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야매 가정식 백반

| 조회수 : 10,538 | 추천수 : 2
작성일 : 2023-09-16 10:39:03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직장에 복귀해서 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간지 2주가 되었습니다. 덥고 습했던 미얀마의 거리를 누비던 추억도 한국에서의 꿈같았던 혼자만의 몇칠도 그리고 징하게 멀기도 멀었던 뉴펀들랜드 여행의 기억도 다 잊고 눈썹이 휘날리게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중에 뭔 심리인지 자꾸 까맣게 잊고 지내던 연근 조림, 진미채 무침, 마늘쫑 볶음 뭐 이런 도시락 반찬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먼전 진미채 무침. 이요리의 핵심은 뭐니뭐해도 맛있게 매운 칼칼함과 윤기, 불타는 선명한 색상입다. 전 고추장, 조청, 마늘, 생강, 고운고추가루, 맛술, 매실청, 간장은 넣는둥 마는둥해서 끓인다음 진미채 투하, 잘 섞어준다음 마지막에 마요네즈 한수저, 참기름, 물엿추가해서 윤기를 내주었어요.


멸치 볶음도 마요네즈만 빼고 비슷한 방법으로 했구요. 전 멸치볶음을 작은 멸치는 머리까지 먹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국물 멸치 약간 작은것을 다듬어서 합니다.


다음은 마늘쫑 볶음. 마늘쫑을 슬쩍 데처서 멸치볶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볶아봤어요.

취나물은 두시간정도 불리니까 부드러워 지더라구요. 씻어서 물기 제거후 참기름, 국간장, 멸치액젓, 마늘 조금 넣어서 무쳐준다음 팬에 멸치 다시마 육수 조금씩 추가하면서 부드럽게 볶아주었어요.

마지막으로 대망의 연근 조림. 이게 아주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하마더라구요.


생연근을 껍질벗겨 썰어서  40분정도를 끓는물에 삶아주고 흑설탕 두어 스픈과 맛술, 생강 몇쪽, 다시마 명함크기 두장, 색깔진한 간장을 투하해서 뭉근히 조려주었습니다. 여기 토론토 중국가계에서 다크 소이소스라고 해서 색이 엄청 까만 간장을 팔아서  이렇게 조림에도 쓰고, 약밥만들때도 쓰고, 볶음밥할때도 쓰고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요.

조림장이 거의 졸아들었을때 이제 물엿을 넣고 뒤적여주면서 자작자작 조리다가 국물이 거의 없을때 흑설탕 한스푼 투하 국물이 완전 없어질때까지 조려주었습니다. 마지막에 흑설탕 투하는 윤이련님 유투브 채널에서 보고 따라해봤어요. 조리는 시간만 한시간은 걸린것 같아요. 맛은 있었으나 다시는 못할짓... 계속 지켜서서 뒤적여 주어야 해서 인내심의 한계가 오더만요.

어째튼 인고의 시간끝에 무사히 야매 가정식 백반 한상 탄생... 계란찜은 연두부를 섞어서 했더니 희끄무래 하네요. 그리고 마늘쫑 무침의 행방이 묘연. 사진을 세팅 중간에 찍은 모양입니다. 

곧 추석이네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래요. 

 

 



Alison (alison)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요리와 캠핑카 여행을 즐기는 50대 초반 직장 여성입니다. 사추기로 몹시 까칠해진 캐나다인 남편과, 십대 아이들 둘과 살아가고..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냉이꽃
    '23.9.16 4:31 PM

    타국에서 이런 고급백반이 가능하긴 한거군요~
    이곳이야 저런 재료수급이 쉽지만 공이 몇배는 드셨겠는데요? 매번 야생?캠퍼로 뵙다가 얌전한 주부모습이 여간 생소하지 않습니다 ㅋㅋ

  • Alison
    '23.9.17 7:00 PM

    냉이꽃님, 저도 얌전한 주부모습은 이제 낮설어졌어요 ㅎㅎ 빨리 저 캠핑카를 끌고 어디 가야되는데, 웬수 남편이 팔기전에 빨리 어디라도 다녀와야 되는데 하면서 마음이 콩밭에 가있습니다.

  • 2. Harmony
    '23.9.16 6:49 PM

    쉬운듯 하면서 어려운게 이런 내공의 밑반찬이더군요.
    한국에서도 잘 안 해먹는 어려운 반찬을 그 재료 구하기도 어려운 타국에서 만드시다니. . .
    큰 박수 보냅니다.
    아이들과 남편분도 잘 드시던가요?^^
    남은 밑반찬은 김밥 속재료로 쓰시면 맛 있을겁니다.
    한톨도 버리지 마시고 다 드시길요.^^

  • Alison
    '23.9.17 7:03 PM

    아이들과 남편은 뭐 시큰둥합니다. 남편은 예의상 한 젓가락 먹어보고 말만 괜찮네하고는 잘 안먹더라구요. 젊어서는 한국음식도 그렇게 잘 먹더니... 차암~~ 여러모로 딴사람 됐어요.
    남은걸로 김밥 너무 좋은 아이디어네요. 감사합니다!

  • 3. hoshidsh
    '23.9.17 11:17 AM

    야매라니요. 이거야말로 “찐”가정식백반인 걸요.
    진미채도 멸치볶음도 색깔부터 맛있어 보여요.
    키톡에서 항상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해외에 사시는 분들이 한식은 더 잘 해드시고 사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 추석 풍경도 궁금합니다.
    거기서도 둥근 보름달은 뜨겠지요?

  • Alison
    '23.9.17 7:13 PM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들어서 그렇지 맛은 있었어요. 여기 추석은 뭐 그냥 대충 보내는날이 많아요. 보통 평일날이니까 다른날과 다름없이 다들 출근하니까 더 그런것 같아요. 그래도 보름달은 여기서도 변합없이 뜹니다 ㅎㅎ

  • 4. 초보파이
    '23.9.18 4:20 PM

    한상에 이가짓수 무엇입니까?? 윤기 좌~알좔 군침넘어갑니다~

  • Alison
    '23.9.19 7:20 AM

    한국 밥상이 그리워 한달에 두어번 이렇게 차려보는데 아이들과 남편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지금 해놓은 반찬 저혼자 다아 먹고 있네요 ㅎㅎ

  • 5. 예쁜솔
    '23.9.18 7:03 PM

    야매하니요?
    넘넘 정통 전통식이네요.
    저는 슬슬 졸업하고 싶은 한식인데요...ㅠㅠ

  • Alison
    '23.9.19 7:25 AM

    전 이제 한식이고 양식이고 밥상 차리는것 자체를 졸업하고 싶습니다 ㅠㅠ 아이들 저만 보면 배고프다고하고 피곤한몸을 이끌고 뭐라도 해주면 이거 먹기 싫다 저거먹기 싫다하고... 저도 이제 나이드니 밥상차리기 지치고 꽤가 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870 인생 최고의 식사( Feat 케냐) 36 시간여행 2023.09.26 12,052 7
40869 이정도는 약과지~ 22 냉이꽃 2023.09.24 10,360 3
40868 지난 여름 도시락 14 서윤 2023.09.23 8,883 5
40867 맥주 좋아하세요? 41 메이그린 2023.09.20 9,956 8
40866 혼자먹는 밥 25 메이그린 2023.09.19 10,503 8
40865 집밥 6 경민맘 2023.09.19 8,549 5
40864 1분기 도시락 23 해리 2023.09.18 9,977 4
40863 소문듣고 왔습니다 11 초보파이 2023.09.16 7,464 6
40862 야매 가정식 백반 10 Alison 2023.09.16 10,538 2
40861 먹고 살기 6 경민맘 2023.09.15 6,850 3
40860 감자전, 오므라이스,그리고 아기고양이 입양 보냈어요 9 챌시 2023.09.15 5,951 3
40859 친정엄마생신&9월모의고사&음식나누기 56 솔이엄마 2023.09.11 11,975 7
40858 163차 봉사후기) 2023년 8월 닭볶음탕 2가지와 김치전 5 행복나눔미소 2023.09.10 4,928 3
40857 배달음식비 아껴봐요 ; 닭봉. 날개 간장조림 6 늦바람 2023.09.09 7,729 5
40856 친구 생일 선물 꽃물김치~월남쌈 9 해피바이러스 2023.09.09 5,353 4
40855 쉽게 만드는 감자스프 한그릇 (날아간 레시피 추가했어요) 24 챌시 2023.09.02 11,475 4
40854 캐나다 최동단 뉴펀들랜드주 캠핑카 여행기 1 24 Alison 2023.08.31 9,002 5
40853 밥 좀 볶을 줄 아는 아저씨입니다. 19 Mattari 2023.08.30 12,435 5
40852 시드니 스타일_월남쌈 14 솔바람 2023.08.25 11,425 3
40851 크랩애플(crab apple) 프로젝트 1 16 디카페 2023.08.25 6,749 3
40850 고독한 빵 만들기-내용추가 28 고독은 나의 힘 2023.08.25 9,755 4
40849 병원식 30 아큐 2023.08.24 8,562 7
40848 삼세번 12 juju 2023.08.22 7,262 2
40847 처음 만든 분짜 6 하늘호수 2023.08.20 8,390 2
40846 영원한 기본반찬들 22 냉이꽃 2023.08.17 15,329 3
40845 로컬장보고 빵도 굽고 그러는 밥상 19 조아요 2023.08.16 10,913 4
40844 청각요리 4 코스모스 2023.08.16 5,258 4
40843 대학생이 먹고 사는 이야기 5 - 1학년의 마무리 16 정진서랑 2023.08.15 8,834 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