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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방법.

오늘도익명이네.. 조회수 : 1,219
작성일 : 2005-02-25 11:03:40
어제 짤렸다고 글쓴 아짐입니다.

저는 솔직히 그만둔거 자체는 별루 나쁘지 않습니다.
아이랑 시간을 더 가질수 있고, 또 곧 둘째도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 그 일이 별로 경제적으로 도움울을 준다던가, 적성에 맞는다던가 하는 일은 아니었으니까요.(고작 시간당 14000원짜리 였거든요.)
내심 둘째 가지면 그만두고 몇년 쉬다가 나중에 나 하고 싶은 걸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학교측의 몰인정한 태도와 방법에 있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던거지요.
그리고 당장 나갈 곳이 없이 집에만 있다보면 조금 답답하고 우울해 질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심 아줌마라는 이유 말고도 내게 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생각하면서, 그게 뭘까, 내가 뭐가 부족한가...등등 그런 잡스런 생각도 들어서 기분이 나빴구요.


어제는 우리 집에 나쁜일이 겹치는 날이었습니다.
남편이 과장승진에서 탈락되었거든요. 같은 입사 동기중에 몇명은 승진하고 몇은 떨어졌는데, 그 떨어진 축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탈락 이유라는게 너무 웃긴게, 남편의 팀에서 작년에 승진이 누락된 사람이 있었는데, 한 팀에서 두명을 승진시킬수는 없다고 하여 먼저 누락된 사람을 올려주고 남편이 밀려났다고 합니다.
실력이나 성과와는 상관없이...

같은날, 남편과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시누 남편은 이번에 부장 승진이 되었다네요. 승승장구하면서 출세의 가도를 달리고 있죠. 회사에서도 능력과 처세술로 인정받고 있거든요.

낮에 남편의 전화를 받고 서로의 상황을 전해 들은후 피차 심한 우울모드로 진입하여 있는 즈음, 시누가 전화를 했더군요.
이번에 너네는 어떻게 되었냐고 하길래, 저흰 안되었어요. 진작부터 안되는걸로 생각하고 있어서 별로 실망도 안했어요.....아, 참, 형님네 축하할일 있었죠? 축하드려요...그랬어요.

...말로는 기분좋게, 즐겁게 이야기 하고, 또 그래, 너네 집도 곧 좋은 일 있을거야,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저의 기분은 말할수 없이 착잡했죠.


오늘 아침에 남편 출근시키고 나서 집에 있는데, 벌써 사발통문 다 돌려졌는지 여기저기서 전화가 와요.

시아버님 : 애비일은 안됐지만 곧 좋은 일이 있겠지...너는 참, 그 일 벌써부터 못마땅했는데 잘되었다.(여자가 밖에 나가는 일 자체를 싫어하심) 그냥 집에서 쉬면서 애나 잘 키워라...
시어머님 : 애비 너무 상심치 않게 니가 잘 해라. 맛있는거 해주고, 보약도 한재 해주고...(제 일은 언급도 안하심-->관심 없으심)
친정엄마 : 쯧쯧...그랬구나...너무 속상해하지 말구...그런데, 너 처녀적에 나가던 이교수 사무실 기억나니?(이교수님 사모님과 엄마가 선후배 사이-->그 집 사정 너무 잘 아심) 거기가 글쎄, 이젠 커져서 삼성동에 빌딩을 사서 옮겼다더라...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딸과 아들이 관리를 맡았대드라...너, 내가 이교수한테 한번 부탁해볼까? 혹시 어디 남는 자리 없냐고...
(그 일 좋아했으면 그만두었겠어요? 진작에...게다가...뭐 대단한 빽이라고 그딴걸 써서...자존심 상하게스리...)
언니 : (여기가 걸작입니다.) 너 그런일 있었다매? 너 이제 나랑 같이 백수 동지구나? 요새 내가 얼마나 우울한지 아니?...집에만 있다보니 난 내 대학졸업장은 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아깝단다. 백화점 가서 옷을 사려고 해도 이걸입고 어딜가나 싶고, 화장품은 생전 안써서 줄지를 않고...어쩌구저쩌구...우리 엄마 불쌍도 하시지, 두 딸년 고생하여 키워 대학에 대학원까지 졸업시켜놨더니 둘다 시집가서 아줌마 노릇뿐이니...(한숨)...그래서 딸들을 안 낳으려고 하는 거야...어쩌구저쩌구...


참으로 맘이 착잡합니다.
어제 남편이랑 소주 한잔 마시면서 기분 푼거 도로아미타불...


그저 제게는,
"까짓,  잊어버려! 앞으로 좋은 일만 있겠지... 네 남편 나중에 더 출세해서 잘 될테니 두고 봐, 그리고 너, 비젼도 없는 일 그만둔거 차라리 잘되었어, 나중에 진짜 너 하고 싶은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 홧팅! "
이런 위로가 필요합니다.
누구 좀, 이런 위로다운 위로 해주실 분 없으십니까??
IP : 218.235.xxx.11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봄&들꽃
    '05.2.25 11:14 AM (219.240.xxx.62)

    하하.
    언니 말씀이 진짜 걸작이네요.
    재미있어서 많이 웃었어요. 지송...
    근데요... 벌써 다 위로되신 거 같은데...
    그래도 들어온 김에 한 말씀만 드리자면... 전화위복이란 말 있잖아요.
    그거... 빈말 아닌 거 같아요.
    요즘 회사에선 일찍 승진하면 일찍 짤릴 확률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들은 거 같고
    어차피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이었다면 님도 그 일 그만 두신 거 잘 된 거죠.
    왜 있잖아요.
    내 일은 아닌 거 같은데도... 그냥 어쩌다 하게 되어서 관성의 법칙에 의해
    계속 하게 되는 거요. 그런 일에서 해방되는 기회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학교에서 그렇게 사전 통보없이 짜른 건 좀 너무하다 싶지만요
    오늘의 약간의 쓰라림이야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뭐 대수겠어요.
    그쵸?

  • 2. 화이팅!!
    '05.2.25 11:24 AM (221.166.xxx.118)

    저두 님의 과정 -둘재 임신후 사직-을 거쳐 지금은 언니 되시는 분의 단계에
    도달했지요.지나온 세월이 아쉽고 경력이 아깝지만 신랄하게 이야기 한다면
    저두 백수 동지대열에 서 있는거지요.뭐. 쩝-
    넘 우울해 하지마시구요.혹 모르지요 살다보면 인생의 제 2라운드가 펼쳐질지요
    힘내시구요 .화이팅.아자!!!

  • 3. 웃고갑니다
    '05.2.25 11:44 AM (219.249.xxx.62)

    언니분 재미있으시네요.
    저도 같은과인데, '고등학교 졸업장도 아깝다'는게 머리에 콕 박히네요.
    자.. 3월이 되면, 훌훌 털고 일어나서, 살림 열심히 삽시다요!

  • 4. 희망
    '05.2.25 12:09 PM (211.209.xxx.26)

    정말 언니 말씀. 동감입니다.
    불쌍한 우리 엄마. 딸 둘 대학에 대학원 졸업시켜 놓으니 아줌마 신세라고... 그나마 님은 딸 둘 다 결혼이나 했지. 제 동생은 아직 결혼도 안했습니다. 잘 하던 일 때려치고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전전하고 있죠.

    기운내세요. 금방 좋은일 생깁니다. 아자!

  • 5. ...
    '05.2.25 12:12 PM (211.217.xxx.100)

    저는 시어머니에게 졸업장이 아깝다고 들었는데요..뭐
    그래도 또 혹시 모르니까 너무 하셨던일 버려두지 마시고
    챙겨 두세요.
    저도 똑같이 일이 터졌을때, 너 괜히 울고불고해서
    집안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니남편 힘내게 밥이나 잘해줘라
    시어머니의 충고에 참 속이 터져서 한달내내 남편밥 김치랑 반찬 한개만
    줬다지요.

  • 6. 마당
    '05.2.25 1:01 PM (211.176.xxx.142)

    잘 되실거에요. 나쁜 일이 있고나면 꼭 좋은 일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계속 행복하실거에요.

  • 7. ...
    '05.2.25 2:32 PM (61.77.xxx.100)

    짤리기라도 했으면 , 그핑계로 아침에 동동거리며 출근 안하지요...
    남편 , 요즈음 하는일이 영 아니라서 수입도 별루 없으면서 하는말 ,,,
    배운게 아까워서 일해야지.....(속에서 열납니다, 마니 별어주면서 그러면 자아실현이라고 하지)

    그런데 저 고등학교 , 재수1년 대학4년 대학원2년 정말 피말리며, 밤잠 안자구 공부했는데,
    이제 (39세 ) 직장생활에 열정이 없어진다라고 할까요.
    돈걱정없이 (돈안쓰는 타입)밥순이가 왜 이렇게 하구 싶은지....

    우리딸들한테 무리해서 공부시키고 싶은 생각 별로내요.....(이러면 안되는데)
    적당히 가르켜 밥순이(흐미 이건 아닌거 같구)

  • 8. 행복이가득한집
    '05.2.25 7:47 PM (220.64.xxx.241)

    진급 빨리하면 그만큼 빨리 직장 그만두눈걸로 알고있는데요?
    자리를 차고 올라와서 윗분들이 자리를 내준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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