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1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27
작성일 : 2014-12-01 08:02:20

_:*:_:*:_:*:_:*:_:*:_:*:_:*:_:*:_:*:_:*:_:*:_:*:_:*:_:*:_:*:_:*:_:*:_:*:_:*:_:*:_:*:_:*:_:*:_

1.
주연이 없었다 우리집에는
하릴없이 바쁜 아버지 운명 가끔 빨래처럼 펄럭였다
빈 수숫대 몸 비비며 자진모리로 쓰러지는 바람에
삼류극장 영화처럼 썰렁한 안방에 모여 쿨럭쿨럭
희망의 아랫목에 발목을 묻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추억의 푸른곰팡이로 주린 배를 채우고
새벽 휘파람 소리에 골목길 빠져나가던
돌아오지 않은 어머니 오래도록 기다렸다

2.
만화경 같은 세상 문득 멀미를 하고
어지러워, 회전목마는 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없는 것이 많아서 더욱 부끄러운 스무 살
남루를 걸치고 외출한 내 청춘은 귀가하지 않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을 한 계절의 끝에서
식구들은 저마다 단역배우가 되어 서성거렸고
음정 박자 놓친 늙은 개구리 울음 같은
추억이 우울한 목청으로 우우우 노래 불렀다
아아, 잊고 사는 아름다움이 물결보다 고울까
오래 배고팠던 하루의 피곤함이
덜컹거리는 세월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아슬아슬 지나갔다
바람이 결석한 날은 추위가 때로 악수를 청하고
동상 걸린 손으로 어린 동생이 코스모스 같은 이웃들이
가슴에 지느러미를 달고 항해를 계속하였다

3.
제 몸짓에 어지러운 한 시절
소화불량에 걸린 꿈을 하역하며
빗물에도 얼룩져 흐르던 슬픈 나이를 다독였다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별을 우러르고
추락하지 않기 위해 끼룩끼룩 끝없이 날갯짓하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물새떼 그림자
썰물 사이로 찢길 대로 찢긴 폐선이 보이고
희망의 소금밭을 찾아 집을 떠나 온
돛도 닻도 없는 작은 배들이 불안하였다 -아버지, 나는 당신의 포구에 정박하고 싶습니다


                 - 김민희, ≪가족사진≫ -

* 전북일보 1998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1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1/27/man_1128.jpg

2014년 12월 1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1/27/jang_1128.jpg

2014년 12월 1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66850.html

 

 

십상시라는 말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걸 모르겠어서?

 

 

 
―――――――――――――――――――――――――――――――――――――――――――――――――――――――――――――――――――――――――――――――――――――

”신기한 말을 하는 것이 귀함이 아니라 실행함이 귀하다.”

              - 이태백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673 공부 못하는 울 아들, 대학 갈 수 있을까요? 9 ... 2014/12/11 2,435
    445672 강아지 자랑 (1) 19 피카소피카소.. 2014/12/11 2,583
    445671 "니 칼빵할 수 있나" 여중생 말싸움이 칼부림.. 2 여자들이 칼.. 2014/12/11 1,205
    445670 [단독] 故신해철 수술 S병원 건물 11월 매각 3 벌써 2014/12/11 2,590
    445669 마카다미아 주문하러 X마켓갔더니 6 ㅋㅋ 2014/12/11 2,584
    445668 '경비원 분신' 아파트서 입주민이 경비원 폭행 1 인간 아닌 .. 2014/12/11 974
    445667 상위 10%가 소득 절반 차지..드러난 소득양극화의 민낯 민낯 2014/12/11 770
    445666 사이좋은 자매들은 큰언니 역할이 중요한가요...?! 10 왜?! 2014/12/11 2,543
    445665 당뇨와 당의 차이점 3 궁금 2014/12/11 1,085
    445664 "정윤회, 국정원장-비서실장보다 대단한 '황제급 출두'.. 4 샬랄라 2014/12/11 1,282
    445663 내목숨은 내가 정해!!! 2 내목숨은 내.. 2014/12/11 921
    445662 지금 케이블에서 에네스 나온 영화 하네요 1 ㅇㅇ 2014/12/11 683
    445661 정윤회 "청와궁 실세 진도개"라고,검찰 증명하.. 1 닥시러 2014/12/11 1,007
    445660 GMO 논란 9 김윤경의 생.. 2014/12/11 1,302
    445659 [급질] 11월25일까지 유효한 토익 점수 출력할 방법이 없나요.. 1 질문 2014/12/11 870
    445658 안양 롯데백화점에서 맛있는 음식점 알려주세요 ^^* 2014/12/11 575
    445657 여성외음부 신경통증 5 .. 2014/12/11 2,867
    445656 상비약 좀 추천해주세요 3 ..... 2014/12/11 613
    445655 폴더폰으로 카톡을 할수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마트폰을.. 15 50대맘 2014/12/11 4,643
    445654 사랑니 발치 후 볼 쑥 들어간 사람있나요? ㅠ 4 엉엉 2014/12/11 5,598
    445653 한숨만 나오네요. 1 Pppp 2014/12/11 600
    445652 어깨mri촬영 대형병원90 중소형병원은 반값 작은데서 해도 될까.. 6 땅지맘 2014/12/11 1,127
    445651 기숙사 학교면 학원은 주말에만 다니나요? 2 궁금 2014/12/11 1,304
    445650 너무너무 싫은 시가 사람들. 15 진짜 2014/12/11 3,532
    445649 시아버지 진심 미친 것 같아요 22 홧병 2014/12/11 8,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