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레미제라블을 보고(영화 vs 스케이트)

더블샷 조회수 : 2,254
작성일 : 2013-01-07 03:15:11

극장가서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잠이 드는 저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심지어 아바타도 거의 자느라 못봤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레미제라블 영화를 봤는데, 정말 1초도 안자고 너무 몰입해서 봤네요.  팜핀이 힘들게 죽어가는 모습보면서 폭풍 눈물,  계란으로 바위치듯 어설픈 힘으로 목숨 버리는 젊은이들,  그 순수하지만 허망한 죽음, 더러운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미한 눈빛들.. 보는 내내 너무 눈물이 나왔네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어릴 때는 혁명이니, 가난이니, 그런 것들이 정말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세상 무서운 거 아는 어른이 되어서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렇게 살았고, 아직도 세상에는 그 지독한 가난과, 지독한 혁명,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당장 나에게는 잠깐 운좋게 비켜가고 있는 거다라는.. 하지만, 누구든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운이 나쁜 사람들은 저항하거나 체념하고,  운이 좋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역사와 사회 속에서 개개은 연약하고 어리석고..  그렇게 또 역사가 반복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이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절실하게 생각되는 것도 같아요.  (공포마케팅 영향을 받아서 걱정이 많아진 것도 좀 있는듯요), 드라마(서영이 같은)를 봐도 부모가 잠깐 정신줄 놓으면 아이들 인생이 참 서러워지는 것도 그렇고, 팜핀은 딸내미를 그런 곳에 맡기고 정말 심정이 어땠을까.......참.. 여러 잡생각까지 꼬리를 물면서 슬프게 봤네요.

오페라를 안 봤어서, 수잔보일이 씩씩하게 불렀던 그 노래(i dreamed a dream 인가..)를 앤 헤서웨이가 부를 때 아 저런 노래였구나 했네요.. 아, 앤헤서웨이는 정말..  갑입니다..    앤헤서웨이의 더럽고 너무 안 예쁜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는 것이 제가 느낀 이 영화의 주된 이미지인 것 같아요.  끝날 때, 와.. 이러면서 박수가 저절로 나왔는데,  아무도 안 쳐서 뻘줌했네요. 느낌이 다 같진 않았나 봐요. ^^;;

집에 오니 김연아의 또 다른 레미제라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번 경기때는 실수도 많이 하고, 음악도 잘 몰랐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은 많이 달랐네요.  on my own과 one day more 같은데, 영화장면도 생각나고, 김연아 선수 연기도 너무 아름답고..이건 뭐랄까 세속적인 성공을 떠나 어떤 경지의 아름다움 같은 거요..   해설하시는 분도 울먹이고, 관중들도 눈물을 글썽이네요.  일등한다고 올림픽같은 대단한 영애가 있는 경기도 아니지만, 참 아름다워서 왠지 맘이 짠한게 슬픔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느낌은 깊은 곳에서는 서로 비슷한 지점에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오늘의 감상평 요약은, 영화 레미제라블은 너무 슬퍼서 아름다왔고, 스케이팅의 레미제라블은 너무 아름다와서 왠지 슬펐다.인것 같네요. ^^

 

IP : 218.236.xxx.10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더블샷
    '13.1.7 3:18 AM (218.236.xxx.108)

    아.. 바로 전에 저랑 비슷한 느낌을 받은 분이 이미 글을 쓰셨네요.. ^^;;;

  • 2. 예술가 연아
    '13.1.7 3:20 AM (183.102.xxx.12)

    그렇죠!! 음악만 들었을 때와는 달리
    영화를 보고 연아 스케이팅을 보니 뭔가 더 깊은 울컥함이 몰려오더라고요.
    이것이 몇개의 감정이 중첩되어 나오는 감동같았어요.

  • 3. 더블샷
    '13.1.7 3:28 AM (218.236.xxx.108)

    오늘 괜히 감정과잉인가 살짝 걱정했는데, 동지를 만나서 반가와요 ㅎㅎ

  • 4.
    '13.1.7 3:29 AM (121.139.xxx.140)

    글 잘쓰시네요
    연아경기보고
    울면서
    내가 왜 우나했는데
    이런 감정 으로 그랬나봐요

    슬프고도 아름다운

  • 5. ...
    '13.1.7 7:05 AM (220.255.xxx.83)

    전 박물관이나 베르사이유 궁전 가서 화려한 유적유물들 전시해놓은것만 봐도 그냥 속이 별로 편하지많은 않아요.
    그리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별 다를건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7002 컴퓨터 관련...도와주세요 3 컴맹 2013/01/10 719
207001 생후 6개월 짜리 어린이집에 맡기는 전업 주부 17 .. 2013/01/10 8,122
207000 커피 그라인딩 질문이요 7 푸딩 2013/01/10 1,455
206999 <민주당 접수>민주당은 우리가 접수한다. 7 세수하자 2013/01/10 1,211
206998 7세 되는 아이.. 어린이집 or 유치원 조언부탁해요. 간절해.. 6 귀여워092.. 2013/01/10 1,485
206997 대게시즌에 즈음하여 대게에 대하여 3 묵호항 2013/01/10 7,594
206996 여러분~ 보이스키즈 보신적잇나요~? fasfsd.. 2013/01/10 1,000
206995 예물을 14K로 주기도 하나요? 15 미쳐가는가 2013/01/10 3,655
206994 문재인 헌정 詩 “자유로운 영혼” 천사 2013/01/10 1,753
206993 가장 강하게 반대하신 분들 몇몇이 가장 비슷하게 행동하시네요. .. 27 솔직한찌질이.. 2013/01/10 8,787
206992 주택 욕실 너무너무 추워요. 히터 사용하세요? 10 zerini.. 2013/01/10 4,610
206991 따뜻하고 이쁜 패딩 사고싶은데 봐주세요 6 .. 2013/01/10 1,766
206990 어머님과 형님이 저를 'OO엄마'라고 불러요. 20 투덜투덜 2013/01/10 3,915
206989 번호이동 한번했는데 다시또 그회사로 번호이동되나요? 4 핸펀 2013/01/10 888
206988 젖삭히는약 먹으면 가슴이 쪼그라드나요? 6 의지박약 2013/01/10 2,897
206987 보이스키즈 1 보셨나요? 2013/01/10 1,161
206986 진중권 "게임 말고 공부를 셧다운해야" 2 이계덕/촛불.. 2013/01/10 1,810
206985 이게 무슨 병이죠? 3 . 2013/01/10 1,144
206984 여행(국내든 해외든) 별로 안좋아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11 별로. 2013/01/10 2,206
206983 신생아데리고 장거리~ 5 나쁜엄마 2013/01/10 1,427
206982 친구가 한 말이 몇년동안 안잊혀지고 증오만 불타올라요.ㅠㅠ 5 치유될까? 2013/01/10 3,099
206981 교회 다니시는 분들...방언기도나 통성기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 28 신앙의 이름.. 2013/01/10 11,046
206980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어머님? 23 울고 싶어요.. 2013/01/10 10,079
206979 마흔 되니 모든 게 허무해요 8 살아서 뭐 .. 2013/01/10 3,205
206978 태아 어린이보험 환급도 되고 좋은것 없을까요 5 .. 2013/01/10 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