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 글에 묻어 가려는 이 심보. 히히.
요즘 거실을 서재로 꾸미는 분들 많이 계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해볼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가끔씩 보고 싶은 프로그램 봐주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더라구요.
그대신, 저희 부부에게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인
이쁜 그릇에 밥 담아먹기 놀이를 좀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평소 부엌에 있는 식탁 위에
이것저것 올라가 있는게 많아서
식탁 느낌도 안나고,
부엌이 어두워서 밥 먹을 때에도 좀 불편해서
거실 소파 앞에 간이 테이블을 두고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왔어요.
그런데 그 간이 테이블 대신 진짜 테이블을 두기로 하였습니다.

집에서도 일을 자주 하는 남편 때문에
거실에 또 꼭 있어줘야 하는 것이
컴퓨터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케이 4인 식탁 저렴한 것 두개를 사서
새로 색을 칠하고
요렇게 붙여 놓았습니다.
한쪽에는 남편 컴퓨터가 자리를 잡고 있고
나머지는 다 제 공간입니다. ㅋㅋ
노트북도 쓰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손님들이 오셨을 때, 남편 컴퓨터를 옆으로 좀더 밀면
7,8명 정도는 앉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거실 테이블 확장의 목적 중 하나예요.

반대편에서 찍어 본 사진입니다.
나아중에 디자인 하는데 무리 없는 사양 좋은 노트북 돈벌어서 하나 사주면
저 덩치 큰 데스크탑도 사라지겠죠?
여보 좀만 기다려, 내가 돈 많이 벌어 사주께!!
5월의 마지막 주말, 이 테이블 두개 조립하고 색칠해서 재배치 하니
휴일이 후다닥 가버리더구만요.

일하다가 거실 소파에서 잠자기 일쑤인 남편 덕에
결혼할 때 구입한 소파 중간이 조금 가라앉았어요.
워낙 저렴한걸 사서 그런 탓도 있겠지요.
어차피 소파를 테이블과 함께 쓰려면 높이가 낮기도 해서,
누워서 뭉개도 끄떡 없을 것 같은 벤치를 두개 짜봤습니다.
얼마전에 사부작님께서 올리셨던 반제품 파는 사이트에서 저도 주문해서
이케아 테이블에 칠했던 것과 같은 색으로 칠했어요.
나름 세트 삘이 난다는.. ^^
여름이라서 깔개 없이 쓰는게 더 시원할 것 같아서
한동안은 요렇게 쓰려고 합니다.
6월의 첫째 주말.
연이은 노동.
노동도 중독인지, 물건 보면 욕심이 나더라구요.
이케아 제품보다 좀 덜 다듬어져있어서
사포질도 하고,
노동의 강도가 이케아 테이블을 능가했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좋아요. ^^

정면 사진이예요.
급하게 이사오느라 도배도 못하고,
패브릭이라도 할까 했는데, 그것도 천만 사놓고 막상 안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묵혀둔 패브릭이랑, 작년에 사놓은 린넨 천들 꺼내어서
여름용 커튼이랑, 쿠션 껍딱~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어제 밤부터 시작해서
다 마치고 나니, 거실에서 재봉질 하는 제가 외로울까봐
거실에서 코를 디링디링~ 골면서 자는 남편 궁뎅이를 아침 해가 콕콕 찌르더라는!!
콧김을 힝힝~ 뿜으면서
이른 바 "분노의 직선박음질"로 온 밤을 새웠습니다. 흑.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직선박음질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여러가지
식탁보, 매트, 쿠션, 커튼, 등등...
박음질도 박음질이지만,
재단하는 거나 나중에 청소하는 것 도 참 귀찮아요.
매번 이쁜 애들을 만들어내시는 브리지트 님, 정말 존경해요. ㅠ.ㅠ

오늘 마침 아는 동생이 결혼식 준비로
근처에 왔다가 저희집에 들러 점심 먹고 차마시는데
요 테이블이 제 본분을 다하였습니다.
뭐, 밖에서 밥 먹는 것보다
요렇게 집에서 마주 앉아 밥 먹고, 차 마시고, 과일 먹고,
훨씬 편하고 좋드라구요.
결혼선물로
돈 주지 말고, 요런거 하나 만들어 달라고 말하는 놈의
엉덩이를 걷어차 보내버렸습니다. ^^
아직 아이가 없지만,
나중에 아이 생겨도
집 안에 텔레비전 한 대,
컴퓨터는 모두 거실에, 라는 별거 아닌 원칙은 꼭 지켜보려고요.
각자의 방에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끼고 앉아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자기 만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정말 슬플거 같아요.
말 그대로 먹고 놀고 즐기는 것을 모두 모여 할 수 있는
Living room 을 만드는게
제 꿈이랍니다.
오랜만에 집을 한번 들었다 놓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 늘어놓는 사람 따로 있고
정리하는 사람 따로 있다는 생각... 드시죠?

저도 그래요.
남편이 자신의 존재감을 물건 늘어놓기로 하는 터라...ㅋㅋ
그래서 요렇게
거실 정리 기념으로 쪽지 하나 써서 남편 컴퓨터 옆에 세워놓았습니다
2주일이 넘었는데 아직 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거실도 나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땀을 뻘뻘 흘리면서
테이블을 조립하고 색을 칠하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위로 차원에서 찍어준
5월의 마지막 끝물 장미입니다.
아요.... 그나저나
집에서 이런 일 하는건 하나도 안힘든데,
왜 회사 가서 8시간 일하는건 그렇게 힘들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