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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어두운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 조회수 : 2,998 | 추천수 : 2
작성일 : 2013-01-03 05:39:06


2012년은 우리 가족에게 아름다운 기적들이 차례대로 펼쳐졌던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남편과 제가 동시에 실직을 해서 기막힌 가난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뒤에 제가 다시 복직을 했고, 엄마 아빠의 아픈 마음을 깨끗이 아물게 해줄만큼 큰 아이와 셋째가 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요. 큰 딸은 4년 장학생에 생활비와 책값까지 다 받으면서 바라던 대학에 입학을 했고, 첫 학기에 올 에이를 받고 왔네요.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 셋째는 직장과 공부에 쫓겨 잔소리 한마디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느라 고등학교 입학 후 내내 일등을 놓치지 않는 야물딱스러운 딸입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의 마음은 일단 안심을 시켜주지요? ㅎㅎㅎ 첫째와 셋째가 공부로 일단 안심을 시켜주는 사이 둘째와 넷째가 얼마나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주었는지 얘기해드릴께요.

우리 가족이 가난 속에서 헤엄치고 있던 시기 내내 우울에 빠져있던 둘째가 작년에 자발적으로 상담을 받겠다고 하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었어요. 가뜩이나 마음이 여리고 예민한 아이가 부모의 무능력으로 더 마음이 다친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아이를 바라보기가 너무 어려웠고, 걱정에 잠 못이룬 시간도 많았지요. 그렇게 위태로워보이던 둘째가 상담을 다닌지 반년 정도 지나니 제 스스로 이제 그만 다니겠다고 했어요. 작년 여름에 교회에서 고등학교 졸업반들을 위한 파티가 있었는데, 큰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이 모두 참석을 했었지요. 가족들 중에서 고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와서 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우리 둘째가 앞으로 나가더라구요. 늘 내성적이고 새침한 둘째답지 않은 행동에 우리 모두 가슴을 졸였지요. 둘째의 얘기에 우리 가족 모두다 얼마나 많이 울고 감사했는지요. 자기는 그동안 너무 똑똑한 언니 밑에서 많이 눌려있었다고요...언니만큼 뛰어나지 못한 자신이 싫기도 했고, 그래서 언니가 밉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맏딸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어렴풋이 알 것같았대요...그 힘든 자리를 원치도 않게 떠안고도 불평불만 없이 언니 노릇 묵묵히 잘하고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는 언니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고, 그동안 한번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고맙고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려고 나왔다고 했어요...언니와 끌어안고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둘째가 그 어느때보다도 더 자랑스럽고 이뻤어요. 그 이후 둘째는 교외 봉사단체에서 여름 내내 리더로 봉사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더니 지역 판사들과 변호사들과 함께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절대로 앞에 나가는 일은 하지 않으려하던 둘째로서는 엄청난 변화이지요.

한동안 막내도 반항(?)의 시간을 보냈었어요. 중학교 2학년 한참 사춘기가 올 때인데, 엄마 아빠는 전기세 수도세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있고, 제 딴에도 너무 갑갑했으련만 미처 헤아려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요. 어느 날엔가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를 보았더니 엄마 욕을 한바가지 써놓았더라구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이 실감나도록 화가 났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 참았어요. 다음 날 아이를 불러 제 나름대로 최대한 차분하게 얘기했지요.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 형편이 지금 너무 어렵고 힘들다...그래도 잘 참고 네 할 일을 열심히 해주는 네가 고맙다...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너의 문자에 엄마 마음이 아주 많이 상한다...여러가지 심한 말들이 많더라...엄마는 그동안 엄마답게 너를 대하느라 심한 말 쓰지 않으면서 대해왔는데 네가 엄마를 그렇게 표현한다면 엄마도 공평하게 엄마의 감정 그대로 말에 담아 표현하고 싶다...우리 그냥 서로 엄마답거나 딸다운 거 다 포기하고 하고 싶은 말 그때그때 아무 말이나 다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살자....그랬더니 갱년기 엄마의 "음흉한" 속을 모르는 열세살짜리 막내가 흐믓하게 웃으면서 그러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다쓰면서 아이와 대화하기 시작했어요....ㅎㅎㅎ 문장 하나에 욕 두어 개는 기본으로 넣어서요...처음 저의 욕을 들었을 때의 우리 막내의 그 표정...평생 못잊을 겁니다 ^_________^ 황당함과 기막힘과 배신감...뭐 그런 거였겠지요. 너도 같이 써도 된다고 했는데도 아이는 오히려 몇 곱절 공손한 말로 대꾸를 하더군요. 너 그러지 말아라 우리 그냥 서로 편하게 지내자 했지만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꼭 사흘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났더니 저에게 따로 찾아왔어요. 자기가 잘못했으니 제발 집안에서 고운말을 쓰고 살고 싶대요. 엄마가 그렇게 험한 말을 쓰니까 자기가 공부가 안된다네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이를 불러 앉혀놓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함께 허물어지기로 작정하면 끝이 없는 거다.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다워서 이렇게 너희 자매들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엄마답게 위해 노력하고 배우니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하는 거다.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하기로 작정한다면 나도 너 못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인데 그 책임은 아프게 마련이다. 나는 그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함부러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거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성하더니 그 날 이후, 막내는 잔소리 없어도 제 할 일 잘해주는 고마운 딸로 돌아와주었어요. 이번 학기 학업 우수상도 타오고 집안 일도 얼마나 잘 거들어주는지 얘가 그때 그 애 맞나 싶습니다^^ 언젠가 또다시 이런 시기가 오겠지만, 그때에도 아이와 저는 또 새롭게 서로를 배워가면서 대처해야겠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 앞에 닥친 어려움을 헤쳐가는 동안, 저는 다니던 로스쿨에서 두 번에 걸쳐 장학금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10월에는 남편이 너무 좋은 직장에 새로 취업이 되었어요. 한국 나이로 오십인 남편이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할 것은 사실 애당초 기대도 안했던 일이지요. 젊고 박사 학위까지 있는 인재들도 다 직장을 잃고 있는 요즈음인데 퇴직할 나이의 남편이 갈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언제 어디에 이력서를 제출했는지 기억도 못할만큼 많은 이력서를 보내고 번번히 탈락 소식만 듣던 남편에게 기적같은 일이 생겼어요. 독일계의 탄탄한 회사에서 남편을 불러 믿기지 않을만큼의 조건으로 채용을 했어요. 파트 타임을 주어도 감사할 판국에 당장 며칠 뒤부터 정직원으로 출근하라는 소식에 우리 가족 모두 어린 아이들처럼 뛰면서 기뻐했답니다. 고용조건도 무엇 하나 흠 잡을 수 없는 조건이었고 급여도 우리가 바랬던 것의 몇 배나 되는 액수이니 그야말로 기적이지요.

10여년 동안 남편의 사업 실패와 연달아 찾아오는 실직으로 우리 가정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에 어두움이 깃들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용기를 내자고 주먹을 불끈 쥐고 새로운 결심을 해보기도 했지만, 무능해보이는 남편이 밉기도 했고, 우리의 처지가 기막혀서 어디든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은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밤에 자리에 들때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떠오르는 태양이 희망이 아니라 좌절로 보여지던 그 수많은 날들이 아직도 돌아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저는 저대로,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가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어려움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어려움이 온다 해도 겁먹고 넘어지지 않고 함께 힘을 합쳐 끌어안고 걸어가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는 것도 배웠으니 이만하면 돈으로도 못 살 인생공부를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준 거지요.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계신가요? 앞으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이 길을 이렇게 미련하게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신다고요? 다 팽개치고 새로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그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답니다. 그냥 허접한 끝이 아니라 아름다운 기적같은 해피엔딩의 끝이 꼭 있어요. 누구 좋으라고 지금 팽개치시나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지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막힌 엔딩이 저 편에서 묵묵히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있거든요. 어제 남편과 그런 얘기를 했어요. 너무 힘들어 죽고 싶던 그 때에 만일 조금 생각 잘 못하고 죽었으면 이런 기쁜 시간을 못 봤을 거라고요. 색깔과 모양이 다른 여러가지 힘든 일들이 또 다가오겠지만, 그때에도 지금까지 해왔듯이 우리 부부가 손을 맞잡고 한 마음으로 지나간다면 터널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지 않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얼마나 많은 기적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못 보는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지 잊지 마세요!

 


짧은 댓글일수록 예의를 갖춰 신중하게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방하착
    '13.1.3 7:06 AM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늘 올려주시는 귀한 글 보며 때론 용기를 때론 지혜를 얻었습니다...오늘 기쁜 소식에 첫 댓글을 달게되어 영광입니다...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동경미
    '13.1.3 4:38 PM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좌충우돌하는 우리 모두의 삶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에요.

  • 2. 에이프릴
    '13.1.3 8:19 AM

    너무 행복해보이는 가족이세요.딸들도 기특하고요 고생끝에 낙이온다는 그말이 저희가족에게도 임하길 기도합니다.오늘 다시한번 최선을 다하는 삶을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엄마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애쓰셨어요^^~~

  • 동경미
    '13.1.3 4:40 PM

    고생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한동안은 참 속상하게 들리던 때도 있었지요. 아무리 해도 낙이 오지 않아서요^^ 실직에 실직을 거듭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랬던 것같아요. 그런데 그 말이 맞는 말인가 봅니다. 사실 고생 속에서도 낙이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거에요. 고생이 크다보면 그 낙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못보는 거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들이 많으시길 기도합니다!

  • 3. irom
    '13.1.3 11:05 AM

    저 울었어요 정말 기적이 기다리고 있나요? 묵묵히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요? 그럼 저도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가보려고요..

  • 동경미
    '13.1.3 4:42 PM

    그럼요! 기다리고 있고 말고요!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때라고 하지요. 지금 당장은 죽을만큼 힘이 들어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참으로 잔인할만큼 사실이더군요. 좋은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제 말 꼭 믿으세요^^ 2013년에 마음 잘 추스리시고 새로 일어나서 가보세요. 내년 이맘 때에는 웃으실 거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4. 커다란무
    '13.1.3 7:03 PM

    제가 잘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자게에서 늘 따뜻한 위로의 글들을 남기신분이 아닌지요?

    좋은글..좋은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노력해야겠어요

  • 동경미
    '13.1.4 1:21 AM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새해에는 커다란 무님의 가정에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 5.
    '13.1.3 7:49 PM

    자판에 손을 얹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무슨 말을 하고는 싶은데,,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남편분 복직도, 가정의 어둔 터널 속에서도 마음이 훌쩍 큰 아이들도
    외국에서 공부하며 로스쿨 장학생이신 원글님도..
    올 한 해 제 인생의 롤 모델이십니다.
    진짜 축하드립니다.

  • 동경미
    '13.1.4 1:23 AM

    롤모델이라니 영광입니다! 지나가는 순간 순간에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 힘들었지만, 그리고 또 살다보면 언제라도 시련이 다가오겠지만, 가족이 하나가 되어 숨죽이고 지나가다보면 기쁜 일들도 있는 것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기쁘고 행복한 일이 가득한 새해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 6. 예쁜솔
    '13.1.3 8:04 PM

    축하드리고...
    정말 아름다운 가족입니다.
    새해 행복하세요^^

  • 동경미
    '13.1.4 1:23 AM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으시고 새해에는 계획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지시길 기도합니다!

  • 7. 푸른솔
    '13.1.3 11:09 PM

    공부하시느라 못들어 오시는 줄 알았는데 간간이 소식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도 지금 시련에 들어 있는데요. 어느땐 정말 포기 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어서, 책임감에 마음 다잡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동경미
    '13.1.4 1:25 AM

    방학이라 그래도 좀 숨을 쉬고 있지요^^
    시련은 우리를 단단하고 해주고, 가족이 더욱 하나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지요. 포기하지 마세요! 아이들 손 붙잡고 잘 걸어가다 보면 꼭 좋은 날이 옵니다. 헛된 고생은 없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금 지나는 시련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가고 가정에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 8. 아이추워
    '13.1.4 6:04 AM

    짧은 글로 매순간순간마다 어떤지혜로 일을처리하는지모르겠지만
    분명 지혜롭게살아오신것 같아요
    믿음안에서 사랑하는 가족 너무 멋지네요!

  • 동경미
    '13.1.5 8:15 AM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9. 파뤼
    '13.1.4 4:55 PM

    육아&교육방에서 많은 도움받았습니다.
    제가 죽음같은 바닥을 칠때 아이교육철학도 엉망이었는데
    덕분에 다행이 아이들 잘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 얘들도 동경미님 따님들처럼 공부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사진에 동경미옆 따님이 막내딸인가요?
    제 딸과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 동경미
    '13.1.5 8:18 AM

    잘 계신다니 기쁜 소식이네요^^ 제 바로 옆에 있는 아이는 셋째이고, 그옆이 둘째, 첫째, 그리고 제일 오른쪽에 있는 아이가 막내랍니다. 다들 비슷비슷하게들 생겼지요? 저희 딸과 닮은 따님이 있으시다니 더 친하게 느껴지네요 (저와도 닮았을 것같아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0. Harmony
    '13.1.10 9:15 PM

    정말 내일같이, 같이 기쁘네요. 아름다운 가족입니다. 동경미님의 인내와 사랑과 믿음 칭찬받아 마땅합니다..짝짝짝~
    앞으로는 항상 좋은일만 있기를 기도할게요.

  • 11. 그린허브
    '13.2.4 1:13 PM

    잘 읽고 갑니다,,,앞으로도 행복만드는 하루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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