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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누 욕했던게...자꾸 미안해져요.

있고, 없고가... 조회수 : 5,391
작성일 : 2010-08-15 03:08:00
손 아랫 시누 하나에요.

시누가 형편없는 사람 만나 죽도록 괴롭힘 당하다가 돌쟁이 아들 하나 데리고 이혼했었어요.

그리고 가끔 어쩔 수 없이 시댁과(시누에겐 친정) 저희가 도울 일이(돈 문제) 몇 번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배째란 식으로 돈 해달라...사고 치지는 않았어요.

학벌도 직업도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던 시누는 이혼 후 정말 죽어라 고생을 했어요.

이혼 후 6년이 지난 지금은 잠실의 한 번화가에서 80평대 식당을 운영해요. 직원만 7명이에요.

아직은  거의 빚으로 시작하거라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지만...희망적으로 잘 운영해 나가고 있어요.

전형적으로 밖에서, 남에게 잘하는 성격이고, 오로지 집안 식구들에게만 퉁명스럽고, 한 번씩 폭발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남이 아닌(여기서 남은 시누 본인 예전 시댁도 포함됨) 자기 식구 즉 친정 식구만 챙깁니다.

저도 시누에겐 어렵고 편하지 않은 "올케"지만 대분류!!에는 친정 식구에 속해서...궁극적으로 저도 잘 챙깁니다?

물론 친정 식구로 분류되는 제게도 한 번씩 폭발을 해 주지만요... ㅡ,.ㅡ;;;;;

어려울때,

그래요. 어려운 것 알지만..참 안 쓰고, 인사할 줄 모르고, 답례할 줄 모르고, 뭐 하나 사 올 줄 모르고,

먼저 낼 줄 모르고, 나눠 낼 줄 모르고...그랬어요.

말수도 없고, 인사치례도 안하는 편이라 더더욱 그런 점들이 도드라지게 보였었죠.

저희가 큰집이라 집안 행사도 많고, 참석해줘야 할 자리도 많은데,

참석도 안하고, 가도 인사도 봉투도 없어...내색은 안했지만 시어머니와 제가 참 낯이 안 설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제가  내심  "인사할 줄을 모른다"  "싸가지가 없다" 속으로 욕? 종종 했었어요.  ^^;;;

그런데,

이제 아직은 "살 만하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어쨌든 저렇게 큰 식당을 운영하게 되니,

사람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씀씀이는 완전히 달라진거에요. 물론 여전히 알뜰해요. 사치를 말하는 게 아니구요.

예전엔 집안 행사에 큰 돈이 필요하면,

예를 들면, 한 200만원 정도가 필요한면...제가 시누에게 전화해서 한 일이십...보태기만 해라.

오빠니까 많이 내야지. 하지만...내고 안내고 기분이 그렇잖아....하면서 얼마라도 꼭 보태게 했고,

행사 치르고..전 어른들께  "아가씨랑 같이 했어요"...하고 말을 하곤 했었죠...

(그러면서 "난 참 된 사람이야~~~~" 자뻑모드...스스로, 그리고 남편 앞에서만 좀 즐기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요즘엔, 똑같은 일이 있으면...저도 예전과 같이 똑같이 전화해 얘길하면, 시누도 똑같이 예전과 같이 대답하는데,

입금된 돈을 보면....행사비 전액이 들어와 있거나 주는거에요.

그렇게 주면서도 생색을 내거나, 아니면 예전에 고마워서 그랬다...연유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구요.

왜 돈을 그렇게 많이 주었냐. 하면서 돌려주려 하거나 놀라면...그저 됐다...하며 부끄러워하구요.

예전에 시골 시댁에  명절때 가려면 저희 집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꼭 자기 데리고 가라...해서,

(아이도 있고, 직장 문제로..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얄밉고 짜증났었죠...)

멀어도 일부러 돌아 데리고 꼭 같이 갔었는데...(저희 집이 서울이면 시누는 안양이나 안산)

오가며 기름 값 한 번을, 커피 한 잔을 내지 않던...시누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시누 아들이랑 우리 아이랑  공연 같은 것 보러가면,

제가 예약도 하고 데리고도 가거든요. (장사하니까 시간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어떤 공연 티켓은 너무 비싸니까..

그냥 아이들 데리고 공연이야 뭐야 한 두번 갈 것 아니니까...

그냥 더치하자고 했었거든요. (제가 운전해서 데리고 다니고, 먹을 것 사 먹여요.)

그러니까...챙겨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그러자고...했는데,

그냥 또 그런 돈 받으려면 어떨땐 이런 저런 할인 받아서 예상 못하게 저렴하게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해서,

말은 저도 그렇게 해 놓았지만,

막상 조카 데리러 가서는 표값 달라고 말 못하거나 됐다고 말하기가 부지기순데,

나중에 집에 와 보면  우리 아이에게 몰래 준 경우가 왕왕이에요.

" 고모가 집에 가서 엄마 주랬어요..." 하고 돈을 내미는데 ..그 표값이란게...전액 다요. 더치아니고.

뚱하게 말도 없어서...오해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잘 쓰면서도(오직 친정 식구들..^^;;) 내색이나 생색이 전혀 없어...정말 있어 보이는 거에요.? ^^;;;

사람이 진중해 보이기까지 하구요.

참.....돈이 있고, 없고가 이렇게 사람을 달라보이게 하네요. 사람은 그대로인데...

아니면 돈 하나로 사람이 달라보이는  제 됨됨이의 부족함일 수도 있구요....^^;;;

여튼,

괜히 예전에  궁시렁 궁시렁 욕한게...새삼 떠오르며...시누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거에요...

저도 언젠가....자게에 "시누가 지금 저희 집으로 오고 있어요" 라는 제목에 따뜻한 가족애의 반전이 있었던

원글의  올케 원글님처럼...시누가 앞으로 또 어려운 일이 생겨 힘들어진다고 해도...예전처럼 오해하지 말고,

따뜻하게 잘....해줘야겠어요.......
IP : 218.156.xxx.229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페퍼민트
    '10.8.15 3:22 AM (115.95.xxx.228)

    멋져요. 님도 시누님도!!

  • 2. 둘다 좋은 사람
    '10.8.15 7:34 AM (115.136.xxx.27)

    님이 일단 시누한테 잘 하시네요.. 센스가 있으신 분 같아요.. 그리고 돈이 있고 없고도 사람 변하게 하고.. 시누가.. 아주 나 쁜 사람은 아닌듯해요..
    이제 잘 살게 되었다고 진상부리는 사람 많은데. 생색 안내고.. 저렇게 하는거 보면 .. 시누가 님한테 그래도 그동안 고마움 많이 느낀거 같네요... 왜 표현 잘 못하는 사람있잖아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 유지하기 바래요..

  • 3. 가로수
    '10.8.15 8:20 AM (210.217.xxx.120)

    시누가 아주 좋은 분이네요
    그간은 자기마음에 화가 많고 상황이 너무 어려워 그랬지만 본 마음은 아주 통이크고
    넉넉한 사람인듯해요
    시누의 마음을 재발견 하셨으니 축하드려요
    좋은 관계로 죽 가시기를...

  • 4. 원래
    '10.8.15 9:14 AM (175.114.xxx.223)

    좋으신 분이었던 거 같네요.
    그동안은 형편이 어려워서 마음은 있어도 못 하셨던 거고..이제는 좀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못 했던 거 갚으시는 거 같아요.
    참 멋있네요.

  • 5. 봄비
    '10.8.15 10:36 AM (112.187.xxx.33)

    원글님도 속이 깊으신 분이고
    시누이분도 속이 깊으신 분이고...^^

  • 6. 시누가
    '10.8.15 11:21 AM (221.145.xxx.100)

    자존심이 강한 사람인가봐요. 그러니 돈 없을 때 없다 소리도 못하고, 입발린 소리 못하고 그 자존심에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리고 이제 형편이 나아지니 잘 내놓으면서도 생색 안 내는 거고요.

    그동안 마음 고생 많이 했겠네요. 원글님도 좋은 분이세요. 서로 잘 보듬고 사시면 좋겠어요.

  • 7. 그래서
    '10.8.15 12:25 PM (124.195.xxx.201)

    엣말에
    곡간에서 인심난다고 하나 봅니다.

    어렵게 살 때 마음이 참 힘들었을 겁니다.
    가족도 물론 힘들었을테고요
    이혼한 전 시가야 당연히 남이고
    어떤 면에서는 남보다 못한 거구요

    두 분 다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8. 비타민
    '10.8.15 1:11 PM (180.64.xxx.136)

    시누가 표현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돈 없다는 말 못합니다.
    그래서 돈 못내도 미안하다는 말도 못합니다.
    대신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고, 언젠가 '반드시' 그것을 갚습니다.
    님은 그런 성격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나봅니다.

    이런 성격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천성이에요.
    주고도 생색 안낸다고 하셨죠?
    돈 생겨서 바뀐 태도라면 반드시 생색내고 님에게 돈 자랑 합니다.
    저런 사람에겐 하나를 주면 나중에 반드시 배로 갚습니다.
    티도 안내지만 반드시 예민하고 모든 것을 감지하기 때문에
    님은 그런 사람에겐 뭘 해주고도 손해보는게 아닌가,하는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사람은 마음의 빚지고는 못살아요.

  • 9. 흐음
    '10.8.15 1:24 PM (119.196.xxx.19)

    이런 얘기, 사람 사는 얘기 진짜 너무 좋아요. 누군가의 멋진 수필 한 편 읽은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멋지시네요, 두 분 다.

  • 10.
    '10.8.15 5:25 PM (122.36.xxx.41)

    우와.... 부러워요...

    우리 손아래 시누이 정말 잘사는데도 철없고 윗사람한테 받을줄만알지 자기는 당연히 돈 안쓰는거라 생각하던데... 부럽습니다~~

  • 11. 시누가 완전
    '10.8.15 5:41 PM (119.67.xxx.204)

    진국 스타일이군여...
    훈훈하네여..^^

  • 12. ㅎㅎㅎ
    '10.8.15 9:38 PM (175.114.xxx.24)

    저도 이글 읽으니까 가슴 따땄해지면서 좋네요.
    이런 글 읽는 것도 잔잔한 행복!!ㅎㅎㅎ

  • 13. 흠...
    '10.8.15 9:51 PM (121.182.xxx.91)

    좋군요~ ㅎㅎ

  • 14. 아마..
    '10.8.15 9:58 PM (114.200.xxx.81)

    그런 시누분이면, 예전에 어려울 때 돈을 못 내놔서 무척 마음이 안좋았을 겁니다. 속으로 자괴감도 많았을 거구요... - 그런 분이 아니라면, 지금 여유 있는 살림살이에서 남들 보는데서 행사비도 다 내놓았을것이고, 아이가 아니라 원글님한테 대놓고 줬겠지요..

    환경이 안따라줬을 뿐, 시누분은 속이 여문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환경이 좋아져도 내놓는 법을 몰라서 내놓질 못합니다.

  • 15. 조아요
    '10.8.15 10:36 PM (118.34.xxx.160)

    님 시누님도 좋으시지만 님도 참 좋으신 분이네요^^*

  • 16.
    '10.8.15 10:37 PM (121.140.xxx.86)

    전 왜 이글이 서글프게 다가올까요?
    죽을 고생을 했다는 시누분이 참 안됐어요.
    지금까지 죽을 고생을 하고 살고 있다면 지금도 계속 욕먹고 있었을테니까요.
    역시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나봐요....

  • 17. 예전글
    '10.8.15 10:38 PM (118.34.xxx.160)

    근데 예전 그 글 읽어보고 싶은데 아무리 봐도 못 찾겠어용 ㅜㅜ

    혹 내용 아시는 분 올려주세요~

  • 18. 윗님^^
    '10.8.15 11:36 PM (61.255.xxx.141)

    예전글이 있는게 아니라
    기냥 속으로만 쫌 욕을 하셨데요^^ 궁시렁 궁시렁~~
    많이들 그러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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