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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하려거든 하지마" 엄마는 되지 말아요.

안전엄마 조회수 : 1,778
작성일 : 2013-06-12 22:40:16


엊그제 키즈까페에 갔다가 정말 기함할만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커다란 볼풀장에서 예닐곱살쯤 되는 여자아이 몇명이 놀고 있었는데 저희 옆테이블이 엄마들이었지요.
엄마들은 시시때때로 아이들에게 형식적인 제어를 합니다.
가령 덤블링위엔 올라가지마, 그 인형은 입에 넣지마 같이 아직 아이는 시도해보지 않은 -시도해볼 생각도 없었을지 모를- 일에 대한 제제의 말들요.

그러던 중 한 아이가 갑자기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겁니다.
소리가 어찌나 크고 칼날같고 소름끼치던지..
저는 그 짧은 찰라에 아이에게 엄청난 일이 생겼구나 싶어 가슴이 턱 내려앉는 것 같았죠.
그 소리에 애엄마가 왜그러냐며 후다닥 달려가니 여자아이가 뒤로 까무라치고 울면서 숨이 넘어가요.
XX야 왜그래 무슨 일이야!!
사람들 시선이 모두 집중된 가운데 여자아이가 겨우겨우 입을 떼는데....

으허어어어어억 헉헉...
내 머리...핀...핀이 없어졌어 ㅜㅜㅜㅜㅜ

랍니다;;;; 나 원 참.
그래도 다친게 아니니 천만 다행이다 싶어 다들 한숨 돌린듯 시선을 바꾸려는데 그 엄마 반응... 가히 놀라웠어요.

꺄아아아아아아악!! 어쩌다가 그랬어? 어디로 빠졌어?뭐하다 그랬어!!!
아까부터 엄마가 핀 잃어버린다고 조심하랬지????!!! 생각이 있어없어??!!


그 후로도 오랫동안 모녀는 눈물바람으로 볼풀장을 뒤적였지만 당연히 머리핀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핀...한 백만원쯤 하는 걸까요, 사연있는 머리핀이었을까요; 결국 못찾고 자리에 돌아온 엄마에게 다른 일행이 중요한거냐고 물으니 산지 얼마 안됐다며 짜증나 죽겠다고 그제서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떠드는걸로 봐선...
애닳은 사연이 있는 것도 100만원짜리 명품도 아니었던 모양이예요.


이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제겐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오늘 이 기사를 보았습니다.

英 전문가 "아이들 놀이가 너무 안전하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3&oid=001&aid=0006278195

이 기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놀이터와 키즈까페, 각종 놀이시설에서 아이 따라다니느라 허리 굽혀 종종 걸음을 하고 막무가내인 7살 아들에겐 수시로 소리를 지르게 되죠. 사고는 순식간이니깐요.

그런데 제가 염려스러운 건 우리나라 엄마들이 흔히 보이는 "하려거든 하지마"식의 육아태도입니다.
한국의 놀이터와 키즈까페를 보면 보통 엄마는 멀뚱히 테이블에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져있고 수시로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요. 그야말로 입만 살았단 표현이 맞을겁니다.
누구야 뛰려거든 뛰지마, 올라가려거든 올라가지마, 소리지르려든 소리지르지마, 만지려거든 만지지마...
아이가 어떤 액션을 취하기도전에 선수쳐서 하지말라고 해요.
제가 본 통계?에 의하면 이런 엄마에게서 자란 아이들의 특징은 엄마를 정말 자주 부른다는겁니다.
행동을 할 때 허락을 구하지 않으면 혼날까 불안해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니 나약하고 의존적이 되기 때문일겁니다.
이런 아이들의 미래에 올곧은 자립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미끄럼틀에 올라가도 될지말지같은 사소한 일을 보고해야하고 머리핀 하나 없어진 일에 길길이 날뛰는 아이라니.
그동안 그 엄마는 얼마나 많은 일에 제약을 뒀을지. 안봐도 뻔해요.
엄마가 한 일이라곤 커피마시며 간간이 하지말라고 경고날린 것 뿐이면서 아이만 다그치는 꼴이라니 ...
아이의 타고난 기질 문제는 절대 아니죠.
다분히 엄마의 과잉된 양육태도에서 비롯된 부정의 결과물이죠...

본인의 아이가 엄마를 너무 자주 부른다면 혹시 나도 ....
하려거든 하지마 엄마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해보세요.
저 역시도 뒷수습이 번거로워서, 수다에 맥끊기기 싫어서, 아이에게 잔소리만 늘어놓는 입만 산 엄마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힘든 육아의 와중에 단비같은 수다타임을 뭐라자는게 아니예요. 그래도 키즈까페나 놀이터는 엄마들보다 아이들이 1순위여야 하자나요.
최대한 아이뒤를 봐주시고 봐줄 여력이 없다면 기사에서처럼 좀 너그러워지는 것도 경험치를 쌓는 괜찮은 방법이겠다 싶더군요.

대화와 소통은 유아엄브;;;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곳에선 아이들의 소리없는 그림자가 되어주면 좋겠어요.
잔소리하고 싶어 근질대는 그 입은 잠시 다물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있으니 아이들인거잖아요.

IP : 175.192.xxx.18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반성
    '13.6.12 11:00 PM (180.64.xxx.94)

    제 얘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울 딸도 사사건건 저에게 묻고 허락을 구한답니다.
    제가 그동안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부터 주의를 주곤 했었거든요. 좀 과잉으로.
    저 자신을 되돌아 보게하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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