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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주말농장 7년차... 주말농장 이야기 -1

| 조회수 : 5,739 | 추천수 : 148
작성일 : 2009-05-01 23:35:33


좀 큰 규모의 주말농장 두 군데 5년(그 중에 마지막 1년은 주인이 없는 상태의 무주공산),
지금은 공짜로 남의 집 텃밭 모퉁이를 얻어 1년...
이렇게 합이 7년을 더부살이 농사를 지어본 도시 아마추어 농사꾼으로서, 참 생각이 많습니다.

제가 워낙 같은 걸 봐도 분석하고 해석하고 쌓는 게 다르다보니 동일한 기간을 경험해도
나중에 글로 풀면 장편소설이 한편씩 나오곤 합니다. ^^;;
그걸 어디에서 알았냐면, 오래 전 애견일기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거의 이삼일 간격으로 1편씩
1년 이상을 올렸던 겁니다.
나를 보고 따라 올리기 시작했던 분들은 좀 쓰다보면 '쓸 꺼리'가 없다고 하던데 저는 매번
진지하고 긴~ 글을 올리곤 했으니까요.
강아지 1마리 기르면서 뭔 할 말이 매번 많았던 걸까요...
(그 글들은 그 홈페이지가 뭐가 잘못돼 몽땅 글이 다 날라가는 바람에 사라졌지요)

그 후로 허브를 기를 때도,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도 저는 매번 쓸 이야기가 많았더랬습니다.
커뮤니티할 때 1년에 제가 올린 글이 300편 가량 되기도 했으니까요. ^^;;

지금 느끼는 어떤 깨달음,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희석됩니다.
'내가 그때 그랬던가?' 하지요.
그래서 그때그때 기록을 안해놓으면 본인이 겪은 일인데도 기억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저도 예전 기록을 읽다보면 남의 이야기 읽는 것처럼 재미있고 신선합니다. ^^;;
'와,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니!! 참 글 잘 썼다. 내가 쓴 거 맞어?'
이런 생각까지 한답니다... --;;

앞으로 또다시 남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하게 되는 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주말농장을 할 때
내가 느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 둘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날 때마다 정리했던 것들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왜 이런 잠언이 나왔는지 배경 설명도 좀 하고요~
(내 글을 잠언이라니 좀 우습지만, 다른 용어로 바꿀 게 없네요.
그런다고 '명언'이라고 하면 얼마나 우습습니까. ㅎㅎㅎ
그런데 이 잠언들은 아마도 주말농장하는 분들이 정말로 공감을 많이 할 듯합니다)

오늘은 여러 주제 중에서도 <이웃>에 대해 느낀 일들을 올립니다.  
'이웃'이라함은 주말농장을 같이 한 사람들이지요.
5년간 여러 이웃을 거쳐오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배우고 느꼈지요...  
기억나는 몇 가지 일들을 한번 풀어놔보겠습니다.


*이웃 잘 만나기를 기도하라. 이웃을 잘 만나는 것은 큰 福이니라.

주말농장은 매년 4월 5일 경에 개장하지요.
그때부터 주인이 계약을 받는데, 주말농장마다 조금씩 방식이 다릅니다.
대개 선착순으로 먼저 온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랑을 선점하지만,
두번째 주말농장의 경우엔 기존에 하던 사람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나서
신입은 그 다음에 계약날짜를 줍니다.
그것은 오래 한 단골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지요.
단골들은 대개 자신이 짓던 자리를 그대로 선점해서 농사를 짓지요.
어떤 자리가 좋은지 그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같은 단골이래도 먼저 온 사람들은 좀더 좋은 자리를 노리고 있다가 계약이 안되었으면
재빨리 차지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 농장에 첫번째로 계약할 때는 단골들이 다 자리를 잡고 난 다음에 계약해야했지요.
먼저 자리 잡은 장소가 어디인지 잘 봐뒀다가 그 다음해엔 계약 시작하자마자 달려가
찝어둔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자리를 정하고나면 그 다음엔 '어떤 이웃이 옆 이랑에 올까'걱정됩니다.
일년 내내 바로 옆에서 같이 농사 지을 이웃을 잘 만나는 게 큰 福입니다.

제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오셨는데 그 분도 나를 염탐하는 듯하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도 맘에 안 드는 이웃 땜에 계속 고생을 했대요.
나만 그 분을 탐색한 게 아니라, 그 분도 마찬가지였던 거죠.
그리고 1년, 우리 둘은 정말 같이 농사를 즐겁게 잘 지었습니다.
그 분도 나를 정말 좋아하셔서 그 다음해에도 내 옆에 꼭 붙어 다녔지요.
내 기억에 정말 좋은 주말농장 이웃은 그 분이십니다.

좋은 이웃은 <절대로 옆 이랑에 피해를 주지 않는 분>이 최고입니다.
두 이랑 사이에는 지나다니는 길인 고랑이 있는데, 같이 고랑에 나는 잡초를 제거해줘야합니다.
그런데 자기 이랑만 다듬고 고랑의 잡초는 나몰라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건 누가 제거하라고???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경우 있게 행동하고, 원칙대로만 행동하면 A급 이웃이 됩니다.
자기 이랑 잘 돌보고, 고랑의 잡초 같이 제거해주고, 밭에서 만나면 인사 한번 나누고
상대의 밭에 없는 것을 수확하면 서로 조금씩 나눠주고....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이웃이 많다는 것이지요.
제 최고의 이웃이었던 할머니는 철저히 이것을 지키셨습니다.
뭘 하나 나눠드리면 반드시 자신도 뭘 주셨어요. 절대로 당연히 받아가는 일은 없었지요.
내가 잡초 뽑을 때 본인도 같이 고랑의 잡초를 제거하셨고, 솔선수범하며 잡초를 갖다 버리셨습니다.
러니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즐거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답니다.


*게으른 이웃은 타인의 불편을 알지 못하나니, 그 곳에서 벌레가 나와 옆 밭을 침범해도 모르느니라.

대놓고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자기 이랑을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옆 이랑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심각합니다.
장마 이후부터 안 나타나나는 경우 엄청나게 올라오는 잡초로 인해 벌레가 우글우글대고
내 밭을 돌보려고해도 옆의 잡초에 손과 다리가 쓸려서 고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잡초가 장마 이후에는 거의 가슴께까지 자라니까요.
당연히 고랑의 풀도 수풀이 되겠지요?

앞에 말한 그 할머니가 이런 이웃을 만나서 일 년 내내 지긋지긋했다고 하십니다.
얼굴을 도통 볼 수 없으니 뭐라 할 기회도 없고, 말해도 모른다고요.
게으른 이웃은 본인 이랑만 방치하는 게 아니라 옆 이랑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괴팍하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이웃은, 도움은 못 되어도 피해를 주진 않느니라.

가끔 다른 이와의 교류를 꺼려하고 혼자 조용히 농사 짓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은둔자로, 도움은 잘 주지 않아도 피해를 주는 법은 없으니 너무 경원하지 마십시오.
사람과의 교류보다 자연과의 교류만을 위해서 오는 이는, 그것이 중요한 목적이니
억지로 사람들 사이로 끌어들이려하는 것은 그들을 귀찮게 할 뿐입니다.
그들을 이상타하지 말고 그냥 놔두세요.

제 옆 이랑 할아버지가 그런 분이었는데 절대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더이다.
그러나 밭에서 이상한 짓 하는 사람에게는 날벼락을 날리지요.
그래서 다들 그 분을 '이상한 할아버지'라고 하며 무서워했지만 저는 무섭지 않더이다.
내가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나에게 뭐라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그 분과 저는 한번의 마찰도 없이, 오히려 제가 깻잎을 얻어가며 잘 지냈답니다...

거리를 두고자하는 분에게는 거리를 지켜주는 것이 배려입니다.


*너무 작은 이득에 연연하는 자의 말을 믿지 말라.

그 말에 기대어 큰 것을 기다렸다가는 허망하게 될 뿐이니...
주말농장에 꽤 오래 농사를 짓고 마당발인 남자분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오고 달변이어서 인기도 많았고 그야말로 마당발이었습니다.
은퇴하고 귀농하고 싶어하는데 가족이 반대하여
주말농장은 물론 인근에 꽤 넓은 땅을 공짜로 얻어 엄청난 농사를 짓는 분이었죠.
얼마나 자랑하고 싶어하는지, 자기 차로 그 밭을 구경 시켜주겠다고 하도 그래서 구경도 했었습니다.
어찌나 말이 좋은지 처음엔 그 말을 다 믿었습니다.
그런데 8월경에 배추모종을 대규모로 기르는 겁니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분에게 "내가 배추모종을 주겠다"고 몇번이나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아무 종자'나 기르는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이미 그 밭은 뿌리혹병이 퍼져있어서 CR배추 아니면 안 기르기 때문에, 그 말을 하거나 말거나
저는 다른 데서 구해 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배추모종을 심을 시기가 되자, 그 분, 그냥 주겠다고 하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다른 분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거였습니다.
모종가격이래봤자 사실 몇 푼 안되지요. 푼돈입니다.
저는 달라고도 안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같이 주겠다고 한 여자분이 그러더군요.
작년에도 공수표 날리더니 올해도 그런다고...
작년에도 배추모종 준다고 그러더니 막상 그 날이 되자 아무 말 안하고 팔기만 하더라며...

애초에 기다리지 않은 내가 너무 잘한 거죠.
달라고 하지도 않고 다른 데서 구해다 심어버렸습니다.
만일 내가 구매처가 없었다면 결국 그 분에게서 샀겠지요.
그 후에도 텃밭 같이 하는 문제 등이 오갔는데 그 후로는 어떤 말도 믿을 수 없더군요.
그 일이 아니었다면 주말농장에 열심인 은퇴남자분으로 기억했을텐데...


*몰래 도둑질하는 이웃은 결국은 꼬리가 밟히나니, 민망함을 피할 수가 없느니라.

첫해에 고구마를 도둑 맞았습니다. 그것도 같이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서입니다.
내가 계약한 땅 10평이 있었고, 여러 사람이 공동이서 10평을 했습니다.
처음 농사 짓는 사람이라 10평 이상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한 사람이 농사를 포기하고 저에게 떠넘겼습니다.
거기엔 내가 고구마를 심었지요.
그리고 늦가을...수확기가 되었는데, 곧 감자를 캐야겠다...이렇게 마음 먹고 있는데
어느 날 가보니 고구마를 누가 홀라당 캐간 겁니다.
그것도 절반 정도를요.

마구 파헤쳐진 이랑을 보고 한참 분노했다가, 이 짓을 한 게 누구일까 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그녀는 바로 같이 농사를 짓자고 같이 온 사람이었죠.

어떻게 추리했냐면, 범인이 캐간 날짜는 일요일. 내가 발견한 날짜는 월요일.
이랑 상태를 보아하니 바로 전날 캔 것이 분명한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는 일요일에
당하게 고구마를 캐간 것으로 보아 가족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랑 중에 역시 고구마를 캐간 이랑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그 용의자의 이랑이었지요.
흔적을 보아하니 파간 모습이 같고 같은 날 한꺼번에 다 캐간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즉...자기 이랑의 고구마를 캔 다음에 내 이랑의 고구마를 캤을 거란 겁니다.(거의 CSI 수준 아닙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봤어도 무심하게 봤겠지요.

내 생각컨데, 이 사람은 자기 몫의 고구마를 캐고나서, 다른 이가 내게 넘긴 이랑의 고구마에도 손을 댄 겁니다.
자기는 물 1번 안 줬지만 나도 원래 주인이 아니니 그건 공동소유나 마찬가지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자기 몫으로 절반은 가져가겠다는, 제멋대로의 계산을 한 거죠.
원래 공동소유면 같이 캘 날자를 잡고 같이 나눠야하는데 그 절차도 없었고,
그 밭은 공동소유도 아니고 내 개인이 양도 받아 키운 것이니 자기 몫도 없었는데
그저 욕심이 나서 제멋대로 생각하고 캐간 거죠.
속으로는 설마 알겠냐...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로 생각됩니다.

화가 나서 전화 걸어 따지려다가 한번 기회를 줄 생각으로, 원래 그 이랑의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했죠.
그녀도 놀라더군요.
그래서 그녀에게 대신 넌즈시 물어보라고 했죠. 본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물어보라고요.
그녀가 본 사람도 있다면서 물어보니 자기가 캐갔다고 이실직고를 하더래요.
그녀가 얼른 솔직하게 나에게 말하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그러겠다고 하더랩니다.
그러나.. 그 용의자는 끝내 내게 연락을 안했답니다.
그 뒤로 그녀는 두번다시 주말농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옆 밭 것이 탐이 나더라도 저처럼 추리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 절대로 두손을 꼬옥 잡고 탐심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이기적이고 경우 없는 자와 이웃함은 분노를 키울 뿐이니라.
평화를 얻으러 간 곳에서 분노를 함께 얻고 오느니라.
*거칠고 경우 없는 자가 가까이 있으면 그 거침이 전염되나니,

나를 지키기 위해 거칠어 질 수 밖에 없게 되나니, 차라리 그 곳을 피함이 오히려 나음이라.
2007년인 5년째 주말농장은 정말 악몽이었습니다.
그것은 주인이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땅이 주택공사에 팔려서 개발될 때까지 주인이 없는 빈땅이 된 거죠.
그러자 그걸 알고 나타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공짜'라는 소문을 듣고 나타나 빈땅에 마구 말뚝을 박고 농사를 시작한 여인네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땅을 마구 차지한 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서로가 질서를 지키던 그곳의 룰을 모르고 무조건 큰 소리부터 치고, 싸우려 덤벼들고 거칠기 짝이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농장은 순식간에 쌈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도 하고 참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조금이라도 손해본다 싶으면
호미들고 나와 악부터 쓰는 개판이 되버렸습니다.
말뚝 박고 씨를 뿌려놨는데도 며칠 안 보인다고 홀라당 엎어서 자기 모종 떠억 심어놓질 않나,
모종 심을 5월까지 기다리느라 아직 안 엎은 밭을 말뚝 박혔는데도 제멋대로 엎어서
자기 씨앗 뿌려놓질 않나... 그야말로 개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말농장을 가면 항상 긴장을 해야했고, 남을 노려봐야했으며, 혹시 내 밭을 침범 안했나 살펴보고,
기가 꺾이지 않으려고 레이다를 바짝 세워야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주말농장에서 얻어낸 오랜 평화가 순식간에 무너져버린 겁니다.
처음엔 좋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독기는 누구에게나 향했습니다.
조용히 지내려고 했지만 그들의 시끄러운 웃음소리, 싸움은 신경을 계속 건드렸습니다.
한 사람씩 안 붙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조만간 나하고도 부딪칠 것 같았습니다.
주말농장 원래 터줏대감들은 대개 조용하고 남의 일에 참견 안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들을 깔아뭉개고 지들 세상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건드리기만 해봐라. 본때를 보여주마'하는 마음을 먹고 옆 할머니와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요.
그런 마음을 안 먹고 있다가 당하면 일방적으로 당하게 되고, 한번 당하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만만한 상대가 되어서 더 당하게 되거든요.
첫 판에 기선을 잡는 게 중요하지요.
그러다 어느 날,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통을 한번 빌려다가 쓰고 그 이랑에 갖다두게 되었습니다.
(물을 풀 때 여러번 왔다갔다 하지 않기 위해 양손에 들고가야해서, 물 풀 때는 옆 이랑 것도
서로 같이 들고들 갑니다)
그런데 갖다두고 떠나려는데 이 여자가 통을 어디다 놨나며 악을 쓰며 내 차를 가로막고 난리치는 겁니다.
사람들도 많은데...
올타구나 너 잘 걸렸다, 요때다, 싶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더 크게 소리를 질렀죠.
"통을 찾아보기나 하고 소리 치냐. 내가 그 통이나 훔쳐갈 걸로 보이냐.
저기 안 보이냐? 찾아보기나 하고 소리치냐? 그 통이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가는 사람
막아서면서 난리치냐? 내가 도둑질 했냐???"
그러자, 그 여자는 물론이요, 그 일행이 머쓱해하는 겁니다.
'겨우' 물통 하나 가지고 그 난리를 친 것은 물론이고, 이웃을 도둑취급했다는 것에 자기들도 너무 창피한 거죠.
무안해진 그 여자가 쭝얼쭝얼 뭐라고 하길래 더 호되게 몇마디 했죠.
그러자 깨갱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날 피해다니데요. 그 후로 다시 제 주위는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

그러나 그 일 이후 참 마음이 허망했어요.
기본이 안된 이웃들이 옆에 들어서니 내 평화도 산산조각이 나고 순식간에 쌈닭이 되는구나...
주인이 없으면 질서도 사라지고, 통제자가 없어지자 무뢰자가 판을 치니 공짜라 좋아말고
차라리 제 값을 치루고 질서를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국가를 세우고, 정부를 세우고, 법을 세우고 세금을 내는지... '법 없이도 산다'는 것이 좋은 뜻임은 맞지만
법도 없고 통제도 없으면 무뢰자가, 목청 큰 자가, 무경우한 자가 오히려 판을 친다는 것을 알았고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결국 조용하던 자도 같이 거칠어지게 된다는 것을, 그때 철저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무리 속에 까마귀들이 들어오면 백로는 그 땅을 포기하고 떠나가고, 그 땅은 결국 까마귀 차지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던가요...
결국 그 해에 이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곳과 결별을 고했습니다...


*밭은 평화와 고요, 집중을 위해 감이 이로우니 외로움을 근심하여 패거리를 만들면
오히려 번거롭고 이득이 적으니라.

가끔 혼자 다니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애써 사람들을 모아 같이 주말농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끝까지 유지되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안 오는 자리를 혼자서 떠맡아서 혼자 죽어라 농사 짓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가 저 위에 쓴 것처럼 다른 이가 수확물을 홀라당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면 마음이 상하게 됩니다. 누군 고생해서 일했는데 안 와본 사람이 수확 때만 나타나고...
혼자 밭에 가면 심심하고 그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심심할 시간이 없지요.
아니, 심심한 것이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땀만 뚝뚝 흘리며 혼자서 흙을 만지다보면
무념무상, 머릿속이 청소되면서 두통도 사라지고 마음도 평화로와집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과 같이 있다보면 결국은 남 이야기나 하게 되고, 마음이 쉬지를 못합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걱정하지 마세요.
차라리 주말농장에 오는 이들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주말농장에서도 너무 애써 패를 만들면 자유를 잃습니다.
그들이 오는 날에 같이 와야하고, 갈 때 같이 가야하는...그런 구속은 과감히 벗어나보세요.
주말농장은 자유인 상태가 제일 좋습니다.
혼자 일하는 것은 외롭고 힘들긴 하나, 가장 유용하게 혼자서 그 시간을 전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언을 달게 받아들이는 자에겐 훈수를 두어도 좋으나, 자존심이 강한 자에겐 오히려 독이니라.

주말농장을 오래하면 할수록 점점 더 조언, 훈수를 두지 않게 됩니다.
굳이 내 입 아프게 설명해주고 뜨악해하는 반응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훈수 두면 자존심 상했다고 거꾸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어보기 전에는 미리 가르쳐주지 않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초보자들 중에는 척척 일을 진행하는 나를 보고 흘깃거리면서도 절대로 묻지 않는 이도 있지만
부부가 장대를 들고 '어떻게 해야하지?'하다가 날 보고 "뭣 좀 물어봐도 돼요?"하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어보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지요.

주말농장 초보자들이 묻는 것은 절대로 이상한 것도,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닙니다.
저는 차도 한 복판에서도 옆 차 운전사에게 길을 묻는데요.
묻는다고 쪽 팔릴 거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면 물어보세요. 어느 주말농장에나 고수가 숨어있답니다... 물어봐주길 기다리며.. ^^;;

수많은 일들이 다 기억나진 않습니다.
다시 기록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떠오르는 일들이 있겠지요.
그래도 안 좋은 일보다는 좋았던 일들이 더 많았고,
좋지 않았던 일들도 훌륭한 교훈으로, 경험으로 남아있으니 결국은 흑자였습니다...

드디어 봄이 시작되어 농사를 다시 시작했답니다...
주말농장 이야기 들으러 오세요...^^ 올빼미화원


매발톱(올빼미) (manwha21)

화초, 주말농장 14년차입니다. 블러그는 "올빼미화원"이고. 저서에는 '도시농부올빼미의 텃밭가이드 1.2.3권'.전자책이 있습니다. kbs 1라디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복두울
    '09.5.2 12:29 AM

    아이들이 커가니 주말 농장을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네요..
    시골 출신이라.. 더욱더 하고 싶은 맘이 드네요..
    지금음 화분 몇개 사다가 복도에서 키우고 있어요..ㅎㅋ
    정말 부럽습니다..
    서울하고 가까운곳에서 비용 저렴히 하는데 어디 없나요? ㅎㅎ

  • 2. 맨날낼부터다요트
    '09.5.2 2:49 AM

    주말농장...저도 너무 하고싶지만 아직 제게는 꿈일 따름인데요.

    너무 와닿는 글이라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언제가 저도 하게되면 명심하고 노력하려구요.

    좋은 글 더 자주 올려주세요.

  • 3. 제주벌꿀
    '09.5.2 5:22 AM

    긴글이었지만 쟤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종종 올려주세요
    다음글엔 또 어떤 내용의 보따리를 풀어놓으실까
    무척 기다려지는데요~~

  • 4. 칼라스
    '09.5.2 9:33 AM

    주말농장 잠언록이네요^^*.

    구구절절 옮은 말씀에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주말농장에서도 인간사 모든일이 일어나네요. 그래도 자연이 주는 혜택에서 치유하는 에너지를 몇배로 받으시겠지요?

  • 5. 샤리뚱
    '09.5.2 12:56 PM

    주말농장안에... 세상의 이치가 있네요..
    전 테라스안에 작게 상추심어놓은 화분도 어쩔땐 물도 못줘서... 미안하던데...
    매발톱님 주말농장 구경해서..눈이라도 즐거웠으면 좋겠어요....ㅋㅋ

  • 6. 오십대
    '09.5.2 1:55 PM

    주말농장하면서 세상이치까지 터득하셨네요 동김이되어 읽으며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매발톱님블러그가서 항상구경하며 배우려고준비하지요 마당2평에 텃밭 시작해보려구요

  • 7. 허니
    '09.5.2 3:28 PM

    쉬운일이 없네요
    저도 한번 해 볼까 하다 게을러 못했는데 .. 이웃과도 그렇게 힘들면..
    베란다에나 심어야겠어요

  • 8. capixaba
    '09.5.2 7:02 PM

    아... 저도 하이서울 주말농장 3년하고 올해는 포기했습니다.
    도둑질에 무경우에.... 재미있는 좋은 경험을 위해 선택한 일이었는데
    두달이 지나가면 항상 이렇게 힘들어지기에 올해부턴 안하고 있어요.

  • 9. 비비돌
    '09.5.2 7:53 PM

    기본이 안된 이웃들때문에 내가 쌈닭이 되어간다는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주말농장은 안하지만 복도식 아파트로 이사온지 일년 ,복도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피워대는 담배에...천장이 무너질듯 쿵쿵대는 윗층에 정말 마음이 매일 지옥입니다..

  • 10. 나나
    '09.5.2 8:04 PM

    정말 공감가는 글 감사합니다..
    올빼기 정원은 참 재미있을것 같아 놀러가려고 하는데...
    에러가 나오고 대문이 안나열립니다.ㅠㅠ

  • 11. apple
    '09.5.4 11:20 AM

    ^^ 잘 읽었습니다. 공감 100배 입니다.

  • 12. 커피
    '09.5.4 1:48 PM

    사진에 보이시는 분이 매발톱님이신가요?

  • 13. 매발톱
    '09.5.5 1:10 AM

    커피님.. 저 사진은 다 제가 찍은 거라 제 모습은 없답니다...^^

    지금은 주말농장 졸업을 하고 나홀로 농사를 짓는답니다.
    이젠 혼자서 지을 수 있거든요.^^

  • 14. 코로
    '09.5.6 4:22 PM

    ^^ 여기서 매발톱님 알고서 개인 블로그도 열심히 탐독을 했었지요~
    지금도 새글 올라오나~ 하면서 갑니다~
    여기서도 뵈니 더 반갑네요~ (ㅎㅎ 원래 주소지에서 뵈니 더 반갑다는 말이 우습습니다~)
    저도 고추심고 냉해입어 한 10그루는 뽑아 내야 할듯 싶습니다.
    어제 늦은 감자도 심었는데.. 매 주말 고기 먹으러 댕기는 주말농장인가봅니다..
    그래도 토마토 순도 나오고, 전에 심은 감자 순도 착실히 나오고, 붉고 파릇하게 상추
    돋아나오는거 보면.. 참 신기하고 합니다..
    저희 주말농장에는 냉장고도 있고, 도라무깡통?? 반 짤라 바베큐도 먹을수 있고
    드럼통 잘라서 만든 화덕도 있습니다~ ㅎㅎ 정말 고기 먹으러 다니니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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