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온다 .
가을비는 가을걷이에 유용하지 않다지만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가을 길을 걷는 것은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정겹고
비에 젖은 신작로를 디들 때마다 들리는 발소리의 박자도 즐겁다 .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비에 젖어 길바닥에 달라붙은 낙엽도
가슴에 박제가 된다 .
오늘은 그렇게 비 오는 길을 걸으며 가을을 즐긴다 .
빗길을 쌩하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가을을 재촉하지만
멀어지는 차 소리는 가을을 남겨두고 떠났다 .
데리고 가기에는 아직 일렀나 보다 .
어느새 젖어 든 신발에서 한기를 느껴도
도무지 귀가할 생각이 없다 .
그렇게 내게 찾아온 가을이 깊어만 간다 .
도도의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