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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찌해야 하는걸까요....

어렵다.. 조회수 : 4,312
작성일 : 2011-11-02 14:13:15

저의 우뇌는 지금 FTA 를 고민하고, 좌뇌는 남편과 저희 큰 아이를 고민합니다..

귀로는 윗집 리모델링 공사소리를 듣고, 입으로는 커피를 벌써 몇잔 째, 손으로는 손이 가는대로 타이핑합니다.

 

큰애가 32개월, 작은애가 6개월입니다. 그러니까.. 큰애가 26개월 무렵 동생을 본거에요.

남편은 시아버님 마흔넘어 누님 네분 아래로 얻은 귀한 아들로 자랐지요.

두돌 까지 사랑 집중 받으며 자랐던 큰애, 서른 넘어 사랑 집중 받으며 자란 남편..

이 두 사람이 요즘 제 고민의 근원입니다. 덕분에 한창 이쁜 짓 시작할 작은애는 안중에도 없네요 ;;

 

여러가지 자잘한거 다 놔두구요..

 

어제 아침에 간만에 일찍 일어난 남편을 보고 큰애가 좋았는지,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숨바꼭질 하자고 하더군요. 남편도 처음엔 잘 놀아줬는데,

아빠들.. 웬만해선 아이가 지칠 때 까지 놀아주는게 아니고, 그저 처음에 좀 놀아주고 말지요.

큰애는 오랜만에 아빠랑 노니 신이나서 점점 더 흥분하고 과격해 지고,

남편은 씻고도 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그래서 침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그러다가 남편이 고함을 질러 가 보니, 큰애가 장난감으로 남편을 때렸답니다.

그래서 남편이 길길이 날뛰며 어디서 이런 짓거리냐며 애를 잡고 있었습니다. 32개월짜리를요.

 

애는 큰소리 무서운 얼굴 가진 아빠가 무서워서 벌벌 떨며 이불 밑에 숨어 울고 있고

남편은 남편대로 씩씩대며 버르장머리가 있냐 없냐 다시 한번만 그러면 맞는다 어쩌고.. 그러고 있습니다.

우선 애를 달랬지요. 일단 아빠를 때린건 잘못했으니 진정 시키고 설명을 좀 해 주려구요.

애를 끌어안고 달래고 있는데 남편이 이번엔 제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냥 애 혼자 울다 지치게 놔두랍니다. 애가 울 때마다 누가 와서 반응하니 저 모양이랍니다.

사실.. 동생 보고 큰애 많이 안아주지도 못했고 울음떼가 늘었어도 그 마음은 알지만 잘 받아주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언제적 얘기를 하는지, 울 때마다 달래줘서 그런다는군요. 허 참..

애 울음소리가 이제 점점 발작적으로 커지고 남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작은애도 덩달아 울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더군요.

 

그러다가 제 귀에 박힌 비수같은 말 들..

'니가 내 말을 잘 안듣잖아.'

'내가 말을 하면 좀 들어'

'니가 그러니까 애도 저 모양이지'

그럽니다.

 

그러더니 후딱 씻고 우는 애들 당황한 저를 내버려두고 출근했고,

저녁엔 회식한다고 늦게 들어와 얼굴도 못 봤고,

오늘 아침에도 큰애 얼굴도 저도 본체 만체 그냥 후딱 나가버렸네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라.. 큰애가 커 가면서 뭔가 요구 사항이 많아지고

제가 둘째를 돌보느라 손이 부족하니 남편 도움을 받아야겠고,

덩달아 큰애를 남편이 보게 되는 때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큰애와 남편은 늘 잘 나가다가 이럽니다.

 

이제 32개월인 큰애가 그래요. '엄마, 나는 바보야?' 그래서 무슨 소리냐, 누가 그랬냐, 하니까.

아빠가 자기 울고 있을 때 바보야 바보라고 했답니다. 바보의 뜻이 뭔진 몰랐어도 뉘앙스로 뭔가 알았겠죠.

큰애에게도 그렇지만 제게도 꽂힌 많은 .. 말로 받은 상처들.. 점점 더 깊이 골을 내고 있네요.

 

큰애 낳기 전까지 열심히 일 했습니다. 자격도 쌓고 인정도 받았지요.

하지만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이에게 건강한 울타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여자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아내로서의 역할도 잠시 미루고, 좋은 엄마가 되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좋은 엄마는.. 좋은 아빠와 함께여야 가능한 것이더군요. 저 혼자서는 좋은 엄마도, 좋은 아내도 되기 힘들었어요.

 

남편은 늘 회사 얘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를 제가 묵묵히 들어주고 남편의 고민을 풀어주고 나면

우리의 대화는 그걸로 끝. 이제 남편은 티비를 보고 게임을 하고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지요.

저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들어주기만 해도 좋고, 의견을 나눠줘도 좋고,

주로 아이를 키우는 고민들인데.. 저 혼자 낳은 아이도 아닌데, 그 모든 고민은 왜 늘 저 혼자만의 몫일까요.

남편에게 대화를 하고 싶다, 결정을 해야 하는데 당신 의견도 듣고 싶다, 하면 그냥 저 알아서 하랍니다.

저 알아서 해온 지난 몇년간의 결과가 .. 결국엔 제가 애를 잘못 키워 아빠를 무시한다는.. 그런 말이 되었네요.

 

어제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기운이 빠지고, 슬프기까지 해서 큰애도 작은애도 그냥 되는대로 내버려뒀습니다.

오늘까지 계속 그럴 수는 없어서 아침부터 커피 한잔 또 한잔, 카페인 기운이 사라지면 또 한잔.. 빈 속에 한잔..

다른 때는 하루 정도 지나면 제가 먼저 남편에게 말을 걸거나 남편이 뭐라 문자라도 보내주는데

이젠 그것도 저희 둘 다 지쳤는지 서로 그냥 조용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해 봤자.. 라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애들 생각해서 더 노력하고 좋은 부부 사이가 되어야 할텐데 이거 참 어렵고도 어렵네요.

 

 

IP : 121.147.xxx.3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1.11.2 2:44 PM (211.237.xxx.51)

    남편분이 아빠가 되기엔 좀 부족한 분이신것 같아요.
    아이를 예뻐하긴 해도 본인도 육아에 동참해서 같이 아이를 교육시켜야 한다는것을
    모르는... 아니 그러고 싶지 않은 그러기엔 귀찮은..
    그런 남자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원글님이 잘 설득해야죠. 이건 정말 답이 없어요.
    예전에 저희 딸 어렸을때 십육년? 전이네요...
    저희 남편은 아이를 잘 봐주기는 했지만 저와 교육관이 너무 달라서
    그냥 제가 제 식대로 키우겠다 하고 말았지만... 지나놓고 보니 그때 남편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같이 육아에 동참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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