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로스팅은 이런거구나...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집안에 로스팅 바람이 불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친정 오래비가 첫 테잎을 끊었지요.
오래비는 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본 구매대행으로 소형 로스팅기를
주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래비의 로스팅기를 유심히 본 신랑이 저거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하고 만든것이
저희집 콩순이 입니다.

콩순이의 모양은 대략 이렇습니다.
멸치망을 사다가 구멍을 뚫고 어찌어찌 하여 만든것입죠.
커피동호회에 가면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어느분은 십여분동안 직접 돌리시고 어느분은 모터를 달기도 하고 말이예요.

후라이팬으로 볶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볶는것도 상관은 없지만 이럴경우 손목이 상당이 아픕니다.
그도 그럴것이 균일하게 볶기 위해서 십여분을 같은 자세로 계속 불앞에 서서 후라이팬을
일정속도로 흔들어 줘야하니까요

제 콩순이로 볶은 인디아 몬순이란 원두 입니다.
이 원두의 특징은 부드러운 맛에 있지요.
색은 꽤 그럴듯해 보이지 않나요? 근데 향이 너무 약해서 뭔가 잘못 볶아진듯 합니다.
제가 커피 동호회에 향이 안나는것 같다고 뭔가 잘못된거 같다고 하니
어느분이 로스팅계에 들어 온지 얼마 안된사람이 잘볶는다는건
마치 운전면허 처음 딴 사람이 카레이서처럼 운전을 끝내주게 잘하는것과 같은거라고
꾸준히 연습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맛을 찾아 낼수 있도록 많이 볶아 보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하시더군요.
네..제가 너무 성급했던거 같습니다.
요리로 말하자면 이제 처음 콩나물을 다듬어본 사람이 내년에 환갑을 맞는 순수 전라도 손맛의
청량리 이여사(저희 엄마입니다.^^;;) 콩나물무침맛을 낼수 없는것과 같겠지요.

이것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라는 원두 입니다.
이 아이는 1차 팝핑이 일어나고 2차 팝핑이 시작될 무렵에 불에서 내려서 식한것 입니다.
(팝핑이란 불위에 있는 생원두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툭~투툭 소리를 내며
마치 팝콘이 튀기듯 소리를 내며 튀는것을 말합니다. 1차 이후에 몇분이 더 지나면 2차팝핑이 일어나는데
자기 입맛에 따라 부드러운 맛을 원하면 그때까지 더 강한맛을 원하면 더 볶기도 합니다.)
예가체프는 볶아 놓으면 캬라멜향이 납니다. 죠리뽕 비슷한 향이요.

신선한 원두에 처음 물을 살짝 적셔주면 저렇게 호빵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별로 안부풀어 보이시죠. 사실 저것보다 더 부풀어 올라야 하는데 제 드립실력이 이렇습니다.ㅡ..ㅡ;;)
신선한 원두를 아침에 갈면 온 집안에 커피향이 좍~~~퍼지는데 그것만으로도 아침이 너무 향기롭습니다.
저는 좀 약한 원두를 좋아해서 좀 약한게 뽑는 편인데 일반적으로 10그램정도를 한번에 드립해서 마시는게
정량이라고 합니다.
새해에는 연습 좀더 많이 해서 더 잘볶아진 원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 이렇게 집에서 볶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 뻑~~~~(--)(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