까지 그냥 돈 돈 하며 살아왔거든요. 친정아버지는 항상 아무개는 돈 많은 남편 만나서 친정에 용돈도 팍팍 준다더라 이런 소리나 하시고. 시골에서 힘들게 일하시며 키워주시고 공부 시켜 주신 거 고맙게 생각해요. 그러나 외모도 별로이고 어릴 때부터 돈 걱정에 주눅이 들어 성격도 의기소침하게 변한 그런 딸이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해서 나름 열심히 살면 기뻐하셔야 되는거 아닌가요?

사주 보시는 분이 제 명이 짧다고 했어요. 하는 일이 컴퓨터 쪽이라 지금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요. 그냥 다 손 놓아버리고 싶어요. 내가 죽어도 친정아버지는 그 성격으로 어떻게든 사실가에요. 그냥 엄마가 불쌍해요. 치매시거든요. 치매신데도 다른 사람을 힘들게 안 하시는 착한 분이에요.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이 딸은 알아보시고 누워계시는 이불 한 자락을 들면서 덮으라고 하시는 분이에요.

제가 남편에게 그랬어요. 돈 달라는 얘기도 아니고, 그냥 힘들 때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고요. 이 세상에 내 편이라고는 치매 앓는 엄마밖에 없는데 당신이라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면 안되겠냐구요.

사실 큰 기대도 없어요. 십년 넘게 함께 살아온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제가 잘 알죠.

아무래도 제가 더 강해져야겠죠? 힘이 되는 조언들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더 힘드신 분들도 많겠지만 오늘은 제가 좀 위로 받고 싶네요.

IP : 119.50.xxx.24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착하신 분
    '15.10.6 11:33 PM (114.204.xxx.75)

    토닥토닥 힘 내세요.
    남편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온 말일 거예요.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마시고
    건강 챙겨가면서 일 하세요.
    오빠분이 형편이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금전적인 면은 오빠에게 좀더 의지해도 될 거 같아요.
    옆에서 돌봐드리는 사람이 금전적인 부담까지 지면 너무 힘들잖아요.
    사실 돈이 편하지 직접 돌보는 일은 엄청 힘든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어머님 아버님은 연로하실 일만 남았고..너무 처음부터 힘 빼지 마시기를...

  • 2. 힘드시죠
    '15.10.6 11:35 PM (180.65.xxx.64)

    맥주마시고 푹 주무세요
    오늘은 아무생각 마세요

  • 3. 아.ㅜㅜ
    '15.10.6 11:47 PM (112.150.xxx.194)

    어떤 마음인지 알거같아요.
    처지도 비슷했구요.
    저는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만 계셨는데.
    아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원글님 마음의 부담. 남편에 대한 서운함.
    다 알거같아요.
    엄마 돌아가시니까, 세상이 이렇게 휑할수가 없네요.
    저는, 제마음 헤아려주지도 못하고 위로 못해주는 남편.
    포기했어요.
    자기는 그렇게 안살아봤고. 내부모도 아니고.
    제 심정을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엄마 아플때 남편한테 들었던 섭섭한 말들.
    평생 안잊혀질거 같은데.
    그래도 생각안하고 살려고해요.
    애들이 있고, 안살것도 아니면.
    그냥 그런쪽으로는 마음을 접는게 내가 상처를 덜 받는 길이더라구요.
    토닥토닥.
    그래도 원글님은 부모님 가까운데로 오시니까
    저처럼 한은 안남겠네요.
    저는 너무ㅈ멀리 살아서 아무것도 못혀드렸어요.
    힘내세요.

  • 4. 힘내세요
    '15.10.7 12:15 AM (61.106.xxx.16)

    그냥 저도 위로 드리고 싶어 글 남기네요.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정말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마세요.
    자꾸 생각하면 더 답답하고 더 풀리지 않고..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그런 날이 있잖아요.
    가까이 살면 옆에서 토닥토닥이라도 해 드리고 싶은 기분이에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님을 바라보는 착한 엄마 생각해서라도 더 힘내고 강해지세요.
    자꾸 나쁜 말 아픈 생각 하지 마시고요. 꼭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 5. 남편분의 말 해석
    '15.10.7 12:49 AM (121.163.xxx.7)

    가정일에 대해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가족걱정을 잠재의식으로라도 많이 생각하시는 분이네요..

    왜 라면을 먹였느냐는 말은 아이들과 잘 있기를 바란다는 강한 바램으로 보입니다.

    무신경한 사람이라면 그런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 6. 괜찮아요
    '15.10.7 12:08 PM (126.11.xxx.132)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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