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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광주와 봉하마을에서

theater 조회수 : 2,185
작성일 : 2013-04-24 01:16:44
기쁜 맘으로 한국에 들렀는데
만나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네요.
이유도 없이요.
일방적인 연락 끊기.....
이렇게까지 못된 사람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휴.......
 
마음이 아프다보니 이 소중한 한국에서의 짧은 시간 내내
몸도 아프네요.
이제는 좀 털고 일어나려구요.
며칠 뒤면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겠지요.
내일 오후에 전라도 광주로 떠나려고요.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좀 머쓱하겠지만
혼자서라도 어딘가에서 못하는 술 한잔이라도 기울이고 싶네요.
광주에서는 도청 앞에 가보고 싶어요.
말 없이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어요.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봉하마을로 떠나려고요.

그곳으로 가는 길도 몰라요.
얼마나 먼지도 몰라요.
그냥 무작정 그쪽을 향해 가고 싶네요.
그리고 어쩔수 없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겠죠.
누군가 나에게 돌아가지 말라며 잡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사람은 ........ 없네요.
길을 걷다가,
조용히 거닐다가,
혹은 창문이 반쯤 열린 낡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수줍게 술잔을 기울일때,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면 그 건 바로 기적이겠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거.......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 깊은 말들을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제 주변에는 왜 이렇게 체면 차릴 게 많은지요.
광주에서,
봉하마을에서 모자달린 까만 옷에 청바지, 그리고 검정 비니 눌러쓰고 혼자 다니는 사람 보면 말 걸어 주세요.
제가 맞을 거예요. 
아참,
그리고 저 남자인데, 여기서 남자가 이런 글 쓴다고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외국에 있다보니 요리 레시피 보려고 들어왔다가
어쩌다보니 제가 여기까지 와서 글을 쓰게 됐어요.

인생 참 어렵네요.
별것도 아닌데 마음을 주면 늘 힘들어지는 건 왜 일까요?
너무 믿었나 봐요, 사랑을.....
IP : 175.223.xxx.162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수정
    '13.4.24 1:22 AM (221.139.xxx.252)

    더 계시다가
    다음달 11일에 서울에서 봉하가는
    버스가 출발하는데 그 버스에 몸을 실어보시는건
    어떨지요?

    수줍어하지 않고 호탕하게 말 걸어줄 분들이
    않을거예요.
    체면차리지 않고 마음속 응어리들을 풀어내는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겁니다^^

  • 2. 자수정
    '13.4.24 1:29 AM (221.139.xxx.252)

    않을이 아니고 많~~~~~ 을 입니다.

  • 3. theater
    '13.4.24 1:30 AM (175.223.xxx.162)

    자수정 님,

    친절한 글 감사 드려요. 안타깝게도 저는 7일에 다시 떠나요. 더 있을 수도 없네요. 몇 년 만에 나온 건데, 이번 한국 방문은 정말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몸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지만 그냥 무작정 떠나려고요. 봉하가는 버스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이 번 주에 떠나는 버스는 없겠죠? ㅜㅜ

  • 4. 자끄라깡
    '13.4.24 1:35 AM (220.72.xxx.245)

    님 제가 손 잡아 드리고 싶네요.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기쁘면 기쁜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내버려두세요.
    나이 들어서 겪는 것보다 나아요.
    모처럼 고국을 왔는데 공기라도 흠뻑 들이마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가세요.

  • 5. theater
    '13.4.24 1:38 AM (175.223.xxx.162)

    라깡 님,
    손 잡아 주세요. 빨리요.
    참, 저는 메를로 퐁티를 좋아해요.

  • 6. ..
    '13.4.24 1:39 AM (223.33.xxx.132)

    힘내세요. 어제는 하루종일 우울한 비가 내렸는데 올리신 글에 마음이 아프네요. 뭐라고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음도 몸도 잘추스리세요. 김광석 노래가 생각나네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가볍게 술한잔 하시고 주무세요.

  • 7. 자수정
    '13.4.24 1:43 AM (221.139.xxx.252)

    정기버스가 아니구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의견이 모아져서
    만들어진 행사입니다.

    같이 가신다면 원글에 적으신 바람이 전혀
    기적이 아니란걸 느낄 수 있으실텐데
    안타깝네요.

    같은걸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신다면 그 어떤것보다도
    강력한 치유의 효과를 느끼실텐데요.
    그냥 가시게되면 상처가 고스란히 남게 될것 같아요.

  • 8. theater
    '13.4.24 1:44 AM (175.223.xxx.162)

    .. 님,

    따뜻한 마음 감사해요. 술을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자꾸 마시려 드네요. 자제해야겠어요. 그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오늘 비 내리는지도 모르고 국립도서관 안에서 자료 찾고 있었어요. 우산이 없어서 비 맞고 내려오는 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비를 피하는 건 사람 뿐인 것 같아요. 길거리의 개들은 그냥 담담하게 맞더라고요....

  • 9. theater
    '13.4.24 1:49 AM (175.223.xxx.162)

    자수정 님,

    같은 걸 보고 느끼는 사람이어서 마음을 열었다가 이렇게 상처만 남았네요. 그래서 더욱 제가 많이 놀랐나 봅니다. 사람 그 자체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는데 너무 모질어요. 상대방이 너무 힘들어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그런....... 그런데 자꾸 봉하마을에 가고 싶은 건 왜일까요? 막상 도착하면 하염없이 울기만 할 것 같아요.

  • 10. ..
    '13.4.24 2:09 AM (223.33.xxx.132)

    토닥~토닥~
    밤이 깊었네요. 우리 82분들이 다 주무시나봐요. 안그러면 힘내시라고 격려하시는 분들 많을텐데...뭐든 하시고 싶으신 일 다해보세요. 봉하마을도 가시고 속에 맺힌 응어리들이 다 토해 나오도록 엉엉 소리내어 울어도 보시고...그리고 어렵겠지만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씩씩하게 지내세요. 힘내시는거 약속해요!

  • 11. theater
    '13.4.24 2:14 AM (175.223.xxx.162)

    .. 님,

    고마워요. 누군지 모르는 분인데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려요. 만약 직접 얼굴을 본다면 손가락을 쑥 내밀 거예요. 약속해야죠.

  • 12. ㅠㅠ
    '13.4.24 2:18 AM (182.210.xxx.57)

    아직은 시간있잖아요.
    기운내고요.
    봉하가면 막걸리도 한잔 먹고요.
    가기 전까지 82에 머물러주세요.

  • 13. theater
    '13.4.24 2:31 AM (175.223.xxx.162)

    ㅠㅠ 님,

    감사해요. 82가 참 따뜻한 곳이네요. 저 같은 투정꾼에게도 손길을 내밀어 주는 그런. 스마트폰으로 82에 머물고 있을게요. 제 닉은 고정이니까 막걸리 마시려거든 언제든 연락주세요.

  • 14. ...
    '13.4.24 2:38 AM (86.49.xxx.101)

    원글님 ㅌㄷㅌㄷ... 저도 외국에 사는지라 그 싸함 뭔지 알것 같아요. 머무시는 기간 동안 내려놓고 버려야 할 감정의 찌꺼기 잘 정리하시고 귀국길(?)에 조금은 가벼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 15. ㅎㅎ
    '13.4.24 2:45 AM (124.53.xxx.143)

    느추해도 참을수 있다면 우리집으로 오세요.
    김장김치에 깡소주 한병정도는 대접해드릴께요 남편도 안와요..

    할라케드만
    남자분이시군요ㅎㅎ.....
    비오고 춥네요.
    그래도 오며 가며 좋은 길손이라도 만나 좋은 추억 만드시고 돌아가시기 바랄께요.

  • 16. theater
    '13.4.24 2:54 AM (175.223.xxx.162)

    ... 님,

    감사해요. 외국에 계시는 군요. 님도 늘 건강하시길 바라요. 저처럼 아프면 정말.....ㅠㅠ

  • 17. theater
    '13.4.24 3:00 AM (175.223.xxx.162)

    ㅎㅎ 님,

    말만 들어도 위로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네, 저 남자사람이라서 오히려 괜찮다고 오라고 하셔도 못 가요.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금쪽같은 한국에서의 시간에 울고나 있고... 나란 사람 참.....

  • 18. theater
    '13.4.24 3:03 AM (175.223.xxx.162)

    사이트 알려주신 님,

    세세한 마음 감사드려요. 클릭하니 눈 앞에 떡하니 계시네요. 나도 모르게 노트북 화면을 쓰다듬었어요.....

  • 19. ...
    '13.4.24 3:04 AM (86.49.xxx.101)

    이 또한 지나가리...잊지 마세요:) 혼자 펍에서 술 홀짝이다 덩달아 울적해지네요! 막걸리에 파전 만으로도 저보다 행복하다 하면 화내시려나...^^

  • 20. theater
    '13.4.24 3:11 AM (175.223.xxx.162)

    ... 님,

    펍에서 술 드세요? 어디세요? 광주나 봉하마을 근처는 아니죠? 무슨일 있으세요?

  • 21. 어째요
    '13.4.24 4:51 AM (116.38.xxx.23)

    광주 도청 공사중이라 볼 수 없어요 거기 문화의전당인가 만든다고 몇년째 공사중이예요

  • 22. 동의
    '13.4.24 6:49 AM (118.222.xxx.82)

    광주도청 공사판이니 그냥 봉하만 다녀오심이

  • 23. 토닥토닥~~
    '13.4.24 7:47 AM (49.143.xxx.142)

    저도 가까운 가족에게 배신감 느껴봐서 그 감정 어느정도나마 이해가 가요.

    가셔서 훌훌 털고 오세요.
    인간사 새옹지마라니까, 이번에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거라 믿습니다. ^^

  • 24. 오늘 울컥
    '13.4.24 9:22 AM (220.72.xxx.137)

    꼬맹이들 유치원 옷 챙겨주는데 울컥.
    왜그랬지? 울컥...

    대통령일땐 욕을 짜잘하게 해쌋드니.. 노니까 좋데요!!!

    하고 꺄르르르 하던 그 장면이 떠올라서
    갑자기 주저앉아 오열했네요......
    아 지금도 ...........

  • 25. ..
    '13.4.24 9:47 AM (211.253.xxx.18)

    광주를 꼭 오셔야 한다면 차라리 5.18묘역이 어떠신지요?
    진짜 구도청은 공사판이라 휑해요.

  • 26. theater
    '13.4.24 10:25 AM (175.223.xxx.162)

    아, 광주도청이 공사중 이군요. 꼭 광주를 갈 이유는 없지만 그 곳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어요. 늘 마음으로 존경해 왔거든요. 오후에 버스를 타고가면 밤에 도착하겠네요. 일단 하룻밤을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야 겠어요. 518묘역도 꼭 들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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