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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에서 엿들었던 남매의 대화

| 조회수 : 3,247 | 추천수 : 71
작성일 : 2010-12-23 01:40:15

던킨 도너츠에서 연말이라고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글레이즈드 도넛을 3개 한 팩으로 사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무료로 준다는, 그렇다면?  커피 때문에 일부러 도넛을 살 수는 없고 어찌할꼬 하다가  선물할 일이

있어서 3팩을 구했습니다. 그리곤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던킨에 갔습니다.



마침 들고간 이 책을 옆에 두고 사진 한 장 찍고 나니 드디어 떠난다는 실감이 나네요.

사실 이 책은 이번에 장만한 것이 아니라 로마에 가기 전 구해서 한 6개월 정도 부지런히 공부했지만  

이번에 새로 읽어나가다 보니 다 새롭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그것이 인생이려니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불어공부한 덕분에 어라,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닮은 부분들이 튀어나와서 위로를

삼고 있지요.



사진 정리하다가 이 사진을 보고 글을 쓰게 된 것은 이탈리아어 책 때문이 아니고 그 날 그 자리에서 들었던

두 남매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선명하게 남아서입니다.

오늘 정시 원서 가군을 쓰고 내일 나,다 군을 마저 써야 하는 상황인데, 그 날  두 남매가  제 뒷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오빠가 입시생인 여동생에게 하는 이야기, 오빠는 여동생에게 네가 아무것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재수하겠다고 하는 것을 부모님이 신용할 수 없는 이유를 아는가 ,재수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무엇을 포기하는 것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지, 네가 더 이상 떨어질 점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지기만 하면 오빠도 재수에 찬성하지만 네 눈에서 공부하겠다는 눈빛을 본 적이 없어서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알기 어렵다고, 그러니 부모님이 어떯게 재수하라고 찬성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아주 차분하게 설득을 하고 있더라고요.



네가 재수하면 우리 집 차 한대 값 정도를 쓰는 것인데 네가 그 정도의 출혈을 감당할만큼 각오가 되어 있는가

가족들이 모여서 여행을 가도 네가 함께 할 수 없을 때,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함께 할 수 없을 때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대학간 친구들이 미팅을 한다고 할때, 축제라고 할 때, 여름에

휴가간다고 할때, 그 때마다 흔들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미적분을 새로 배워야 하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세한 것을 지적하는 오빠에게 여동생은 간간히 말대답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빠 말이 맞다고

나는 정말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수긍하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합니다.



목표가 없으면서 재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친구들의 예를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예를 들면서 이야기를 진척시키기도 하는 그 오빠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멋쟁이 젊은이가

앉아 있더군요. 사실은 처음에는 들고 간 책을 읽을 수 없게 소리가 커서 방해가 되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남매가 있구나 싶어서 오히려 책을 덮고 귀를 기울이게 된 셈이라고 할까요?

나중에 두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오빠는 지금 몇 학년인가하고요. 그랬더니 군대 제대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네요.



던킨 도너츠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던 중 두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바로 옆 동에 사는 남매로군요.

다시 한 번 만나는 인연이 생기면 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젊은 선배라고 할까요?

정시 원서를 쓰는 과정에서 아들과 서로 의견을 절충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참 많이 다르다는 것

그것을 어느 선에서 조율해야 하는지 그것도 막막했던 시간, 그런 시간을 지나고 나니 이런 결정이 그 아이의

인생에서 어떤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질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세계로 아이는

이미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게 되네요.



아마 정리되지 않았던 마음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그 시간 그 자리에서의 대화를 떠올리게 되고

자란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일이면 모두들 원서를 마무리하겠지요?

자신이 있는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누구라도 마음 놓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그래도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웃을 수 있는 아이들, 웃지 못하는 아이들,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라도

그것이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것, 길이 막히는 곳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길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을 배우는 성장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되네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살림열공
    '10.12.23 1:44 AM

    인투님은 글을 참 잘 쓰세요.
    차분하게 조리있게, 그러면서도 내용성 가득...
    좋은 스승이십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 () -

  • 2. 캐드펠
    '10.12.23 2:58 AM

    여행 준비는 다 하셨는지요
    떠나기전도 그렇지만 여행을 가셔서도 건강을 잘 챙기시길요(암튼 제 오지랖 입니다)
    두 남매의 이야기를 읽다가 아들아이를 불러서 같이 보자 했답니다
    내용은 틀리지만 얼마전에 작은아이의 쉽지 않은 진로 결정 문제로 큰아이의 도움을 제대로
    받은 적이 있어서요
    아들아이가 그러네요
    다행히 동생과 말이 잘 통해서 나중에는 그 결정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최선의 결정이니까 저는 동생을 믿고 지켜 보겠다구요
    인투님!!
    여행 건강히 잘 다녀 오시구요
    또 뵙게 되길 손 모읍니다
    글구 아래 끄세쥬 송년 파티 저 부러워서 뭔가를 떱니다 뭔지 아시죠?ㅎㅎ^^~

  • 3. anf
    '10.12.23 6:34 AM

    참 생각이 깊고 반듯한 젊은이를 만나셨군요.
    그런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할텐데...
    재수는 극소수의 것으로 여겨지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우리 큰아이 대학입학 후 하는 말이
    '저는 재수는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공부했어요.' 라더군요.
    그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갔고,
    분에 넘치는 대학에 교수로 임용이 되었어요.
    그 젊은이도 앞으로 훌륭한 일군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좋은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길!!

  • 4. 카루소
    '10.12.23 1:51 PM

    Moon and sand ~William Engvick / Rob van bavel trio

  • 5. 둥이네집
    '11.1.18 10:35 AM

    글을 차분하게 잘쓰셨어요. 저는 잔잔하게 아주 잘~ 들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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