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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이길준 - 080829

우리마음 조회수 : 272
작성일 : 2008-09-04 09:11:58
하이 에브리원? 한가한 주말이예요. 뭐하고들 계실까.... 평화캠프 기간이니 그 곳에 계실까요? 평화캠프에선 무얼 하며 노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조은이한테는 제대로 얘기 듣지 못했던 것 같고. 전 방에 배깔고 누워 편지쓰고 있고요. 나른한 토요일 오후여서인지 방 사람들은 다들 낮잠에 빠져있네요.

무슨 얘기를 할까? 가볍게 우리방 얘기부터 해볼까요. 1下 6이란 문패가 붙은 방. 성동구치소 1동 하층의 6방. 경제 관련 미결 피의자들이 모인 방. 음... 벌써부터 더 말할 게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다들 사기나 횡령 혐의로 재판을 진행중인데 선고 받을 날 수는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고 제각각이예요. 다만 관련 액수는 상상 이상이더군요. 아무튼 골프 얘기 나누는 사장님들과 함께 있다보면 저도 뭔가 경제적 경험을 얘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전 사실 ‘레지스트 준’이라는 피라미드 회사에서... 뭐 이런. 재판도 다들 진행 중이고 자주는 아니지만 인원도 변동이 있고 해서 그리 안정적이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제가 들어온 보름여 남짓은 편히 지냈어요. 앞으로 들어올 분들하고도 그럴테지만 방 사람들이 다들 삼촌 뻘이라 조카 같다고 챙겨주시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시지만 제가 한 일 여기 오기까지의 일에 대해 안타까워 하기도 이해도 하는 듯 해요.

이 곳에 갇혀 있는 건 답답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런 생활을 겪어보는 건 재미있는 경험이예요. 뭐 물론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저 같은 경우엔 학교사회에서 흔히 만나는, 친해졌을 때의 과하다 싶은 친절이 좀 곤란하네요. 가령, 아니 주로 저의 일정에 관한거죠. 전과자의 고단한 삶에 대한 얘기와 복귀에 대한 권유들, 글쎄 제가 어려서인지는 몰라도 그런게 그다지 와닿지도 않네요. 그 실재하지 않는 붉은 선, 제가 긋는 게 아니라 그들이 긋는건데요 뭐. 그들이 규정짓는 저의 모습에 제가 휘둘릴 필요는 없죠. 사회에서 다소간의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지만 그정도야 감수하고 그럴려고 이런건걸요. 편입되기보다 원하는걸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것, 어렵지만 더 신나는 일일 듯.

이 안에서 좀 지내다보니 굳이 생각하지 않으면 바깥의 유혹들이 잘 생각나지 않아요. 가끔 잡지나 편지를 읽다 싱숭생숭해지긴 해도. 그러면서 이 안에서 새로 생긴 낙(樂)이 쇼핑이예요. 원래 먹을 것에 돈 잘 안썼는데 하루 종일 음식과 약들의 구매리스트를 헤~하며 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일 즐거운 건 일주일에 한 번 책 사는 시간이예요. 밖에서도 책 수집은 좋아했는데 이 안에선 조금 더 돈 생각 안 하고 막 사는 것 같아요. 이러다 몇 달 지나면 거지로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 더구나 돈 한 푼 안 벌고 빌어먹는 입장이다보니 더 아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 누구더라? 복거일... -_-;;? 이었나가 탁발의 긍정적인 면을 얘기한 듯한데 기분이 드는데, 소비와 경쟁의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나눔을 생각해볼 수 있죠. 상호부조 그런 거. 그런데 그 나눔이 똑같이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도 어떤 익숙해진 강박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걸 판단하기도 어렵고. 개인의 의지와 신념으로 물질을 공급받았을 때 받은 사람이 부채의식을 느끼는 건 자본주의적 비즈니스 마인드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뭐 물론 고마움이야 언제든 느껴도 좋지만. 그런 의미에서 모두 다시 한 번 고마워요.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이랑 ‘전쟁없는세상’ 소식지를 받아보고 싶다는 이야기~

추신 - 유치장 간 뒤 이정희 변호사님께 처음 기륭이란 이름을 들었어요. 대체 그게 뭔가 싶었는데 나중에 여기 와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잡지도 보고 어렴풋이나마 알았네요.
스스로 신체를 해치게 되는 것, 그 상황에 던져지는 것 참 아픈 일이예요. 더군더나 하루이틀도 아니고... 어떻게 위험하진 않은지 협상은 잘 되었는지 최근 소식을 알고 싶어요. 응원밖에 할 건 없지만....

2008. 8. 29
성동구치소에서 길준




*길준씨가 전쟁없는세상에 보내온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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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준님이 보내온 다른 편지가 올라와 있길래 퍼왔어요~~~

얼마전부터 카페 메뉴 중 "응원의 한마디"에 짧은 글 한마디 적으시는 것도
이길준님에게 전달 하신다 하시네요~~

초기에 이길준님의 카페에 가입 후
하루에 한번씩 응원의 한마디에 글을 남겨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씩 빼먹곤 하지만,,,
가급적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니 지키려 노력했답니다~^^

또한 언젠가 이길준님이 이 글들을 보게 된다면
아직도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힘을 얻을 수 있겠지,,,하면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쉬운 것은 초기에는 하루에 13~4개가 넘는 응원글이 올라왔지만,,,
현재는 하루에 많아야 5개 전후의 글의 올라온 다는 것이예요ㅡㅡ^

요즈음에는 혹시나 제가 적는 응원글로 도배라도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응원글 올리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답니다,,,

한페이지에 제 닉네임만 세네개씩 보이다보니,,,ㅡㅡ^

이길준님이 신월동 성당으로 갔던 날부터 함께 하고자 했던
82쿡 회원님들의 따스한 마음을 저는 알아요^^*

이길준님이 곧 재판도 받아야 한다니 잊지말고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http://cafe.daum.net/resistjun
IP : 202.136.xxx.7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마음
    '08.9.4 9:12 AM (202.136.xxx.79)

    http://cafe.daum.net/resistjun

  • 2. 나미
    '08.9.4 9:31 AM (221.151.xxx.116)

    고마워요.
    우리 담에 만날때 여러사람이 피드백 형식으로 자필편지를 작성하여
    보내볼가 하는데... 오케이 입니까?

  • 3. 또눈물
    '08.9.4 9:45 AM (221.146.xxx.134)

    성동구치소라니.......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속 상하실까?

  • 4. phua
    '08.9.4 11:07 AM (218.52.xxx.102)

    피드백 형식의 자필편지!!
    제목부터가 재미있네요 ,
    당근,,, 오케이 지요,

  • 5. 방금
    '08.9.4 12:22 PM (211.47.xxx.2)

    카페에 가입했어요...

  • 6. 면님
    '08.9.4 4:41 PM (121.88.xxx.35)

    이길준군의 글에 반가워 정신없이 읽었어요. 나름 잘 지내는 것같아 다행이다 싶군요.
    이길준군에 대한 관심 애정 또한 질기게 가야겠죠? ㅋㅋㅋㅋㅋㅋ
    우리마음님 수고하셨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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