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청소년 백일장 대상(2007)

무명씨 조회수 : 1,167
작성일 : 2013-05-18 10:31:55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

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

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

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

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

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

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

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정민경

 

 

열여덟 살 고3 소녀의 시에는 5월의 아픔과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최근 주최한 '5·18 민중항쟁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에서 시 부문 대상을 차지한 정민경(18·경기여고 3년·사진) 양은 여수에서 태어나 7살 때까지 광주에서 자랐다.
지난 1995년 근무지를 옮긴 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사 갔다.

"친척들에게 들은 이야기, 광주에서 자란 경험이 오월의 아픔을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걸쭉한 사투리는 할머니에게 배운 것이고…"

대상작인 '그날'은 자신의 자전거에 올라탄 학생이 진압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도움을 청하는 학생을 진압군에게 내주고, 평생을 후회와 슬픔으로 살아야 했던 '나'에 대한 고해성사(告解聖事)인 것이다. 심사를 맡은 정희성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은 "처음 접하는 순간 몸이 떨렸다. 항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도 이렇게 쓸 수 없다"며 극찬했다.

정양은 "소외된 이들의 '그날'을 알리는 게 꿈"이라며 "수능이 끝나면 5·18 묘지도 가보고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IP : 220.124.xxx.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맛
    '13.5.18 10:50 AM (121.151.xxx.203)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


    휴.....

  • 2. ..
    '13.5.18 10:58 AM (175.249.xxx.241)

    잘 썼네....

  • 3. ㅠㅠ
    '13.5.18 11:20 AM (218.146.xxx.146)

    이 시를 처음 접했을 적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여고생이 어떻게 이렇게 쓸 수가 있는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4714 일기장앱 어디서 다운받나요? 1 제니 2013/05/20 879
254713 대출시 세대주가 대출이있을때 1 하늘보아 2013/05/20 580
254712 만기 8월인 세입자가 2달전 미리 집을 빼달라고 하는데... 5 ... 2013/05/20 1,880
254711 고들빼기를 잔뜩 캐 왔는데요.. 4 고들빼기 2013/05/20 1,431
254710 몸살감기 목감기가 심한데 요가해도 되나요? 1 ... 2013/05/20 3,802
254709 자기한테는 돈잘 쓰면서 남한테 칼같이 더치하고 잘 얻어먹는 친구.. 4 안보고파 2013/05/20 2,899
254708 제습기 꺼냈어요. .. 2013/05/20 730
254707 이쁜 아기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10 주문을 걸었.. 2013/05/20 1,300
254706 고양이 발톱 긁는거 언제까지 하나요? 6 삐용엄마 2013/05/20 1,656
254705 금반지 팔때요 1 반지 2013/05/20 1,817
254704 카페 개업용품 1 궁금이 2013/05/20 1,034
254703 전효성은 '무식한 여자'로 보이는 게 싫었던 겁니다. 9 쿠커티 2013/05/20 3,833
254702 윤창중사건은 이대로 묻히나요? 2 웃음 2013/05/20 1,278
254701 줄넘기는 어디에 좋나요? 줄없는 줄넘기도 좋을까요? 1 초보맘 2013/05/20 2,102
254700 118센티에 24키로 나가는데요.. 4 초등 1학년.. 2013/05/20 1,131
254699 국민티비라됴 지금 나와요? 앙~~~ 1 우유대장 2013/05/20 710
254698 밤에 수면중 가스가 차고 식은땀이 나서 깹니다 3 대장 2013/05/20 3,795
254697 삽살개 입양하실 분 찾고 있습니다 2 사랑으로 2013/05/20 2,273
254696 방하남, 판례가 법·제도 개정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용부장관 2013/05/20 590
254695 제주도 숙박위치는 중문에서 가까운게 최곤가요?? 4 제주여행 2013/05/20 4,098
254694 아이들앞에서 부부끼리 남의 험담 전혀 하지 않으시나요? 5 험담 2013/05/20 1,509
254693 제가 원하는 남방(블라우스)스타일 살 데가 없어요.ㅠㅠ 7 좀 도와주세.. 2013/05/20 1,990
254692 생리증후군? 다들 있으세요. 미치겠네요 ㅡㅜ 3 손님 2013/05/20 1,769
254691 웃다가 울게 되는 영상 세잎클로버♣.. 2013/05/20 712
254690 지금 박근혜에게 바라는건! 제발 하야!! 22 green 2013/05/20 1,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