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찬바람 몰아치는 한겨울
17평 아파트의 콧구멍만한 단칸방에서
아기자기한 자취생활을 하던 시절이야기입니다.
2학기 학기말 시험기간이던
어느 야심한 시각에
제 친구가 찾아 왔습니다.
"야 배고파 죽겄다.
뭐 먹을 것좀 없을까?"
평소엔 이 친구에게 항상 빈대 붙던 처지인지라
오늘은 내가 한 번 대접해야지..
하는 아주 기특한 생각을 하며
얼른 부엌으로 갔습니다.
곤로에 불켜고
알루미늄냄비에 물을 붓고
보글 보글 맛있게 라면을 끓였습니다.
짜~잔~
친구야 쬐끔만 지둘려라
맛있는 라면이 간다..
행주로 냄비 감싸안고 히~히 웃으며
친구야 문열어라
하면서 문을 연 순간....
이를 어쩝니까?
그만 라면을 바닥에 주루루...
냄비째 내동댕이 쳤답니다.
불쌍한 울 친구
한동안 눈만 껌벅껌벅 하더니
드디어
비장한 한마디.
"젓가락 줘봐라
그릇 한 번 넓어서 좋다"
친구는 방안에서
저는 문턱에 앉아 (엎어진 라면때문에 방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넓은 방바닥을 그릇삼아 먹었다는 전설이...
그날 먹었던 라면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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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한 번 넓어서 좋다..
무아 조회수 : 1,285
작성일 : 2004-06-09 23:19:44
IP : 61.81.xxx.4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뚜벅이
'04.6.9 11:28 PM (221.147.xxx.137)멋진 친구^^
좋은 시절에 아련한 추억이네요...2. 김혜경
'04.6.9 11:33 PM (211.201.xxx.214)그 우정,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3. 이론의 여왕
'04.6.10 12:01 AM (203.246.xxx.165)아, 나도 그런 친구가 '됐으면' 좋겠네요.
저라면 아마 놀라서 펄쩍 뛰며, 쏟아진 라면 치워버리기 급급했을 텐데...4. 미스테리
'04.6.10 12:03 AM (220.118.xxx.53)와, 진짜 멋있는 친구를 두셨네요...^^
곤로!!!
정말 오랫만에 듣네요^^
옛날에 이모들과 곤로에 도우넛해먹고 핫도그 만들어 먹던 생각이...5. 지경
'04.6.10 12:30 AM (211.242.xxx.18)그친구 진정 맘이 넓은친구군요
저라면 짜증냈을것같아요 ^^;
또한 비위도 좋구요 ㅋㅋㅋㅋㅋㅋ
그날 라면이 젤맛잇엇던건 친구와의 우정이 잇엇기때문일꺼예요!6. 앨리엄마
'04.6.10 12:49 AM (61.105.xxx.184)그친구 진자 멋지네~
저두 그 친구랑 친구하고 싶어지네요7. 서산댁
'04.6.10 9:21 AM (211.229.xxx.118)정말 멋진 친구분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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