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응모]인연이 있으면 천리밖에서도 만난대요..

[댈러웨이부인]

몇년전,아니 한 십년전인가 중앙일보에서 매달 한번씩인가 토요일에 탄천주차장에서 주최하던 아나바다 기억하세요?
그땐 애들이 어려서,늘 신문에서 광고를 보면서도 가보고 싶은 맘을 꾹꾹 누르고 참기만 하다가,드디어 어느 토요일 더이상 참지 못하고 하나 들쳐업고 하나 걸려서 아나바다 시장 구경을 갔었죠.
정말 넓고 물건도 많더라구요.하지만 생각처럼 좋은 중고물건이 많은 건 아니었어요.
싸구려옷이나 무슨 상을 받았다는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들고 나와 파는 상인이 대부분이었고,일반인이 들고나온 물건은 별로 없던 기억이 나네요..그래도 애들 끌고 간 보람이 있으려니 흙속의 진주같은 저 빵틀이 눈에 띄지 뭐예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적 없는 법랑코팅 번트틀이라 좀 비싸도 사려고 했는데 가격까지 착하고 이쁜 천오백원.
당시엔 지금처럼 홈베이킹이 일반화되지 않아서 백화점에서 수입제품만 팔던 때라 파운드틀 하나만 사도 만원에 육박하던 시절..!
파시던 분이,어쩌다 생긴건데 엇따 쓰는지도 모르겠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건데 생긴 걸 보아하니 꽤 비싸게 산거 같다고 '천오백원'은 받아야겠다고 하시는데, 깎을 생각같은 건 나지도 않고 덥썩 집어 왔답니다.
용량이 3리터는 됨직한 대용량이지만 얇아선지 제 드롱기오븐에도 가뿐히 들어갑니다.
뚜껑과, 그 뚜껑이 돌아다니지 않게 연결하는 부속까지 있어서,보통때는 플라스틱 쿠키커터나 짤주머니들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지요.(스텐레스커터들은 법랑을 긁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버터 밀가루칠 열심히 하지 않아도 케이크가 깨끗이 떨어져 나오는데다 저렇게 큰 케이크를 구워도 색이 골고루 나오는 건 법랑덕인지,아님 얇은 생김 덕인지 잘 모르겠어요.

문제는 워낙 덩치가 큰 케이크이다 보니 기존에 갖고 있던 밀폐용기 따위로는 수납이 안되는 거였어요.
몇번,조각조각 잘라 보관하다가 큰맘먹고 방산시장에 케익보관함을 사러 갔더니 웬걸,마땅한 보관도구도 없을 뿐더러 달랑 뚜껑만도 만원돈 했던 것 같아요.
좀 빈티나긴 하지만 그냥 집에 있는 쟁반으로 받침을 삼자고 위안하며 저 아크릴 뚜껑만 사들고 돌아오는데,을지로 어느 골목길이던가,한 호프집이 문을 닫았는지 온갖 집기며 부순 싱크대 나부랭이들이 길에 수북히 쌓여있는거예요.
물론 돈될만한 건 그렇게 쓰레기로 내놓기 전에 업자들이 처분했겠죠..그 더미들을 피해 돌아가려는 순간 제 눈에 걸린 원목 마른안주쟁반..!!

누가 볼까봐 얼른 집어들고 집에 서둘러 돌아왔는데,집에 와서 사들고 온 아크릴뚜껑을 덮어보니 잰듯 꼭 들어맞는거 있죠..!!
헐겁지도 작지도 않게.살짝 끼는 듯한 느낌으로 뚜껑이 쟁반안의 작은 원에 딱 맞는거예요.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리길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쟁반에 뱄던 은은한(..!) 맥주냄새도 찾을길 없고,어디 음식 해 갈 때도 이 안에 담아서 보자기로 싸들고 가면 은근히 폼나기까지 한답니다.
보통 때는 늘 식탁위에 올라앉아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아하는 분식집 노릇을 하고 살아요.

어느나라에서 왔는지 모를 법랑 번트팬과 방산시장표 아크릴케익뚜껑과 문닫은 맥주집의 마른안주접시가 만난 환상의 삼인조..이걸 인연 말고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ㅋ


훨씬 나중에 락앤락에서 케익보관함이 나왔다는 말에 혹해서 하날 구입했었어요.
근데 보통 구입하거나 만들게 되는 21센티 지름 3호케익을 한번 먹고 남은 양을 보관하기엔 너무 큰 데다 냉장고에 반찬통 한두개 넣고 남은 자리에도 안들어가게 덩치가 크더라구요.
결정적인 건 잠금장치가 아래선반에 붙어 있어서 케익이나 음식을 담아 어디에 들고간다는 건 너무나 위태로운 일이예요.
뚜껑부분만 해도 꽤 무게가 나가는데,음식 담은 접시며 케익이 담긴 아래바닥이 흔들거린다면..아 생각만 해도 아찔~~
그래서 보통때는 바닥위에 윗몸통을 뒤집어 놓고 자질구레한 부엌살림을 수납하는 바구니로 써요..

[구경꾼]

저 범랑틀 정말 싸게 잘 구입하셨네요 ^^
신랑 직장 거래처에서 기념품으로 준 원목쟁반이 저희집은 주전자에 물끓여 놓고쓰는
받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거 보니 왠지 우리집 쟁반이 불쌍해 보입니다
그리고 저 락엔락 케익보관함 저도 얼마전에 샀는데 너무크고 활용도가 높지 않는것 같아요

[미미맘]

법랑 특이하고 정말 예쁜데요. 구겔호프틀 맞죠?
전 케잌커버로 투명한 샐러드 스피너통 뒤집어서
덮고 뚜껑을 바닥으로 써도 괜찮더라구요.

[라커]

와~~
맨위 범랑 정말 특이하고 이뿌네요...
신기신기~~하게 생겼어요

[김정희]

눈이 보배네요.
삼합(?)..... 좋은 인연들 맺게 해주었네요. ㅎㅎ

[댈러웨이부인]

정희님이 붙여주신 이름이 더 재미있네요^^삼합이라..맞아요..저정도면 삼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