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만 기억하는 시간

최고의 날씨 조회수 : 2,322
작성일 : 2012-09-08 20:44:20
여름이 뒷꿈치를 귀찮아 쳐내듯 하루에 몇시간 뜨거웠다가 
껴안고 싶을만큼의 딱 좋은 온도의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은
참 쓸쓸해지네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영원히 싱글로의 삶을 외치던 서른 다섯이던 제가 근거없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주변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소개팅 한건을 겨우 체결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외모는 아줌마 성격은 까칠에 자뻑 한건 이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 건이라도 어디냐 싶지요.

눈은 하늘 바로 밑에 구름 끝자락이라 나타난 남자는 정말 촌스럽기가 그지없는게 
스스로 오늘은 지구멸망의 날이라고 칭할 지경이었죠. 디자이너라서 외향의 커버는 어느정도 기대를 했는데
석달에 한번씩 샤워하고 햇빛은 안 보고 지하스럽고 얼굴은 찐빵이고 저 남자랑 뽀뽀는 네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서 슈스케같은 데서 개발을 해도 안될 원석 중의 원석!

그런데 더 최악은 나름 트렌드를 맞추느라 파스텔톤 하늘색 엄청 큰 자켓을 입고
스스로 매우 스타일리쉬한 줄 아는 센스!

그날 주선한 커플도 같이 있었으니
술이나 펑펑 마시자 싶었죠.

그날 죽자사자 술 마셨어요.

그리고 나서 몇 일 뒤 이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외로운데 별 관심은 없고 그래 한번 나의 영혼을 깨워봐 하는 그런 생각.
만나자니 제가 아는 와인바에 갔지요. 마당에서 스택그 립의 페이를 마셨는데
딱 오늘의 날씨였어요. 낮에 뜨거웠다가 바람이 불어주는 
정말 하늘이 공기가 마법을 부리듯 사람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행복감에 들어서
두달 후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와인셀러 얘기만 나와도 기겁을 하고 독약이라고 난리네요. 

그런데 날씨는 최고인데 우리는 대화를 안하네요. 말은 하지만 서로의 말이 서로에게 소음이 되었어요.
싸우지 않기위해 더 심한 말로 상처주지 않기 위해 피하기만 하네요.

  
    

  
IP : 110.14.xxx.21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9.8 8:48 PM (175.192.xxx.228)

    마지막줄이 반전이네요...ㅜ.ㅜ
    저는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던 36 노처녀인데...

  • 2.
    '12.9.8 8:49 PM (121.130.xxx.228)

    너무 일찍..더 알아보지도 않고 충동 결혼하신거 같아요..

  • 3. ..
    '12.9.8 8:49 PM (124.50.xxx.156)

    분위기에 취해서 사랑이 싹튼 경우군요..ㅎㅎ
    그 때 처럼 뜨거우리란 기대는 하지않지만..
    그 때의 첫 마음 만은 변치않으셨으면...

  • 4. ................
    '12.9.8 8:52 PM (211.179.xxx.90)

    음...지금 서로 맞춰가는 중인거예요

  • 5. 에이
    '12.9.8 8:58 PM (203.236.xxx.252)

    말씀은그리하셔도행복해보여요 ^^

  • 6. 원글
    '12.9.8 9:00 PM (110.14.xxx.215)

    괴로운 건요. 저는 남편을 사랑하는데 남편은 아닌 것 같아요. 증거 이런 거 없이 그냥 느껴져요. 오늘 그 날의 아름다운 바람이 불어서 옛날 생각해봤어요.

  • 7. 상당한
    '12.9.8 10:40 PM (211.36.xxx.181) - 삭제된댓글

    반전이 있는 글이네요 ㅎㅎ
    그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도 반전이고
    나는 좋은데 남편은 아닌 것같다는 말도...ㅎㅎ

  • 8. ㄱㄱ
    '12.9.8 11:15 PM (61.43.xxx.215)

    재밌게 잘 읽었어요. 글재주로 봐서는 센스 만점에 밀당도 프로급으로 잘 하실 분 같은데... 남편 마음을 확신 못하시는 걸 보니.. 남편분은 고수 중의 고수이실까요?
    나이 꽉 차서 만난 커플들은 이미 각자의 인격이 다 성숙한 다음에 만난 거라 하나가 되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5865 걸레질을 쪼금 더 쉽게 3 ??? 2012/09/16 2,859
155864 5살 아이 어제 산에서 모기 물리고 열이 나는데 일본뇌염 증상인.. 3 원글 2012/09/16 4,268
155863 런닝에붙은 오리털 한가닥 19 ㅜㅜ 2012/09/16 3,339
155862 가방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 5 ㅡㅡ 2012/09/16 2,046
155861 조만간 실현될 끔찍한 일들 30 ㅠㅠ 2012/09/16 14,920
155860 [출연료有]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에서 독특한 패션스타일의 미.. 1 이승연&10.. 2012/09/16 2,088
155859 송산포도 생 막걸리... 잔잔한4월에.. 2012/09/16 1,827
155858 마봉춘 왜 그런지 다들 정말 모르세요? 4 최대주주 2012/09/16 2,026
155857 굽 7센티 정도되는 가죽 군화 끈매는거 추천좀 해주세요. 군화 2012/09/16 999
155856 한증막에서 바디쏠트는 왜 바르는건가요?^ㅅ^ 7 멸치똥 2012/09/16 3,005
155855 저녁까지 있던 재산세 고지서가 다음날 아침 없어졌어요. 다세대 .. 3 // 2012/09/16 1,970
155854 풍치 수술했는데..많이 시큰거리네요.. 1 .. 2012/09/16 2,143
155853 그래도 다시 보기 하고 싶은건 변진섭 뿐인데.. 2 나가수 2012/09/16 1,700
155852 "성폭행범 잡겠다" 동네 남자 .. 15 호박덩쿨 2012/09/16 3,129
155851 폼클렌저 어디꺼 쓰세요 10 .... 2012/09/16 3,892
155850 달걀말이 색이 예쁘게 안돼요 8 아자 2012/09/16 2,432
155849 제가 예전에 짝사랑했던 사람이 유부남이래요~~! 4 amber7.. 2012/09/16 4,284
155848 일본에서 전하는 문재인후보 내용중에서.. 7 .. 2012/09/16 2,678
155847 척추협착증으로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우세요 18 생글맘 2012/09/16 5,291
155846 그럼 시사2580은 오늘 하나요? 미친마봉춘 2012/09/16 974
155845 이제 샌들 신기 좀 그럴까요? 6 ㅅㅅㅅ 2012/09/16 2,340
155844 전에 김대중, 김영삼 단일화시도 때 기억나세요? 8 ........ 2012/09/16 1,783
155843 서울에 고기집 추천 좀 해주세요 -ㅁ- 20 숯불 2012/09/16 3,172
155842 너무 기본적인 영어 질문이라.... 4 부끄럽다~ 2012/09/16 1,344
155841 아내가 다쳤을때, 남편들이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19 사과 2012/09/16 5,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