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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조회수 : 2,41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4-03 00:28:23
며칠 전 딸아이가 지원한 학교 중 정말 가고 싶어했던 학교로부터 불합격 소식을 들었다. 산타클라라와 UC Davis 에서 모두 전액 장학금을 받는 소식이 이미 오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맘을 두고 있던 곳이었던지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고맙게도 오래 슬퍼하지 않고 산타클라라로 가기로 맘을 정하고 다시 활짝 웃어주는 딸아이가 너무 이쁘다. 어느 곳을 가든 하나님께서 아이의 길을 다 예비하시고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최적의 학교로 인도하셨음을 믿고 감사드린다.

지난 4년 동안 그 흔한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순수한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의 앞길을 위해 성실하게 공부한 딸아이의 책상에는 성경 말씀이 빼곡하게 적힌 크고 작은 포스트 잇이 여기 저기 붙어있다. 제 맘이 힘들고 지칠 때면 말씀에 의지하면서 맘을 다졌을 딸아이가 상상이 되어 가슴이 뭉클하다.

딸아이와 각종 도서관과 Barnes and Nobles 를 누비면서 함께 공부하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보물로 남으리라. 첫 정이라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집의 여러가지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 속에서도 속 한 번 안썩이고 잘자라준 아이라 더 내 맘이 아린지도 모르겠다. 힘드냐고 물으면 그저 씩 한번 웃고 "힘들어도 할 수 없지요, 뭐. 괜찮아요." 하고 엄마를 안아주던 속깊은 딸이다. 작년에 한참 대입을 준비할 때 남들은 한 달에 몇 천 불씩 들여서 대입집중 과외를 하는데도 우리는 남편의 실직으로 감히 엄두를 못내고 간신히 몇 백불을 만들어 흉내만 내는 동네 과외를 여름방학 동안 잠깐 보냈었다. 어설픈 교실로 아이를 들여보내면서 나오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같아 주차장에서 한참을 눈물짓던 기억들. 어미는 울었어도 딸아이는 울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 어려운 속에서도 의사가 되어 자신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가난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해준 딸이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다.
 
어린 시절 나도 참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대학을 가게 되었을 때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전액장학금을 주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4년 내내 학교에 애착을 갖지 못하고 부모를 원망하고 삶을 원망하면서 허송세월도 보냈던 나와 비교한다면 우리 딸은 엄마보다 훨씬 현명한 여성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 대학은 복수지원제도인지라 여러 군데를 지원하게되는데, 제 힘으로 어떻게 하면 저소득가정의 학생이 원서지원대를 안낼 수 있는지를 다 조사해서 그 많은 원서를 모두 무료로 지원했다. 남들은 대입원서도 많은 돈을 주고 전문 학원에서 작성하고 에세이도 전문가들에게 맡겨 도움을 받는다는데, 딸아이는 제 힘으로 끙끙대고 작성을 하더니 학교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해서 봐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자기가 매 주 봉사활동을 하는 곳에서 어느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알고보니 대입학원을 하는 분이라서 그 분에게도 무료로 도움을 받았다고 엄마에게 자랑을 했다. 엄마가 맘 상해할까봐 제 힘으로 척척 알아서 다 찾아서 해 준 고마운 딸.
 
어제 불합격 소식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책맞은 죄책감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내가 조금만 더 재정적으로 넉넉해서 남들처럼 밀어줬으면 문제없이 갔을까...사립고등학교를 나왔으면 아무 문제없었을텐데...게다가 내가 공부한다고 신경을 너무 못써줘서 그랬나...이 아이도 나처럼 부모의 무능함을 원망하지는 않을까...너무 맘이 힘들어서 아이가 안보는 데서는 혼자 홀짝거리면서 눈물을 삼키고 아이가 볼 때에는 산타 클라라로 정해서 다행이다, 빨리 가서 학교 티셔츠랑 차 뒤에 붙일 스티커 사러가자 하고 농담을 했다. 저도 엄마 맘을 알았는지 나를 안아주면서 "엄마 나 맘 다 풀었어요. 사실 생각해보니까 산타클라라가 여러가지로 장점이 더 있어요. 의대 입시 전담 교수님과도 이미 지난 여름에 다 만나 얼굴 익혀두었고, 봉사활동하면서 만난 분들 대부분이 거기 출신이라서 여러모로 좋아요." 한다.

어제는 둘째를 데리고 Barnes and Nobles 에 가서 공부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감격이 되었다. 이제는 이 아이가 내 공부 친구구나. 아이들마다 하나씩 순서대로 나와 함께 공부를 하면서 엄마 품을 떠나 제 갈 길을 가겠지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젖었다.

실패해 본 아이가 인생을 제대로 살 줄 안다. 불합격의 슬픔도 어느 새 잊고 엄마 아빠와 함께 산타클라라 대학의 티셔츠를 사러 갈 생각에 들떠 인터넷으로 각종 디자인을 살피고 있는 큰 딸의 발그레한 두 볼이 석양보다 더 아름다운 봄날이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어나
    '12.4.3 7:39 AM

    동경미님, 오랜만에 좋은 소식, 그리고 마음에 양식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동경미님과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동경미님 공부 잘 마무리지으시길 기원합니다,

  • 동경미
    '12.4.3 10:22 AM

    피어나님, 오랜만이지요? 잘 지내시는지요.
    어쩌다 한번씩 눈팅만 하고 저녁 반찬 마땅치않으면 얼른 들어와 훑어보고 가느라 안부도 못 전하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 루비
    '12.4.3 7:54 AM

    글로만 만났왔던 동경미님..
    저는 이제 5,7살 남매를 두고 있는데 이글을 읽으면서 할수있는것보다도 해주지못한것에 화가나고 저의 자존감을 많이 떨어뜨리면서 살고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항상 큰 깨달음..을 주시고 살아가는데 지혜를 주시는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여기는 봄비가 많이 오네요..

  • 동경미
    '12.4.3 10:27 AM

    루비님, 엄마 맘은 언제나 부족한 것, 못해주는 것들만 보이는 법이랍니다. 그래서 더 맘이 아리고 애틋하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꼭 차고 넘치는 것으로만 키우지는 못하고, 또 조금 부족한 듯한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단단하게 자라더라구요.

    사실 저도 이렇게 말하면서도 우리 딸한테는 늘 미안한 맘으로 지내다가 이번 대학발표가 나면서 그 맘이 다 나오더군요. 딸과 많은 이야기하면서 또 새롭게 느낀 것은 넘치는가 부족한가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와 어느 만큼 마음이 통하면서 지나가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미안하고 아픈 맘을 표현하고, 부족함을 무조건 감추거나 거짓말하지 말고, 넘치면 넘치는 대로 나누는 법도 잘 가르치면서 가진 것을 감사하게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같습니다.

    5살, 7살, 한참 이쁠 나이네요. 세월이 정말 빨리 가더라구요. 저도 그 시절이 어제같은데 벌써 대학간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만드시고 그 좋은 시간들 즐기시길!

  • 3. 윤쨩네
    '12.5.15 10:04 AM

    너무나 오랜만에 글 쓰신 것 같아요.
    저 도쿄에서 공부하면서 딸 하고 둘이 살 던 1년간, 허전한 마음 가득할 때, 동경미님 글 읽고 따뜻해지곤 했어요.(지금은 서울이에요)
    글 고맙습니다. 따님 너무나 훌륭해요. 저희 딸도 그렇게 자라기를 기도하며 갑니다.^^

  • 동경미
    '12.6.12 1:49 PM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이제서야 보았습니다.
    도쿄에서 계신 시간이 있으셨군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참 다행이고요.
    지금은 서울에 계시니 허전하시지 않으시죠?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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