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친정엄마가 나를 찾아 오신 듯

그리움 조회수 : 5,948
작성일 : 2025-11-12 22:29:04

오늘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어떤 할머니를 뵈었어요. 

 

동네 복지관에서 하는 아주 아담한 도서관이에요. 큰 방 하나 정도에 원탁과 의자 6개가 둘러 있고, 

바닥에 매트가 깔린 곳이 한 군데 있어요.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는 벤치같은 곳도 있구요. 

점심을 먹고 1시 반까지 일하러 가야 해서 시간이 애매했어요.  1시 10분에는 도서관에서 나가야 얼추 일하는 시간이 맞았어요. 

제가 도서관에 간 시간은 12시 30분이었고
할머니는 12시 50분 쯤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오시더라구요. 
그러더니 원탁의자에 앉으셨어요. 할머니는 산에 갈 때 쓰는 얇은 보라색 모자를 쓰고 계셨어요. 

저는 할머니랑 좀 떨어진 곳에 앉아서 책을 보며
할머니가 책을 보러 오셨나보다... 생각했죠. 
책을 보다가 눈을 들어 원탁의자에 앉아계신 할머니를 다시 봤는데 
그냥 의자에 앉으셔서 졸고 계시는 듯 가만히 미동도 하지 않으셨어요. 

잠시 할머니를 바라 보다가 원탁의자보다는 매트에 앉으시는 게 좀 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르신께 다가가 

"어르신~ 혹시 불편하시면 매트에 앉으시는 게 어떠세요?"

그랬더니 눈을 들어 저를 보시는데... ㅜ

머리는 온통 흰머리에 두 눈은 회색빛이 돌고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있으신 듯 했어요. 
보자마자 저는 3년 전, 94세에 돌아가신 친정엄마랑 할머니가 너무너무 비슷해서, 
아니 거의 똑같아서 그냥 울 뻔했어요. 

어떻게 여기 오셨냐니까
복지관에서 김치 한 통을 준다고 해서 오셨다고, 그 김치를 가져가야 하는데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다시 집에 가는 게 불편해서 아예 기다렸다가 가져가려고 오셨다는 거에요.  

복지관 직원들은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라 사무실은 불을 다 끄고 깜깜했어요.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하니 '아흔 넷'이라고 하시는 거에요. 
저는 어르신 손을 잡았어요. 너무나 엄마 같아서요. 그랬더니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어쩌면 이렇게 다정하게도 말을 하냐면서 
당신은 오늘이라도 가야 될 사람인데 왜 이렇게 오래 사는 지 모르겠다고 ... ㅠ.ㅠ;; 

어르신 집이 어디신지
어디가 아프신지 이런 저런 걸 묻고 
매트에 앉혀드리고 난방을 좀 올려드렸어요. 

어르신이 앉아있는 데 옆구리쪽에는 오줌줄이 있더라구요. ㅜ
아침엔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봐주고 있다고 하는데... 
그 연세에 독거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실까... 저는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연락처를 여쭤보니 핸도폰은 없고 집에 전화가 있는데 그 번호도 잘 모른다고 하시네요. 

어르신 손은 또 어찌나 차가운지,, 마음이 더 아팠어요. 

엄마가 저를 찾아오신 듯, 오늘 생각할 수록 참 이상했어요.
일하러 가는 동안 혼자 그냥 울었네요. ㅜ
할머니가 사시는 동안 그래도 잘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IP : 211.216.xxx.14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선행
    '25.11.12 10:31 PM (211.235.xxx.45)

    오늘 행하신 일에 감사드리고
    원글님도 그 어르신 덕분에 잠시나마 소중한 순간을 가지셨던것 축하드립니다
    올 겨울은 덜 혹독하길바래요

  • 2. 할머니
    '25.11.12 10:36 PM (218.39.xxx.130)

    맛 있는 김치 드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원글님 마음이 따뜻해 지길 바람니다.

  • 3. 따뜻...
    '25.11.12 10:44 PM (125.143.xxx.62)

    참 따뜻한 분이시네요
    할머니도 짧은 시간 행복하셨을거예요
    제가 더 고맙네요

  • 4.
    '25.11.12 10:55 PM (211.58.xxx.57) - 삭제된댓글

    저도 할머니 생각나면서 눈물났어요
    누군가의 어머니고 할머니이고 아내였을 뿐일텐데 .. 혼자 계신가봐요

  • 5. ..
    '25.11.12 10:57 PM (27.125.xxx.215)

    따뜻하면서도 서글프고...

    요즘 인류애 넘치는 글 드문데 인류애가 생겨요.

  • 6. 세상에ㅠㅠ
    '25.11.12 11:08 PM (211.108.xxx.76)

    따뜻하신 원글님 덕에 할머니는 오늘 참 행복하셨을 것 같네요
    어르신들은 다정한 눈빛과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근데 김치는 어떻게 가지고 가셨을지ㅠㅠ

  • 7.
    '25.11.12 11:20 PM (175.115.xxx.131)

    따뜻하신분이네요.할머님이 잠시나만 행복하셨을거예요.
    저도 종종 길에서 돌아가신 아빠 비슷핫 할아버지들 뵈면
    계속 돌아보게 되요.혹시 우리아빠가 나보러 잠시 오셨나하고...

  • 8. 원글님
    '25.11.12 11:38 PM (175.123.xxx.145)

    원글님 덕분에 따뜻해지네요
    원글님도 할머니도 서로 위로가 되셨을듯 합니다

  • 9. 3주전
    '25.11.13 3:14 AM (124.49.xxx.188)

    돌아가신 엄마 생각나 저도 매일 엄마 생각하며 울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26272 김민석 ㅇㅈㄹ 할꺼래요 2 .. 01:33:45 170
1826271 '이만갑' 진중권 빠졌네요 .... 01:32:16 77
1826270 팔뚝 표면이 매끈하세요? 저는 울퉁불퉁해요. 팔뚝 01:32:08 46
1826269 회사에선 두 종류의 여자로 수렴하는 것 같아요 3 01:22:09 233
1826268 만두는 살 안쪄요 3 만두인간 01:19:33 334
1826267 마이크론, 샌디스크, 오라클 차트 안좋네요 반도체 01:18:35 170
1826266 지방인데 아파트는 거래량 많고 세대수 많은게 최고죠? 아옹이 01:02:05 215
1826265 내란세력 정치검찰이 국민의 보호자입니까?   5 ㅇㅇ 00:46:59 256
1826264 80년대에 설탕물을 마셨나요? 15 후리 00:40:26 748
1826263 유시민 비평과 ‘영향력 상실’을 부르짖는 언론의 비겁한 민낯 9 ㅁㅁ 00:38:41 439
1826262 일본 다선 국회의원 17선,16선,13,12.11...수두룩빽빽.. 4 일본내각제 .. 00:38:15 202
1826261 미국아기는 내가! 내가! (내가하겠다는 뜻) 어떻게 하게요? 3 .... 00:32:02 602
1826260 그냥 지명하지 7 지명하지 00:29:09 381
1826259 정부의 레버리지2X대책, 완벽한 맹탕이다. 8 레버 00:17:45 691
1826258 배는 고픈데 뭐가맛있게 먹고는 싶은데 5 모르겠어요 00:15:42 501
1826257 심우정 구속영장 기각이네요. 10 .. 00:09:28 979
1826256 50대 직장맘들 정말 여직원이 일 못한다고 생각하세요? 24 이상해 00:06:44 978
1826255 김태효, 특검 조사받다 불리한 진술한 부하 '회유 전화' 시도 징글징글 00:05:19 374
1826254 송영길 출마 자격 조건 미달로 민주당 긴급 심야 회의 소집 31 얼망 00:03:41 1,462
1826253 도대체 이재명의 목표는 뭘까요? 15 2026/07/16 1,053
1826252 이사를 왔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10 이사 2026/07/16 1,681
1826251 이재명 대통령 82 본다면서요... 14 .. 2026/07/16 1,260
1826250 (추미애페북)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론이 아니라고요? 4 ㅁㅁ 2026/07/16 660
1826249 해운대쪽 식당 추천 좀 부탁드려요 4 .. 2026/07/16 361
1826248 정지선씨 중국식당은 좀 촌스러운 입맛들 7 2026/07/16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