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학대의 기억이 떠올라서 가슴이 타네요

팡소 조회수 : 2,043
작성일 : 2015-08-09 01:06:26
오늘 82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글을 읽고, 
또 그알에서 잔인한 폭력의 상황을 보니 
마음 속 분노의 불씨가 또 타오르네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당한 학대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라 괴로워요.
제 엄마는 한 마디로 미친 년이라는 말도 아까운 인간이었어요. 
열 살쯤 된 어린 자식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돌려 머리카락을 왕창 뽑아놓고서 
조금 있다가 "**아, 너 왜 니 머리카락을 혼자 뽑았어? 너 왜 그래~" 
짐짓 겁먹은 표정까지 지어가며 연기를 해대는 인간이었습니다. 
아빠와 식구들이 돌아오면 저 미친 년이 지 머리카락을 혼자 뽑았다고 말했죠.
제가 당신이 한 것이지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항의했을 때의 그 표정,
더 이상 속일 수 없겠네, 라는 낭패감, 인간 이하인 니가 감히 그런 말을 해서 내게 창피를 줘? 라는 괘씸함이 교차하던 그 눈,
그리고 어느 때보다 혹독했던 그 뒤의 매질을 잊을 수가 없네요.
차라리 고아로 태어났길, 그리고 차라리 친엄마가 아니길 얼마나 바랬는지 모릅니다.

그 엄마는 제가 스무살이 넘어서까지도 철 들면 엄마 맘을 알 거라며 못된 딸 때문에 가슴 아픈 엄마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습니다. 
TV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면 제 앞에서 또 진심을 실어서 연기를 하곤 했죠. 
"어휴, 어떻게 애를 저렇게 때리냐, 세상에 징그러워라"

저는 수년에 걸쳐 개지랄을 떤 끝에 몇 년 전에 형식적일망정 엄마의 사과를 받았습니다. 
(진심이라는 게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 역시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세뇌, 동조했던 식구들도 이젠 저를 좀 어려워하죠. 
 
그러기까지 저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었었네요.
자존감이 굉장히 낮고 늘 우울증과 자기파괴충동에 시달렸었어요. 
최근에야 미치지 않고 자란 게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조금 인정하기 시작한 기분입니다.
부모로 인한 상처로 괴로우실 모든 분들, 
저 역시 아픈 가슴이지만 우리 잘 견뎌냈다고, 대견하다고 토닥토닥해드리고 싶어요.

IP : 121.161.xxx.2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8.9 1:12 AM (222.100.xxx.166)

    저도 가족들때문에 심리치료 여럿 찾아다니며 받았어요.
    끝까지 받은건 없네요. 너무 비싸기도 하고 상황도 여의치 않아서..
    저도 썰 풀고 싶은 맘도 너무 큰데..
    또 다른 맘으로는 아직 너무 마음이 상처가 크고 아파서
    그 이야기를 꺼내고 생각하는 자체가 또 너무 큰 고통인거예요.
    너무 정신적으로 피로한 생각부터 들어서 말도 생각도 하기가 싫어요.
    예전에는 말을 하고, 묻고 싶고 뱉어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기억하기도 싫고
    꺼내기도 싫은 기억.. 그냥 그렇네요. 그냥 그 사람들이 죽으면 정말 자유스러운
    마음이 들거 같고 그래요.
    아직도 그 사람들이 날 괴롭힐 꺼리 찾고 있다는거 알거든요.
    그냥 생각하기도 싫고, 빨리 인연이 끝나기만 기다리네요.
    솔직히 내가 죽어도 제발 그 사람들한테는 알리지도 말았으면 좋겠어요.
    죽어서도 그 꼴들은 안보고 가고 싶거든요.

  • 2. 냉정과열정사이
    '15.8.9 3:21 AM (118.42.xxx.87)

    저는 이해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기로.. 그냥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죠. 덕분에 깨달은 것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앞으로 가족이든 어느 누군가에게든 상처받는다면 그건 상대 탓이 아니라 제 탓입니다. 그 깨달은 바를 간과한 내 어리석음 때문인거죠.

  • 3. ...
    '15.8.9 10:30 AM (223.62.xxx.86)

    잘견뎌내셨내요..
    글로 쓰기까지 얼마나 어려우셨을지 상상도 안가네요..
    지금까지 죽지않고 살아계신것만 해도 대견해요..

    다른건 다 차치하고 자신이 젤 중요하고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파괴하고 그런것만 주의하고
    (이건 오랜 상담이나 병원도움을 받는것도 좋을듯)
    앞으로 편안히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7874 한 펀드 10년 보유.. 너무 길게 가지고있나요? 6 재태크 2015/08/31 2,865
477873 마트김치 어디께 맛있나요? 4 .... 2015/08/31 1,830
477872 부실대학정리 얼른해야죠 6 .. 2015/08/31 1,509
477871 주민세 내셨나요? 오늘이 마감일입니다! 22 납부일 2015/08/31 3,039
477870 보이스피싱 현명한 대처..ㅋㅋ 5 아침뉴스 2015/08/31 2,455
477869 핸드폰 사면 티비나 냉장고 4 홈쇼핑 2015/08/31 1,192
477868 치과치료가 잘못된걸까요? 9 세라믹떼우기.. 2015/08/31 1,596
477867 어제 백화점에서 빵을 훔치는 할머니를 봤어요. 111 ... 2015/08/31 25,653
477866 발마사지기 추천 부탁드려요 2015/08/31 783
477865 좀전에 뉴스룸 여론조사(?)보신분. 1 뉴스룸 2015/08/31 1,426
477864 지하철 사고나신 분-명복을 빌어요 7 푸른 2015/08/31 1,254
477863 잇몸수술은 보철 다 떼내고 하나요? 3 mm 2015/08/31 1,418
477862 이거 알아두세요 8 ..... 2015/08/31 5,186
477861 학습지 3 ㅇㅇ 2015/08/31 1,101
477860 독학하고 있는 고2학생 국어 교육과정은 참나 2015/08/31 437
477859 80년대 TV에서 본 외국영화이름 찾아요!!! 10 82 CSI.. 2015/08/31 1,244
477858 실제 생활은 미국보다 한국이 더 잘살지 않나요? 17 비교 2015/08/31 6,301
477857 7세 영어학원 처음 다니는데.. 2 진상? 2015/08/31 2,867
477856 아는 지인....아는 지인....아는 지인.. 64 지인 2015/08/31 22,674
477855 다이소, 아크릴 수세미 2 .. 2015/08/31 2,508
477854 인도의 딸.... 첨부터 끝까지 다 보니 1 ebs EI.. 2015/08/31 1,361
477853 젊은 여선생님들..치마가 너무 짧다고 생각되지않으세요? 14 학교 가보면.. 2015/08/31 6,947
477852 별거중인데... 자주 전화하라고 하시는 시어머니 4 ... 2015/08/31 3,820
477851 칫솔 보관 어떻게 하세요? ㅇㅇ 2015/08/31 535
477850 그 남자한테 한 번 더 연락해 볼 필요가 없는 이유.. 1 연애 2015/08/31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