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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Mr.버돗의 선물

| 조회수 : 1,317 | 추천수 : 13
작성일 : 2011-07-31 00:58:04


  
  금요일, 원래는 운동하러 갈 시간이 없는 날인데 일본어 수업이 방학이고, 음악회도 없는 날이라

  시간을 내어 운동하러 가는 길,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 들렀습니다. 사실은 혹시나 맞는 여름용

신발이 있다면 하나 구해서 신어야지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였는데 역시나 신발은 발에 맞는 것을 찾기가 어려워서

실패했고 나오기 전에 방앗간에 간 참새꼴이 되어 서가를 둘러보게 되었지요.

저보다 먼저 온 어떤 분이 세익스피어에 관한 좋은 책을 뽑아서 들고 있는 것에 아이고, 한 발 늦었네 싶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이 못말리는 욕심이라니!!

건축사를 듣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정리하려는 마음에서 새로 읽고 있는 brain rules에서  

will you age like jim or like frank?라는 소제목에서 저자가    요양원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만난

짐이란 한 남자를 표현하면서 his eyes seemed vacant, lonely, friendless라고 했더군요.

채널을 바꾸자 마이크 월레스가 인터뷰하고 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있었다고요. 당시 그는 80대 후반

이었는데 같은 80대의 인물들이 어떻게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라이트에 대해서 두 번을 만나고 나니 그의 이름이 각인되 상태였는데 마침

그 곳에 라이트를 다룬 한 권의 책이 떡 하니 있는 겁니다. 그것도 6000원의 가격으로,

글은 그냥 패스한다해도 사진 자료만으로도 귀한 액이다 싶어서 일단 구하고, 혹시나 하고  둘러보다 만난

또 한 권의 책이 바로 Mr.버돗의 선물인데요, 작년에 출간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193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오하이오 주의 한 마을인 캔턴의 신문에 실린 한 편의 기사,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중 75명에게 일인당 10달러를 보내주겠다는 제안이었다고요. 지금의 10달러는 작은

돈이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금액인데다가 바로 그 시기가 대공황의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던 시기란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고, 개인이 그것도 자신의 신분을 숨긴채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편지가 너무 많이 와서 결국은 150명에게 5달러씩을 수표로 보냈다고 하는데, 이 사연이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 사람이 바로 저자의 외할아버지였다고요. 물론 그도 버돗이 자신의 외할아버지란 사실을 몰랐다가

외할머니의 유품인 가방을 어머니에게 물려받고 그 안에서 나온 150장의 5달러짜리 수표 모음에 대한 기록과

버돗앞으로 온 여러가지 사연을 읽고, 가방안에 들어있던 오래 된 신문기사를 연결해서 생각해보니 버돗이

바로 자신의 외할아버지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편지에 근거해서 소급해서 거슬러 올라가면서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후손을 찾아내서 그 이후의 삶을 추적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사실은 루마니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인데, 그 곳에서 유대인 박해의 현장에서

겪은 끔찍한 박탈감으로 미국에 와서 신분을 완전히 숨기고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으로 서류를 위조하면서

살아갔던 사연까지 밝혀내게 되더군요.

우리가 역사책속에서 문장속에 단정히 정돈된 역사적 사실로 읽는 기사들의 갈피 갈피에 숨어 있는

개개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고 지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편지 한 장 한 장에는

그들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가슴아픈 사연이나

돈보다는 일자리를 ,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희망을 주려는 부모들의 노력, 남편의 실직으로 이중 삼중으로

고통당하는 여성들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 번의 선물로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익명의 기부자에게 그들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통을 절절히 호소하는 것에서 저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한 끼의 밥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침 저자가 편지를 보낸 당사자의 후손들을 찾던 시기가 미국에서는 공황기의 고통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위기감이 새로워지던 시기라서 그런지 저자에게는 이런 작업이 단순히 과거로의 여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시대를 읽는 마음도 겹쳐졌다고 하더군요.



이 책을 구할 때만 해도 휴먼 드라마인데 한 번 눈물샘을 자극하고 공연히 읽었다고 마음만 심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을 했었지만 어제 서울 오고 가는 길에 계속 읽게 되었고  

진정한 의미의 선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피~스
    '11.8.1 9:00 PM

    책도 사보고 싶고 배경음악도 좋고 올려주신 그림도 매우 아름답네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는 둣한 음악...
    한동안 머무르게 만드는 그림...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책...
    한동안 머무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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