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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님 보세요

경험맘 조회수 : 1,051
작성일 : 2010-02-18 13:00:57
님글 계속 읽다가 답글은 안달았어요. 제가 하고픈 말들이 여러 있어 달리 글을 남기진 않았어요.

비타민님의 글이 딱 와닿아서 그분과 제얘기라도 나누고 싶은맘이 들기도 했어요.

님의 상황이 어찌 진행될지는 아무도 장담못하겠지만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들일께요.

저도 중매로 만나 제 판단에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하고보니 남편은 성실하고 건전했지만
시모가 아주 별난사람이었어요. 결정권이 저희부부에겐 없었고 타지방에 살았음에도 매주주말을 시댁에, 그사이 전화도 하고...

그런건 그렇다치더라도 남편의 병력을 숨겼더군요. 선천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고후유증으로 **이 있었어요.
월급도 참 작었어요. 연봉이 1200정도. (나이가 30중반인데도)
많은생각후 아이들한테 유전된것도 아니었고 경미한 **이라 몇년에 한번씩 이라 견뎌보자는 맘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또 참 예뻤어요. 저한테, 전부일정도로...

저는 생각했죠. 남편의 병은 감당하겠지만 시부모는 못하겠다고... 매일매일 사는게 참 힘들었어요. 애들쳐없고 길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남편한테 갈때의 맘이란, 당황, 분노, 슬픔, 두려움이 교차했어요.

남편의 병에 대해서 절대 언급도 안하면서 며느리도리를 강요하길래 맘을 담쌓고 최소한의 그들이 원하는 매주방문을 억지로 하며

근데 시부가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갔는데 그들만의 결정은 시부병간호를 저한테 맡기기로 했다고 일주일씩 다른형님과 교대로 하자고, 아이들은 친정에 맡기라 하고 통보를 하네요.

제입장에선 그냥 남편과 하루하루 결혼지탱하는 것도 버거울만큼 심각했는데 그들은 도리만 강요하고
남편누이한테 왜 병을 숨겼냐고 한번 물어보니까 자기네들은 몰랐다네요.

집의 소유도 시모가 할 정도니 결혼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제가 그것을 냉큼 자발적으로 감당하기엔 저도 착한며느리가 아니었던가 봅니다.

쓰러진 시부의 병간호는 정말 생각도 못했고 간병인은 절대 안된다하고 시모는 모든 수발에서 제외시키고(나이가 많아서라네요 73세) 나머지는 일한다고....

저는 착한 희생적인 며느리는 싫었어요. 내삶이 버거워서... 못한다하니 때거지로 절 잡아먹을려고 했어요.
이래저래 협박도 하길래 버텼어요. 하다하다 안되니 자기네들끼리 회의를 했는데

그자리에서 시모는 칼들고 절 죽이겠다고 하고 이혼시키겠다고 하고, 또 그런엄마자격없는*한테 아이들 못맡긴다고 남편누나가 아이 데리러 올거라고 ....

이런 말을 남편이 눈돌아서 광기를 내며 저한테 퍼부은 말입니다. 100% 시댁편으로...

아이 초등입학 하루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저도 님처럼 겁나서 어쩔줄을 몰라 일단 남편한테 손이발이되도록 빌었어요. 용서하란 말이 아니라 평화롭게 합의이혼으로 처리하자고.... 아이짐이라도 뺄 시간만 달라고...

전 정말 아일 뺏길줄알고 보이는게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원하던게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제가 빌때 됐구나 싶었는데 그게아니라 이혼을 요구하니 당황한거죠. 겁쟁이인 전 정말인줄 알고 친정동생불러 아이책가방 옷가방2개만 챙겨서 친정으로 도피(?)했어요.

학교는 바로 전출신고하는 바람에 입학하는날이 전학하는 날이 되어버렸고 우리아이는 초등입학실을 해보질 못했네요.

슬퍼할 겨를없이 아이를 새학교에 넣었고 아이는 그나마 상황을 잘 몰라 잘적응하며 새학교에 다녔어요.

전 매일 아이손잡고 혹시나 뺏길가봐 학교오고가고 했고 항상 주변을 살폈었죠.

시댁과 남편은 흐름이 원하는 바로 흘러가지 않으니 다음단계, 협박이 왔어요.

등기로 이혼서류가 온거예요. 그때의 저의 심정이 봄날님의 심정과 비슷했겠죠. 강력히 이혼을 원하는 것은 아닌데 이런식으로 살기는 싫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앞으로의 남은 날을 고통받고 싶지도 않고 남편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러 정말 이혼하고 말리다라고 덤볐고 그때부터 그들이 진정으로 이혼을 원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어요.

등기로 온 이혼서류가 제대로 오지않고 달랑 1장만 온것도 그렇고(진짜는 3장인가 몇장 더있어요), 해서

전 그 이혼서류를 작성해서 빠른우편으로 남편회사로 보내버렸어요.  남눈 의식 많이하는 사람이라 그리했더니

그때부터 감감무소식, 몇달이 조용했어요. 그사이 전 님처럼 일자리도 알아보고 마트에서 일했어요.

정말 서글펐어요. 늦게 마치고 막차타고 올때,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 보면 눈물이 절로 났어요.

1학년은 학교에 제출할 것도 많은데, 전부 없는거라 맘고생엄청했어요. 가족사진을 준비못해 핸폰으로 찍어 가져가기도 했고 싸이사진 옛날것 가져가기도 하고....

그러다 남편은 전화도 없어요. 3달후 동서한테 전화가 오네요. 시부가 돌아가셨다고...
전, 정말 이혼이구나 싶었어요. 이대로... 화해의 시간도 없이 가버린 시아버지... 장례식장에 오라하더군요.
맞아죽을줄 알고 각오하고 갔어요. 절 보더니 남편은 눈도 못보고, 제일 쎈 시모와 누이가 울더군요. 잘왔다고..
그리 갑작스레 만나게 되고 시모가 강력히 합쳐라하길래 남편과 많은 대화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는 다시 전학했고요.


그후 몇년이 지났네요. 시댁에서 아무도 절 나무라지 않네요. 대놓고 트집도잡지 않네요.
남편은 매주 시댁가고 저와 아이들은 2주에 한번 가네요. 전화도 가끔 하네요.

남편누이들은 절 완전히 남처럼대하는게 느껴지는데, 전 오히려 지금이 편하고요.
며느리2명중 제가 돌아왔더니 한명이 안오네요, 몇년째...

그후 남편은 정말 100% 시댁편이었는데 조금씩 저와 아이들 생각하는 마음이 느는게 느껴져요.
잘할려고 하고요. 제가 늘 얘기하거든요. 자기가 쓰러지면 보살필 사람은 나라고...
남편과의 마찰은 심하지 않아 측은지심으로 보듬고 갈려고요... 저를 아껴만 준다면요...

그리고 남편도 조금씩 느끼나봐요, 시댁에서 자기한테 잘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사이 아이들은 크고 가화만사성이라는 것을 남편이 느끼면
예전처럼 절 내몰진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봄날님, 지금 빌고 들어가면 님은 가정은 지킬지 모르겠지만 님자신은 못지킵니다. 화병들어요.

저도 미련없는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그 난리겪은후 신경성방광염이 생겼어요. 염증없어 스트레스가 원인일수도 있다고 하네요.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려고 노력해요. 6개월 고생하다가 지금은 거의 다낳았어요.
자다가 숨을 못쉬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겪었는데 요즘은 거의 다 낳았네요.
저와 아이들에게 노력하는 남편의 조그만 노력이 고마워서 그런가봐요.
남편의 월급도 많이 올랐고 제가 약을 먹이고 하니 남편도 건강해졌어요.
저도 아직 뇌관이 남아있긴해요. 어머님의 건강.
시간이 많이 흘러 저도 강단이 생기고 추진력도 생겨 어머닐 제가 끌고 가는 날이 오면 평화가 오지 싶어요.

봄날님이 지금 겪고 있을 마음고생 님남편도 할것입니다. 그 남편의 마음에 변화가 오지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어요.

저의 남편한테 물어봤어요. 왜 그리 전화 한통 못했냐고, 지나가는 말로 퇴근후 집에 불이 켜져있길 바랬다고 하더군요. 나약한 사람은 용기가 없어 먼저 나서지도 못하나봐요.

전 그때의 마음을 한번씩 남편한테 흘려요. 아이가 겪었을 고통도 함께요.
지금의 새학기 시즌이 오면 마음 한구석이 아파와요.

봄날님, 이혼할수도 있다 생각하시고 최선을 다해 미래를 준비하고 직장생활하면서 아이 잘 키우고 있으면
님남편이 잘못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날이 오면 집명의는 님한테 넘겨달라하고 시댁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인 명절만 챙기고 나머진 당신만 해라고 확답받으시고 그리해주면 아이생각해서 합쳐보시고요.

남편과 친구처럼 잘 살길 바래요. 그런날이 오지않더라도 이게 최선의 답이다 라고 생각하세요.
행운이 봄날님에게 가길 빌어요.
IP : 118.47.xxx.23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10.2.18 1:19 PM (119.200.xxx.240)

    가슴이 아프네요. 이런글 쉽지 않을텐데....봄날님께 많은 도움이 되시겠어요.

  • 2. 구구절절
    '10.2.18 1:20 PM (211.59.xxx.86)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정말 인간이 악질이다라는 생각은 아니라면...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되고 남편의 편에서도 생각하고 더 이해하지 못한것두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서로 측은지심이 없지는 않았나 생각해보니 세상이 달라보이더라구요,,

  • 3. 봄날
    '10.2.18 1:26 PM (118.176.xxx.95)

    님이 이글 보신다면 어떻게 되셨는지도 알려주심 좋겠어요 걱정이 되네요

  • 4. .....
    '10.2.18 1:50 PM (211.187.xxx.71)

    주변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욕심 때문에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퇴근 후에 집에 불이 켜져 있길 바랐다는 남편 분 말씀에 그만 눈물이...

    세월이 마음의 상처를 덮어주고 치유해 주고
    몸도 마음도 갈수록 건강해지고 화목한 가정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봄날님께도요...

  • 5. 저도
    '10.2.18 2:01 PM (180.70.xxx.154)

    퇴근 후에 집에 불이 켜져 있길 바랐다는 남편 분 말씀에
    눈물이 나네요~

  • 6. 이런모지리..
    '10.2.18 2:40 PM (218.38.xxx.130)

    이런 모지리 같은 남자
    모지리 시엄니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네요..
    진정한 대인배이십니다. 좋은 날만 앞에 펼쳐지시길 빌어요.

  • 7. 경험맘님
    '10.2.18 7:14 PM (122.36.xxx.11)

    마음이 아픕니다.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네요
    봄날 님 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거예요
    저 역시 정말 잘 읽었어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겠지요
    또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님은 잘 헤쳐나가실 거 같아요
    솔직하고 차분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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