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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나의 해방일지 –15화를 기다리며

| 조회수 : 1,983 | 추천수 : 1
작성일 : 2022-05-28 20:40:24

( 이 글에는 15, 16 화로 추정되는 삭제된 영상의 대사와 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 상상은 나의 힘 ”

 

 

그의 영혼은 피 흘리고 있었다 .

 

그는 버려진 아이였을 것이다 .

밤에 미정이와 들개를 본 후 ,

낮에 다시 찾아가 소세지를 던져 주고

들개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려고 파라솔을 심어 주며

그는 버림받고 잡힐까 봐 집도 없이 벌판을 떠도는 들개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

그래서 미정이는 어린 시절의 구 씨 옆에 앉아 있고 싶다고 한다 .

그는 들개처럼 버려져 어린 시절 받아야 할 마땅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그에게 중요했던 누군가를 건사하기 위해

몸과 영혼을 파는 그 세계를 악착같이 기어오르느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늘 계산하며 살며

인정받기 위해 더욱 책임감 있게 악행을 저질러 왔을 것이다 .

그는 돈 때문에 그 지긋지긋한 세계에 들어가야 했는데 이제 같이 살던 여자는 자신의 감정까지 휘두르려 하다 죽어버린다 .

 

 

그런데 순해 빠져 보이는 촌스러울만큼 단정한 아가씨가 언제부턴가 자신을 구해준다 .

백사장 , 감전 사고 , 들개 .......

그녀는 뜬금없이 추앙을 요구하지만

사실 그가 힘들 때면 혼자 있을 시간을 주고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잔소리 대신 술을 사다 주는 여자이다 .

그리고 정성껏 수박 겉핥는 얘기를 하지 않고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한다 .

 

알콜 중독으로 엉망진창인 내 일상을 바꾸지 않고 존중해주는 그녀 ,

자신의 영혼까지 팔게 만든 그 ‘ 돈 ’ 이란 것 대신 다른 행복을 찾겠다는 그녀 .

그는 상상했을 것이다 .

저 여자라면 내 부끄러운 과거를 이해해주고 나를 변화시켜주지 않을까 ?

그러나 두렵다 . 익숙하지 않은 행복이 .

그에게 행복이 익숙하고 당연한 감정이었다면 미정이를 지키는 방법으로  산포를 떠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는 행복이 두려워 도망쳐 버렸다 .

 

 

그리고 매일 상상했을 것이다 .

미정이와 있다면 나도 이 생활을 끝내고

정직하게 일하다 애기도 낳고 ,

여름날 저녁 평상에 둘러앉아 밥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

그녀가 들개처럼 버려졌던 나의 상처까지도 들여다보며 쓰다듬어주지 않을까 ?

 

 

13 회에서 현아의 죽어가는 전 애인은 창희에게

지옥에 가더라도 너희들과 함께 있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며

' 상상은 나의 힘 ' 이라고 말한다 .

구자경도 죄의식으로 가득찬 현실 속에서

아무 그늘 없는 모습으로 그녀와 다시 만나는 상상을 하며 ,

그 힘으로 비루한 현실을 이겨냈을지도 모른다.

그는 오늘 아침 잠깐 노출되었던 동영상에서

자신이 망가져 뭔 짓을 할지 모르지만

진짜 좋아했다는 것만은 기억해 달라고 애원한다 .

네티즌들의 추측대로 그는 알콜성 치매에 걸렸을까?

그 악의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술을 마시며 계략을 짜고 실천해가고 있을까?

미정이와 다시 만나 마음껏 추앙하고 이름도 알려주는 상상을 하며 말이다.

 


그리고  해방교회 현수막에 쓰여있던

마가복음 6 장 50 절을 떠올리기도 했을 것이다.

 

‘ 예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

기도하러 산에 가셨던 예수께서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시고

밤바다 위를 걸어와 말씀하신다 .

두려워하지 말라 .

미정이는 그의 바다를 잠잠케 할 구원자이다 .

자기 환멸에 팔 한 짝이라도 물어뜯기고 싶어 벌판에 앉아 있는 그를 구하려고

쌍욕을 하며 들개를 쫓아냈던 미정이 .

그가 어떤 거친 세계의 풍랑 위에 휩쓸려 있더라도

그의 바다로 건너올 그녀를 상상하며 

그는 자신의 해방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

산포에서 달빛을 가리는 가로등을 돌을 던져 깨트린 후

어두운 밤 , 그들의 천국으로 올라갔던 것처럼 .

신회장의 감옥에서 스스로 탈출해서

‘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 고 할 미정이와의 만남을 상상하며 .

알콜중독으로 망가져 가는 자신의 육신과

자신의 영혼을 좀 먹는 세계와

그 세계에 자기를 내어준 자기 자신을 환멸하는 마음과

치열하게 싸우며 .

 

 

 

현란한 서사구조로 구 씨와 미정이의 불행을 사고처럼 마주치는 것이 힘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

이제 끝을 향해 달리는 드라마의 예고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우습긴 하다 .

 

 

시청자들이 극중 인물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하고 ,

인물들의 서사를 능동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

이 어메이징한 쌍방향 드라마는 놀랍다 .

그리고

슬프면서 후련하다 .

 

 

 

가라 .

어서 흘러가라 .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어떤 결론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박하지주
    '22.5.29 7:28 AM

    네~ 어떤 결론이든 준비가 되어있어요!!
    리뷰 넘 잘읽고 보고 또봐요.
    15,16화 리뷰도 기대합니다~

  • 리메이크
    '22.5.29 1:52 PM

    저는 어제 드라마가 정말 전형전인 전개가 아니어서 당황했답니다.
    이게 뭐지? 뭐지? 하며 봤네요.
    오늘 어찌 막을 내릴지 하루종일 궁금해요^^

  • 2. Juliana7
    '22.5.29 12:47 PM

    멋진 글 감사합니다.

  • 리메이크
    '22.5.29 2:01 PM

    15화를 본 후 참 근본없는 글이었음을 깨닫고 반성중입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초록
    '22.5.29 5:55 PM

    또 한번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뭐라해도 좋으니 제발 구씨 죽이지 말고, 해피 엔딩 해달라는
    팬들의 염원에 전개방향을 틀으셨을까요..
    정말 해피엔딩 됬으면 좋겠어요.

    하나 질문 하고 싶어요.
    왜 자경이는 '진짜 좋아했다는 것' 이란 과거형을 썼을까요..

  • 4. 리메이크
    '22.5.30 5:22 PM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는 사랑할 수 없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무튼 구씨를 살려주신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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