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초겨울
동네주민들과 첨부터 잘 지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심심한 동네는 낯선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텃세 쎈 아지매들과 두 어번 고성이 오고간 적도 있고
마냥 촌이 평화롭지는 않습니다.
제 입으로 싸가지 없는 년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편합니다.
마냥 모두에게 순둥이처럼 지내기에는 ㅎㅎ
그렇게 서로 땅 싸움하듯 다투기도 한 이웃들과
송년회를 마련했습니다.
회비 2만원, 생전에 못 접해본 음식들로 제가 한 상 차린다고.
한 주민이 스테이크용 안심을 내고
나머지는 제가 좀 보태고 전채부터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집에 와 파일명 바꿔 앉았습니다.^^
구형프로그램이라 대충 이렇게 올립니다.
사진을 찍을 새가 없었어요. 음식하느라
이웃들이 찍은 사진은 다 웃고 먹고 사람 위주 사진이였어요.
이거 달랑 한 장
에피타이저로
벨기에식 홍합찜(이름만 벨기에^^)
카프레제
새우버터구이
그린샐러드
거기다가 이웃이 만들어 온 꼬막까지
알쓸신잡에서 돼지국밥 먹으러 가다 떡볶이 결눈질한 유희열이
칸트 잔소리를 들은 바,
코스 요리를 하겠다고 일주일 전부터 밝힌 바
코스를 달리기코스만 아는 주민들이
여기에다 크라상과 프루슈토 사촌까지
친절하게 모짜렐라 치즈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주니
여기서 전부 배가 빵빵
이어져 준비한 봉골레파스타와 토마토해물파스타(펜네면)
숟가락도 못 대는 이웃들 발생
스테이크 노래를 부릅니다.
안심 260g 8개를 해 온 손 큰 이웃
아무리 봐도 못 먹을 것같아 3개만 구웠습니다.
먹는 이 9명 중 딱 3명
이미 에피타이저로 배채운 이들은
그 날이후 저만 볼 때마다 스테이크 스테이크 노랠 부릅니다.
다시 한번 더 하자고 합니다.
밥상에서 숟가락 날라가고
밥상에서 화해하고
밥상으로 이어지는 이웃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제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대요.
듣도보도 못한 요리들이고
고기는 삼겹살 아님 등심
카프레제는 들어도 금방 까먹고
무슨 혼자서 척척 해내느냐고 ㅎ
다시 송년회 할 때는 코스고 뭐고 한 상에 다 차려놓고 먹자고 합니다.
코스요리는 실패했지만 3계절이 지나봐야 사람 진면목을 안다는 등
밥상권력을 확실하게 줘었습니다. ㅎ
천날만날 고함 지르던 앞집 아줌마는 3데시빌 낮은 목소리로
갑자기 존댓말 헛소리도 하시고^^
즐거웠습니다.
맛있게 먹는 모습도 생전 첨 보는 맛에도 즐거워하고
코스요리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없고
이웃들은 한 상 차려놓고 같이 먹자고 합니다.
혼자 주방 뛰어다니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맛은 있지만^^
다음 송년회는 단촐하게 묵은지 주제로
만두와 묵은지찜만 하자고 하니
스테이크 꼭 먹어야 한답니다.
조만간 또 송년회할 때 그 때는 제가 사진 많이 찍어
다시 올리겠습니다.
많이 기다리게 해드려 고맙고 죄송혀유^^
팁) 테이블보는 다이소 2천원짜리^^
와인잔도 다이소에 가면 체코 생산이 있고
중국 생산이 있어요. 당연 체코가 좋지요.
가볍고 4개밖에 없어 체코 4: 중국 5 가격 3천원
포크 1500원
나이프 1500원인가? 둘 중 하나는 1천원 입니다.
접시 동네에서 빌려쓰고
종이접시 같이 사용(지구야 미안^^)
남은 음식은 이웃들에게 다 싸주고
담날 3시간 동안 열라 청소
바닥 기름까지^^
(미리 신문지 깔아두껄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