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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태비 길냥이 그리고 턱시도 냥이 '라'

gevalia 조회수 : 1,670
작성일 : 2013-01-07 10:46:59

아침에 에이미와 같이 태비와 새끼길냥이를 보러 병원에 다녀왔어요.

두 녀석 다 이젠 그 환경이 꽤 익숙해 보여요.

주사 덕분에 태비가 훨씬 편해보이지만, 하루하루 주사로 연명할 수 도 없는 일이라서요.

지금 계획으론, 내일 제가 먼저 잠시 들리고, 제가 다녀간 후 에이미가 의사와 이야기를 좀 하고..왜냐면 에이미가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서 이것저것 좀 다시 묻고 싶어하는 듯해요. 그리고, 오후에 안락사와 함께 화장하려고 해요. 봄이 올 때 까지 에이미가 태비냥이 재는 데리고 있기로 했어요.

내가 넌 안락사하는 거 지켜보는 거 괜찮냐고 했더니, 학생 때 자원봉사 같은 걸 했었다고 해요. 그리고 에이미는 저보다 정신이 훨씬 강한게 틀림없고요.

새끼 길냥이는 이제 손 만 닿으면 발라당 누워 배를 만져달라고 합니다. 오늘 이녀석 사진을 좀 찍었어요..에이미가 여기저기 좀 올려본다고 해서요. 와 보니 카메라를 병원에 두고 왔네요.

집에 오니 어디서 이메일이 와 있어요. 요 며칠 craiglist를 업데이트 했더니 사람들이 꽤 여럿 연락을 해 오는거예요.  이 곳 주립대에 다니는 21살 남학생인데 턱시도 냥이 '라 (엘리)'를 입양하고 싶다고 하면서 두시간 거리인데도 오겠다해요. 그래서, 2시간 거리를 단지 고양이 보러오냐..빈 손으로 돌아 갈 수 도 있는데 그것도 괜찮냐고 물었죠. 그리고 또 이것저것 개인 정보를 알려줄 수 있냐고 했어요. 하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요.

보니까, 중국 남 학생인데 아파트에서 룸메이트와 살고 중국엔 어렸을때 부터 키우는 치와와가 있다고 하면서, 절대 데려와서 버릴일은 없을 것 이며, 자기가 나중에 중국으로 갈 때도 데리고 간대요. 못 믿을까봐 자기 두 친구들도 데리고 온다면서, 자길 만나 이야기 해 보면 충분히 믿을 수 있을거라네요.

그래서 오라고 해 놓고, 나가서 혹시 케이지를 안 가져왔을까봐 그것과 이런 저런 걸 사서 오는데 이 남학생이 먼저 와 있는거예요..좋은 스포츠카를 타고 왔던데 과속 한 거죠. 겉 모습이 다는 아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하나도 없어보이는 학생이었어요. 천만다행이죠..전 학생이라 많이 걱정했거든요. 부모가 미국에 있는것도 아니니..제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고양이가 아플때 병원에 데려갈 수 있겠냐 등 등..학생이라 경제적인게 걱정이 되서 묻는거다..그랬더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네요.

나중에 같은과 여학생 둘 도 왔는데, 다 들 괜찮은 중국 학생으로 보여요. 엘리를 보자마자 너무 좋아하고요. 그런데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해서, 계속 정보를 주고 받기로 하기로 했어요. 또 그 동네 수의사도 만나보고요.

학생들이 엘리를 데리고 떠난 후, 작년 여름 애완용품 파는데서 만난 중국 여학생 생각이 나서 이 멜을 보냈어요. 저 때 보미 새끼들이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인데 시카고 다녀오는 길에 동네엔 없는 가게라 그 곳에 들려 이것저것 고르고 있었더니, 누가 제게 말을 시키더라고요..하도 바구니에 고양이 관련 물건을 줏어 담으니 눈여겨 봤대요. 자기가 얼마 전 새끼고양이를 입양했는데..뭐가 좋은지 이것저것 물어요. 저도 뭐 아는건 없지만 왜..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하잖아요. 입양일 경우 또 사연이 구구절절하죠..

그렇게 이 여학생과 무려 1시간 넘게 가게에서 이야기 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죠.. 그 후 오다가다 서로 고양이 안부를 묻곤 했는데 같은 중국사람이니 오늘 온 학생과 서로 연락들을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이멜을 보냈습니다.

제 집은 지금 시간이 냥이들이 초저녁 잠을 잘 시간이기도 하지만, 정말 조용하네요.

요즘 유난히 절 따르던 엘리여서 보내고 나니 마음이 안 좋아요. 그래도 젊은 학생들이 관심있게 잘 키워 줄 것 같아서 한 편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만일 엘리를 못 키우게 되는 상황이 오면 절대 동물보호소에 데려가지 말고 제게 먼저 연락을 해 달라고 했어요.

이제 '시' 하나 남았습니다.

IP : 172.1.xxx.4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7 10:53 AM (121.179.xxx.156)

    항상 올려주신글 잘 보고 있습니다.
    태비 냥이가 내일 무지개 다리는 건너는 군요.
    그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만을 바랍니다.
    더불어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 2. ..........
    '13.1.7 11:18 AM (71.197.xxx.123)

    며칠전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던 사람인데요..
    어떻게 하면 에이미같이 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을지...
    전 성격이 미련이 많아 그런지, 문득 문득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네요
    gevalia님은 어떻게 견디고 계신지요.
    내일 오후.
    내일 오후...
    이따 감정이 좀 정리되면 또 댓글 쓸게요.
    감사합니다.

  • 3. gevalia
    '13.1.7 12:07 PM (172.1.xxx.46)

    서부에 사는 님, 혹시 내일 낮에 여기 들어오실 수 있으시면 제가 이 글 밑에 몇 시 쯤이라고 알려드릴께요.
    지금 생각으로는 낮 12시쯤 알려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거든요.
    아니면 제가 쪽지를 드려도 되는데 님 아이디를 몰라서요.

    일주일 사이로 연속해서 정이 잔뜩 든 두 녀석을 입양 보내고나니 좋은 건 두번째고 정말 허전하네요.
    그런데다 내일 일을 치루려니..

  • 4. 리본
    '13.1.7 2:43 PM (71.197.xxx.123)

    저는 길냥이를 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 한국에 살 때는 고양이를 펫으로 많이 키우지 않아 길냥이가 없었던 듯하고
    미국에 온 후에 제가 사는 지역에 역시 길냥이를 볼 수가 없어요
    제가 시애틀 근교에 사는데 숲이 너무 많아 (나무가 지긋지긋하게 많아요) 야생동물이 흔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집을 나오면 야생화가 쉽게 되는 건지, 아님 shelter 에서 곧바로 잡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쩄든 82를 한 후에 길냥이 존재를 알게 되었고 gevalia님의 글을 읽게 되면서
    그 아기 고양이들 데려 왔을때 놀랍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암튼 점점 감정 이입이 되면서 gevalia 님의 냥이들을 비롯 모든 길냥이들의 안부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네요
    리오의 안부도 궁금하고...
    아마 살아있지 않을 확률이 크겠지요?
    그런데 자연사보다 안락사가 더 큰 미련과 아픔인 것 같아요
    제가 아픈게 gevalia님의 아픔에 비할바는 아닌걸 알지만요
    진심으로 불쌍한 생명들을 돌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 아이디는 리본이에요.. 쪽지 보낼게요
    댓글을 남겨 주셔도 되고 쪽지 주셔도 되구요, 편하신대로.
    alert 하고 있을게요.

  • 5. gevalia
    '13.1.8 2:15 AM (172.1.xxx.46)

    이 글을 다시 방문 해 보실 분들에게..
    태비길냥이를 보고 왔습니다. 수의사가 오전중에 수술이 있어서 에이미가 아직 통화를 못하고 있어요.
    왜 그런지 태비녀석이 눈을 잘 안 마주치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그냥 제 상상일지 모르죠.
    이 녀석에게 이별하는 말을 했다간 울음이 그치지 않을 거 같아 안 했습니다.

    새벽 2시 반 쯤 다시 댓글 달께요. 조금 후 면 이곳 점심시간이라 이 때 쯤 시간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 6. gevalia
    '13.1.8 3:36 AM (172.1.xxx.46)

    에이미가 아마 3시 반 이후에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반 쯤 병원에 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에이미가 마음이 좀 심란한가봐요. 제가 안 가도 괜찮다고 알려달라고 했거든요.
    조금 후에 다시 또 덧붙일께요.

  • 7. gevalia
    '13.1.8 4:02 AM (172.1.xxx.46)

    또 들려보실 님들에게..

    태비길냥이 안락사를 일단 취소했어요.
    저녁에 다시 알려드릴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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