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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사직서 쓰며 마무리하네요

조회수 : 5,805
작성일 : 2023-12-22 22:28:33

제목 그대로입니다.

 

올해는 사직서를 쓰고 마무리해요.

오늘 밤 사직서 쓰고 이메일 초안 써서... 내년 1월 중반정도에 발송되도록 예약 걸어둘려구요.

 

그만 두고 싶었던 건 딱 2번 이었어요.

처음 , 한 번도 안해본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을때요.

그때 못하겠다 그만둔다 했었는데, 회사가 너무 다급한 상황이라 절 붙들고 달랬죠.

책임감이 강한 편인 저는 어떻게 든 머리를 쥐어짜고 해냈고, 어떻게 어떻게 어려운 일들을 해냈어요.

 

 

두번째 그만 두고 싶었을 땐,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마침 원래 하던 일로 좋은 이직기회가 있어서 그만둘려다 발목 잡혔구요.

 

지금은 딱 세번째입니다. 

실급여는 500넘게 들어오지만, 바뻐 아이들 챙길 틈이 없어요.

한참 크는 아이들이라 손이 많이 가야 하는데, 아는 지인말로는 우리 애들 제가 일한 뒤로 애들한테 윤기가 안난다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제일 큰 문제고, 다른 문제는 저의 성장 가능성입니다. 

50 가까운 나이에 젊고 여러 툴을 잘 다루는 직원들과 일한다는게 벅찹니다.

예를 들어, 월간보고 덱을 만든다 치면, 전 덱 자체는 잘 못만들어요.

그런데 덱이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어떤 문구로 만들어 넣어야 할지는 이제 연륜이 있어 너무 잘 알지요. 젊은 친구들이 이걸 알기에, 본인이 덱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 의견만 기다리고 있다가 제 의견으로 덱 만들고 자기가 처음부터 한 일로 내세우니 서운하기도 합니다.  

 

전 또 나이가 있어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태도를 고객사분들 대하니 다들 좋아하고 연락주시는데, 민감한 일 터지면 너무 온정적이다고, 저한테 오는 전화도 못받게 하고 무슨 내용으로 무슨 말을 했나고 까지 취조하듯 물어보니, 뭐랄까 자존감이 무지 떨어지네요. 

 

돈도 돈이지만, 내 자존감이 이렇게 떨어져 가며 견뎌야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분명 이러다 발목 잡히면 또 남게 될까봐 미리 사직서 써둡니다. 

발송일은 1월 11일입니다. 

 

하는 일을 원래 있어 수입도 따로 있으니 조금만 벌고 아이들 곁에서 맛난 것 해주고, 뒷산에 꽃구경, 나무구경하러 다니고, 프리 일도 하고, 이렇게 쉬엄쉬엄 살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실패자가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버티지 못하고 레이스에서 포기하는 실패자가 아닌가 해서요.

 

하지만 1월 11일에는 사직서를 발송하려 합니다. 

용기 주세요. 

IP : 221.141.xxx.110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고
    '23.12.22 10:31 PM (220.117.xxx.61)

    정말 정말 수고하셨어요. 멋집니다
    잘 하셨어요. 또 더 잘하는 일 하실거에요
    푹 쉬시구요

  • 2. 응원
    '23.12.22 10:34 PM (218.158.xxx.62)

    아이들 크는것도 잠깐 그 소중한시간 함께하는데
    응원핮니다!

    충분히 쉬시고 즐기시며
    여유의 삶을 누려보세요

  • 3. 수고님
    '23.12.22 10:36 PM (221.141.xxx.110)

    댓글 눈물 나려 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 4.
    '23.12.22 10:36 PM (61.78.xxx.19)

    인생이 올라갈때만 있는것도 아니고 왔다갔다하더라구요.
    못내려놓고 계속 있으면 마음의 평정심을 잃게 되어 퇴사후에도 피해의식 계속 갖는분도 있어요. 건강을 위해 잘 생각하셨어요.

  • 5. 뭘하든
    '23.12.22 10:38 PM (118.235.xxx.116)

    잘 하실 분. 어디서든 빛날 분. 행복하세요

  • 6. 정스
    '23.12.22 10:40 PM (59.5.xxx.170)

    그 사직서는 더 멋진 삶을 위한 준비물일겁니다!

  • 7. ..
    '23.12.22 10:41 PM (175.121.xxx.114)

    지칠만도하십니다 또다른 문이 열리니 걱정마시고 시간에 맡기세요 애쓰셨어요

  • 8. 응원님 음님
    '23.12.22 10:42 PM (221.141.xxx.110)

    감사합니다. 아이들 너무 소중하죠. 회사선 너무 바뻐 아이들 연락할 틈도 없었어요. 그렇게 몰두해 일했었어요. 바보죠.

    음님 말씀대로 잘 내려놓고 저를 가만히 들여다 보려 해요. 일은 오래 했지만 지금 여기처럼 저의 취약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취조당한 곳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살벌한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서야 그것들이 보여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 9. 다들
    '23.12.22 10:46 PM (221.141.xxx.110)

    응원의 댓글 감사합니다.

  • 10.
    '23.12.22 10:48 PM (211.57.xxx.44)

    근데요
    전 회사 그만두고 재택 겸 전업인데요
    주변을 보니,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 자립심 독립심이 참 발달하더군요

    전 원글님 글을 읽으니
    아이들이 바르게 자랐을거라 생각해요
    맞벌이 경우 시간이 모자라 아이들이 윤기가 덜 나도,
    혼자 하는 습관? 버릇? 이 생겨
    잘 나아가는게 보여요

    원글님 죄책감은 필요없어요
    누구나
    전업이든 맞벌이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자녀들에게 귀감이 된다 생각해요

    그 지인의 말은 사실,
    필요없어요
    진짜 나를 소중히 여기는 지인은 그 말 못해요

  • 11.
    '23.12.22 10:48 PM (211.57.xxx.44)

    진짜 원글님을 소중히 여기는 지인은 그 말 못해요

  • 12. 끝난거아닙니다
    '23.12.22 10:50 PM (59.11.xxx.100)

    전 사십줄에 뜻하지 않게 빠른 은퇴했어요.
    장녀에 맏며느리라 비빌 언덕도 없는데 점차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줄줄이 도산 분위기에 중국으로 러쉬하는 거 보고 지금이 멈춰야할 때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더 지나면 스스로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손 털면서 지금의 원글님같은 고민했었네요. 스스로 이 분야에 더는 미래가 없다고 레이스에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왠지 모를 패배감이 들더라구요. 오판이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컸구요.
    십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보니 그 때 빠져나오길 잘했더라구요.
    그리고 제 삶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프리로 일하면서 주부해보니
    살도 좀 찌고 인상도 좀 둥글둥글해지고 요리도 잘하고 김치도 꽤 잘담가요. 운동도 독서도 틈틈히 하구요.
    가족들도 집밥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주말이면 다함께 등산 등 운동다닙니다.
    좀 더 제 인생에 집중하고 소중한 것들에 진심을 다하게 되었어요. 만족스럽습니다.

    아! 수입은 줄어서 아끼며 삽니다.
    하지만 아실거예요. 일하는 여자들, 전업하시는 분들보다 커피값, 옷값 등 지출이 꽤 많죠. 아끼며 사는 거나 벌면서 쓰는 거나 어차피 거기서 거긴데 마음만큼은 세상 느긋해져요.

  • 13.
    '23.12.22 10:53 PM (106.101.xxx.171)

    그럴수록..설상여금 인센티브 받고 그만두심 안되까요? 제가 다 아깝네요.

  • 14. ..
    '23.12.22 10:55 PM (117.111.xxx.84)

    일을 쉬는날
    엄마가 쉬면 아이들이 먹성이 좋아져요
    절제도 더불어 잘시키셔야해요

  • 15. 그린
    '23.12.22 11:01 PM (14.43.xxx.144)

    응원합니다!!

  • 16.
    '23.12.22 11:09 PM (221.141.xxx.110)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집중하고 싶어요. 느긋한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설상여금님, 그런게 없어요 저희회사는요. 아마 지금 저는 반쯤 탄 초이구요. 아마 금전적 이득 노리고 더 있다간 그마저도 다 타서 녹아 없어질거에요. 제가 살고 싶어서요. 한 두달 미적거리다 새 고객사 시작하면 진짜 못빠져 나와요. 절차 진행할 사람이 없어요. 슬픈건 제가 기존고객걸 다해놔서 이사람들 그냥 쓰기만 하면 되요 ㅠ

    먹성은.. 제가 일하면서 인스턴트를 넘 먹어 걱정이었답니다. 집에 있게 되면 아이들 먹성 잘 관리할께요. 조언 감사해요.

  • 17. ..
    '23.12.22 11:28 PM (61.253.xxx.240)

    제 의견만 기다리고 있다가 제 의견으로 덱 만들고 자기가 처음부터 한 일로 내세우니 서운하기도 합니다.

    아 너무 그 맘 알겠네요

  • 18.
    '23.12.22 11:36 PM (221.141.xxx.110)

    이런 아이만 있으면 전부게요. 심지어 미팅전 사전 자료를 보내고 자기 의견 달라고 하면, 자기 보기 싫다고 거부하는 젊은 동료도 있었어요. 사전자료 안 받으면, 자기도 그냥 회의에 끌어온 셈이라,,, 기대치 않은 질문에는 기대치 않은 엉뚱한 답을 해도 무방하다나.. 참 나.. 이런 젊은 직원들과 일했습니다. 진짜 힘들었어요. 고객사 벤더들과는 다 친해지고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는데 사내직원들과는 점점 더 힘들어요. 같은 팀으로 성장하기 힘들 것 같아요.

  • 19. ...ㅇ
    '23.12.23 6:21 AM (211.108.xxx.113)

    응원합니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니깐 그간 바빠서 방치아닌 방치했던 부분에 대한 내 갈증도 해소되더라구요
    쉬니까 너무 좋아요

  • 20. 레이디
    '23.12.23 8:15 AM (211.178.xxx.151)

    사직일은 나에게 금전적으로 가장 이득이 되는 날로 정하세요.
    16일까지 근무하면 한달 급여 나온다고 하면 16일로 한다거나,
    설상여는 받고 나갈 수있는 날이거나

    이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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