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릇 한 번 넓어서 좋다..

무아 조회수 : 1,285
작성일 : 2004-06-09 23:19:44
때는 찬바람 몰아치는 한겨울
17평 아파트의 콧구멍만한 단칸방에서
아기자기한 자취생활을 하던 시절이야기입니다.

2학기 학기말 시험기간이던
어느 야심한 시각에
제 친구가 찾아 왔습니다.

"야 배고파 죽겄다.
뭐 먹을 것좀 없을까?"

평소엔 이 친구에게 항상 빈대 붙던 처지인지라
오늘은 내가 한 번 대접해야지..
하는 아주 기특한 생각을 하며
얼른 부엌으로 갔습니다.

곤로에 불켜고
알루미늄냄비에 물을 붓고
보글 보글 맛있게 라면을 끓였습니다.

짜~잔~
친구야 쬐끔만 지둘려라
맛있는 라면이 간다..

행주로 냄비 감싸안고 히~히 웃으며
친구야 문열어라
하면서 문을 연 순간....

이를 어쩝니까?
그만 라면을 바닥에 주루루...
냄비째 내동댕이 쳤답니다.

불쌍한 울 친구
한동안 눈만 껌벅껌벅 하더니

드디어
비장한 한마디.
"젓가락 줘봐라
그릇 한 번 넓어서 좋다"


친구는 방안에서
저는 문턱에 앉아 (엎어진 라면때문에 방에 들어갈 수 없었기에)
넓은 방바닥을 그릇삼아 먹었다는 전설이...

그날 먹었던 라면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IP : 61.81.xxx.4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뚜벅이
    '04.6.9 11:28 PM (221.147.xxx.137)

    멋진 친구^^
    좋은 시절에 아련한 추억이네요...

  • 2. 김혜경
    '04.6.9 11:33 PM (211.201.xxx.214)

    그 우정,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 3. 이론의 여왕
    '04.6.10 12:01 AM (203.246.xxx.165)

    아, 나도 그런 친구가 '됐으면' 좋겠네요.
    저라면 아마 놀라서 펄쩍 뛰며, 쏟아진 라면 치워버리기 급급했을 텐데...

  • 4. 미스테리
    '04.6.10 12:03 AM (220.118.xxx.53)

    와, 진짜 멋있는 친구를 두셨네요...^^
    곤로!!!
    정말 오랫만에 듣네요^^
    옛날에 이모들과 곤로에 도우넛해먹고 핫도그 만들어 먹던 생각이...

  • 5. 지경
    '04.6.10 12:30 AM (211.242.xxx.18)

    그친구 진정 맘이 넓은친구군요
    저라면 짜증냈을것같아요 ^^;
    또한 비위도 좋구요 ㅋㅋㅋㅋㅋㅋ
    그날 라면이 젤맛잇엇던건 친구와의 우정이 잇엇기때문일꺼예요!

  • 6. 앨리엄마
    '04.6.10 12:49 AM (61.105.xxx.184)

    그친구 진자 멋지네~
    저두 그 친구랑 친구하고 싶어지네요

  • 7. 서산댁
    '04.6.10 9:21 AM (211.229.xxx.118)

    정말 멋진 친구분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3766 혹,,도움이 될까 싶어 사진 올립니다. 13 갯마을농장 2004/06/10 1,750
283765 혼자 밥해먹기와 남편이랑 같이먹기. 10 생크림요구르.. 2004/06/10 1,475
283764 오늘 저랑 칵테일 마셔요!!^^ 5 우당탕 2004/06/10 888
283763 디올 샘플 받으세요 2 2004/06/10 1,059
283762 여름에 아기 낳기 12 예비맘 2004/06/10 1,067
283761 유통기한 넘긴 라면스프 !!! - 수타면큰냄비, 김치용기면 2 깜찌기 펭 2004/06/10 895
283760 소개한 사람으로서 한말씀 드립니다 10 무우꽃 2004/06/10 1,801
283759 매실씨 독성이 약도 된대요. 5 더난낼 2004/06/10 973
283758 가입 인사..오븐땜시 3 천하무적 2004/06/10 879
283757 경상도 여자는 솜씨(음식)가 없다(?) 23 달개비 2004/06/10 1,484
283756 줄넘기가 무서워( 요실금인가요?) 2 비밀 2004/06/10 918
283755 울 시어머니 얘기.. (밑에분과 반대) 16 며느리 2004/06/10 1,804
283754 가입인사 드려요 2 밝은햇살 2004/06/10 876
283753 남편리모콘이라네요...(펌) 5 몬나니 2004/06/10 936
283752 팔자 좋은 고민일테죠? 4 김흥임 2004/06/10 1,315
283751 매실에 대한 해명 입니다. 14 갯마을농장 2004/06/10 1,478
283750 처가에서 넘편하게 행동하는 울남편 6 wjdrlf.. 2004/06/10 1,343
283749 아이가 혼자 잠 들었네요^^; 3 candy 2004/06/10 878
283748 '릴로 앤 스티치'를 보신 분들만 웃긴 이야기입니다.. 3 라일락 2004/06/10 888
283747 요리가 무서워~~~ 8 우당탕 2004/06/10 924
283746 요즘 시어머니 19 요즘 며느리.. 2004/06/10 2,223
283745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 &.... 아모로소21.. 2004/06/10 878
283744 축하해주세요~ 12 아모로소21.. 2004/06/10 984
283743 갯마을농장의 매실을 받고 서운한점..... 22 훈이민이 2004/06/10 2,010
283742 ## 하나도 안무서워 13 -_- 2004/06/10 1,293
283741 야심한 밤에 가입하기 3 후니으니 2004/06/10 885
283740 ◆13일 첫 와안강좌 ◆ 4 김새봄 2004/06/10 891
283739 아이가 영재라면.. 10 딸하나.. 2004/06/09 1,129
283738 그릇 한 번 넓어서 좋다.. 7 무아 2004/06/09 1,285
283737 아이 이 교정치료요. 4 scymom.. 2004/06/09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