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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생겨납니다!

| 조회수 : 3,315 | 추천수 : 2
작성일 : 2012-06-12 02:07:39

마흔 여섯에 로스쿨에 입학하여 1학년을 마친 작년 가을, 남편과 제가 동시에 직장을 잃었었습니다. 네 아이들을 데리고 살 길이 막연하여 눈물을 길에 뿌리면서 다니다가 어느 날 학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쌀값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니 휴학을 해야겠다고 했더니 칠순을 바라보시는 학장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뜬금없이 저에게 약속을 하나 해 줄 수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어리둥절해있는 저에게 학장님은 앞으로 다시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냐고 하셨습니다. 당신처럼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이 길에 뛰어든 사람을 학교가 잃을 수 없으니 2학년 학비를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만 열중하라고 하시는 학장님 앞에서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 니다.

6개월동안 실직 상태가 계속되다가 다행히 연말에 저는 다시 취업이 되었지만, 남편에게 재취업은 어려웠습니다. 결국 남편은 직장을 찾는 일을 포기하고 하던 사업을 다시 일으켜보느라 아직도 애쓰고 있는 상황이고, 이번 가을에 대학에 입학하는 큰 아이도 있으니 학장님을 통해 받은 축복의 기쁨은 어느 새 사라지고 또다시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큰 아이가 지원한 대학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었습니다. 학비 뿐 아니라 기숙사비, 책값, 식비, 그리고 매월 용돈까지 학교에서 부담하겠다고 하니 놀라운 기적이라고 온가족이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 기쁨 속에서도 3학년을 등록해야 하는 저의 마음 한구석에는 맷돌 하나가 얹어져, 저의 학비에 대한 걱정으로 또다시 잠을 못 이루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늘그막에 공연히 공부를 시작해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 주에는 걱정이 극에 달해 아무리 알아봐도 해결이 안되면 아무래도 학업을 잠시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또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학장님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미세스 동, XX 재단에서 당신에게 3학년 전액 장학금인 $11,000 을 수여하기로 결정했고 이번 토요일 우리 학교 졸업식 진행 중 장학금 수여식을 할 것이니 참석하세요! 축하합니다!"

내가 뭔가 잘못 알아들은 것같아 말을 더듬으면서 물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요? 제가 전체 1등도 아닌데요? 우리 학교는 1등에게만 장학금을 주잖아요?" 학장님은 예전처럼 껄껄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기도하면 다 이루어집니다! 당신은 자격이 있어요!"

기도하면서도 설마 하던 사라의 믿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학장님의 말씀이 새겨집니다. 기도하면 다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말 저는 쓸데없이 걱정만 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어제 로스쿨 졸업식 제일 마지막 순서로 저에게 장학금 증정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의 잔치인데, 오히려 저에게 모든 관심과 격려가 쏟아지는 아름다운 자리였습니다. 저에게 장학금을 주는 재단은 제가 지난 학기에 수업을 들은 법철학 교수님의 돌아가신 사모님을 기리기 위한 장학 재단인데,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사모님의 정열과 사회 봉사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학생을 선정하셨다고 합니다.

법철학 강의가 정말 저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과목이었고, 매 수업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따라가기가 힘들어서 이러다가 과락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악몽도 여러번 꾸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시면서, 칠순을 넘기신 교수님께서는 당신이 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셨다는 감동의 메세지를 주셔서 저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기어이 젖게 하셨습니다.

식순서가 끝나고 돌아오려는데 학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이 넷에 풀타임 직장을 가지고도 공부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히 남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꼭 졸업하고 가슴이 따뜻한 변호사가 되어주세요! 당신을 졸업시키는 게 우리 모두의 목표입니다!"

엄마가 공부한다고 수많은 시간과 관심을 양보하고 오히려 엄마를 이해하고 도와주었던 고마운 딸들, 그리고 아내의 빈 자리를 묵묵히 불평 한 번 없이 채워주면서 물심양면 학업을 돕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 나이 들어 공부하겠다는 며느리 건강 해치면서 공부할까봐 좋아하는 반찬 아낌없이 만들어 보내주시고, 학비도 도와주셨던 시어머니, 공부하느라 남동생 내조 제대로 못하는 올케 밉상일 수도 있건만, 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시누님들, 그리고 새벽기도로 도우시는 친정 부모님...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잘 것없는 동양 아줌마를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는 고마우신 학장님...어찌 제 혼자 힘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이 분들이 차려놓으시는 상에 저의 수저 한 벌만 놓고 거저 먹는 기분입니다.

그토록 가슴 졸이던 3학년 학비가 해결되었으니, 이젠 정말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 남아있습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생겨납니다. 사막에도 길이 나고, 마른 땅에도 오아시스가 솟아납니다!


큰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우리집의 보물들을 찍어보았습니다^^


셋째의 중학교 졸업사진이에요. 참 많이들 컸네요. 이렇게 때로는 힘든 속에서 메마른 사막 길을 걸어가는 듯 하다가도, 기대하지 않은 오아시스의 맛을 보기도 하면서, 지쳐도 아주 쓰러지지는 않으면서 우리의 인생은 잘 흘러갈 것입니다.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어나
    '12.6.12 7:53 AM

    축하드려요. 동경미님 글에 첫 댓글을 다는 영광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누리네요.
    항상 믿는대로 이룬다는 쉽지 않은 교훈을 직접 보여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의심을 접고 열심히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 감사히 배워가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편안하세요.

  • 동경미
    '12.6.12 1:55 PM

    피어나님, 잘 지내셨죠?
    첫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사실 늘 흔들리는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흔들리면서도 아주 쓰러지지는 않는 것이 어찌 보면 참 신기하지요.
    어찌어찌 매순간을 지나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인생을 알아가는가 봅니다.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 2. candy
    '12.6.12 8:21 AM

    건강한 웃음이 참 보기 좋아요^^

  • 동경미
    '12.6.12 1:56 PM

    네 모처럼 자매들이 함께 웃는 모습을 담아서 저도 너무 좋았어요^^

  • 3. 참새짹
    '12.6.12 9:13 AM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렇게 멋진분이 실제로 계시는군요. 동경미님으로부터 가슴 울림과 나도 망설이지 말아야지 하는 용기를 얻습니다.
    "당신은 분명히 남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꼭 졸업하고 가슴이 따뜻한 변호사가 되어주세요! 당신을 졸업시키는 게 우리 모두의 목표입니다!" 이런말이 오고가는 미국은 참 멋진동네구요. 저도 돈에 아웅대거나 남의 열정과 도전을 불가능하다고 비웃지 말아야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동경미님 바쁘시더라도 또 이렇게 들려 한국에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들에게 꿈과 열정을 보여 주세요. 동경미님이 꼭 변호사 되기를 저도 바랄께요...

  • 동경미
    '12.6.12 1:58 PM

    미국의 여러가지 단점들이 있지만, 사람 사는 곳이 어니다 그러하듯이 멋진 점들도 있지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지지에 있어서는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제가 겪은 분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랬네요.
    저도 이제 오십을 바라보면서 저의 열정에 제 스스로 의혹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학교가 참 고맙지요. 격려 감사드려요!

  • 4. 루비
    '12.6.12 10:55 AM

    동경미님....

    너무나 반가워요.. 지난번에 저희 아이들에 관한 글을 올렸을때 따뜻한 격려와 조언도 감사드리구요..

    또 이렇게 절망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으 보여주면서용기를 주셔서 더욱더 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세요.. 한번도 뵙적 없지만.. 늘 응원하고 기도할께요..

  • 동경미
    '12.6.12 1:59 PM

    저도 반가워요, 루비님!
    저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요.
    절망과 희망을 넘나들면서 늘 변함없이 느끼는 것은 인생은 정말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거지요^^
    루비님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 5. 프리지아
    '12.6.12 4:49 PM

    눈물납니다.신앙간증인가? 몇번을 훓어보았네요....도우시는 하나님....참 기적과같은 일들을 이루시고 사시는 동경미님이 부럽습니다.
    좋은 뜻을 펼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동경미
    '12.6.18 2:20 AM

    감사합니다! 생각나실 때마다 기도해주세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참 놀랍지요?

  • 6. 권희선
    '12.6.12 10:29 PM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저에게 선물로 주시네요~ ^^...

    정말 대단하시고 부럽습니다~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은총이 함께 하시길 화살기도 쏴드려요~ !^^!

  • 동경미
    '12.6.18 2:21 AM

    감사합니다! 화살기도까지 주시니 더욱 기운이 납니다!

  • 7. 미모로 애국
    '12.6.14 11:03 AM

    늦은 나이에 다시 학업을 하고 있는 저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따뜻한 글이네요.
    가족 모두 내내 즐겁고 행복하시길 빌어요. ^^

  • 동경미
    '12.6.18 2:22 AM

    공부 시작하셨군요! 잘 하셨어요! 나이 든 학생끼리 함께 화이팅입니다!!!

  • 8. 이규원
    '12.6.14 9:26 PM

    동경미님~~
    인간승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생겨난다
    이 말을 항상 기억하면서
    저도 생활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동경미
    '12.6.18 2:22 AM

    감사합니다! 뜻이 있으면 없던 길이 생겨나는 놀라운 이치를 잊지 마세요^^

  • 9. 이네스
    '12.6.16 1:03 AM

    동경미님이 원하시는 일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할께요.정말 좋은 변호사가 되실 것 같아 기대됩니다.
    이렇게 기쁨을 여러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니 너무 좋네요.
    소식 자주 전해주세요. 로스쿨 가고싶은 1인 여기 있으니까요. 저두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겠습니다.

  • 동경미
    '12.6.18 2:23 AM

    감사합니다!
    로스쿨 가시고 싶은 분이군요^^ 망설이지 마시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저는 뭐든지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생각하는 타입이라 ^^;; 좋은 소식 있기를 기도할께요!

  • 10. 쌀로S2
    '12.6.16 4:57 PM

    정말 멋지세요!

  • 동경미
    '12.6.18 2:24 AM

    감사합니다! 저에게 온 축복 나누어드립니다!

  • 11. 베리타스
    '12.6.20 6:05 PM

    님의 글을 읽고 로긴을 안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행사를 주관하시는 분, 선하신 우리 주님께서 동경미님을 어찌나 사랑하시는지 느껴지더군요. 님의 평안과 강건함을 위해 중보드리며 화이팅 하세요! 당신은 하나님의 자존심이세요

  • 동경미
    '12.6.21 3:08 PM

    감사합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 자신보다 더 많이 우리를 사랑하시지요. 무언가 저에게 맡기시려고 준비하신 일이 있는 것같아 벅차게 기다리면서 공부합니다^^

  • 12. 꼭행복하여라
    '20.3.16 9:53 PM

    오랜만에 원글을 다시 보았습니다.
    강건하시지요?
    소식 많이 궁금하네요

  • 13. 꼭행복하여라
    '20.3.16 9:54 PM

    베리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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