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을 떠나 올때는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나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각이 있어서 어려운 살림이지만
유학아닌 유학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농촌은 가난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로..
점이네 할머니집 단감나무에서 단감 하나가 떨어지길 기다려 이른 새벽이면 몇 발작도 안되는
골목을 부리나케 내달리기를 가을이면 날마다 했다. 지금은 감이 지천이고 떨어져 뒹굴어도 집어
가는 사람이 없다.
초등학생 이었던 큰언니 친구가 소 꼴 먹이러 갔다가 고삐 풀린 소에 끌려 어느날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은 지금도 나를 쓸쓸하게 만든다. 그 소식을 들은 후 어린 나는 고향을 떠나기로 아니 소 꼴먹이지 않는
도시에서 살기로 몇 번이나 작정을 했었다. 봄이면 비료 푸대 자루를 두 세개 허리에 메고 30분이씩이나 걸어서 쑥을 캐러 날마다 다녔다. 그때 친구는 쑥냄새도 안 나는 도시로 간다..고 나한테 지겨운 곳에서 살고 싶냐고 했다. 난 태생부터 촌사람인지... 그때도 지금도 시골이 소똥냄새 진동하는 촌 동네가 싫지는 않았지만 이제
마음속의 고향도 드나들던 고향도 버리고 싶다. ... 상처가 생겼다... 상처를 보듬고 살 여유가 없음인가...
텃세...
전원생활을 하려고 온 화가도 있고.. 교사 부부도 있고... 인근 시로 출퇴근 하는 공무원도 있다... 그 외는 도시에서 살다가 이혼으로 생활의 파탄으로 밀려온 동네 오빠 몇몇이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동네에 일이 생기면 막무가내 헤방꾼으로 변한다. 배운것이 없어 도시의 일용직으로 떠돌다 고향에 정착해 잘 살아보겠다고 다문화 가정까지 꾸린 착하디 착한 친구도 다시 고향을 떠났다. 나도 어제 마을 뒷산에 올라 이제 고향을 떠날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가난하지만 선하고 착한 사람들과 살고 싶은 생각을 버려야 할까..
고향은 착하다... 가난하고... 사람들은 변했을까... 아님 내가 변한 것일까...
덜 익은 목화를 껌처럼 질겅거리며 오가던 학교길 하늘은 목화 솜처럼 맑고 청명했는데...이제 고향을 뭉게 구름 너머로 기억하고 싶다.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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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골 이야기..ㅜㅜ
속풀이 조회수 : 708
작성일 : 2009-10-14 15:27:01
IP : 121.149.xxx.2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0.14 3:56 PM (211.194.xxx.162)소설같이 글솜씨가 좋으네요
2. .
'09.10.14 4:05 PM (121.178.xxx.164)덜익은 목화에서 눈물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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