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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굴러 들어온 복-지혜나무님 이야기

| 조회수 : 2,085 | 추천수 : 75
작성일 : 2010-11-17 15:30:55

  
언제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해졌지만 어느 날  도서관으로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헬스장에서 만난 사람이 적어준 전화번호로 이 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다고요.

헬스장에서? 누구를 말하나 했더니 줌마나님의 소개로 이곳에 찾아왔다고요.

늘 혼자서 이 곳 저 곳 찾아서 멀리 나가서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동네에서 이렇게 다양한 공부 모임이

있는지 몰랐는데 반가워서 바로 왔다고요.

문제는 그녀가 대학 강사라서 목요일에 강의가 있다는 것, 그래도 방학중에 한 두 번이라도 함께 수업하고

싶다고 합니다.



방학이 끝나고 이제는 목요일에 함께 할 수 없지만 다시 방학이 되면 오겠노라고 하길래 그렇다면

다른 요일에 정독도서관에서 하는 철학모임에 오는 것은 어떤가 물었지요. 그래요? 그런데 문제는 어린 아이가

있어서 곤란하다고요.그 아이를 데리고 함께 오면 되지요, 이런 말에 화들짝 놀라는 그녀, 폐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상상을 못했다고요. 그렇게 처음 만난 지혜와 지혜나무님,그녀는 컴퓨터나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젊은 세대로서, 그 이후 우리들의 모임에 여러가지 기여를 하면서 갑자기 어디선가 갑자기 굴러온 보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다 잘하는 그녀에게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영어더군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무슨 일때문인지 선생님에게 상처를 받은 이후 영어와 멀어졌다는 그녀는 학문적으로 읽어야 할

귀한 자료들이 많이 있으련만 도판을 보기 위해서 책을 사도 글은 그저 그림이려니 했었다고요.

수요일 모임, 금요일 모임 이런 식으로 영어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서 아직도 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어에 대한 공포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 들던 중

오늘 수요일 모임에 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뉴욕의 구겐하임에서 구한 도록이라고 하면서 뉴욕에 갔을 때 본 전시회에서 바로 그 전시를 다룬

도록을 구해왔는데 그림만 보고 말았다고 하면서 제게 빌려줄려고 들고 온 것이었지요.



빌려줄려고 하지 말고 우선 읽어보라고 권했더니 뒤적뒤적하다가 이것은 읽어볼 수 있겠다고 편 것이

칸딘스키, 그래서 옆에서 번역을 하면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한 페이지를 읽었더니 자신의 견해도

들려주면서 재미있게 거들더라고요. 이 정도면 어떻게든 읽어볼 수 있겠다고 하길래 그러면 만날 때마다

한 장씩 읽고 서로 이야기하자고 약속을 했지요. 그림에서 글로, 그 느낌은 제가 불어책을 읽으면서

익히 경험한 것이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학교 가기 전의 지혜는 수요일이면 유치원보다 이 곳으로 오고 싶어해서 여기가 유치원 대용으로

더 재미있는 장이 되고 있네요.

오늘 요리는 굴전, 데리야끼 치킨, 그리고 미소된장으로 만든 된장국, 장금이의 실력으로 뚝딱 만들어낸

오래 묵은 열무김치 지짐, 어제 집에서 만들었다는 시래기지짐,



더구나 수업 끝나고 오늘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남은 권주심씨가 (피아노가 전공인) 손을 푼 다음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해 주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니, 내 삶에 이렇게 문화의 향기가 넘쳐 나는 시기가 있었나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서 웃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모임이 있다는 것은 삶의 윤활유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날

쪽파를 써는 중 가지런히 잘 썰어진 파를 보면서 흐뭇해하고 이것 좀 보라고 자랑하던 내 모습도

다시 생각나네요.



어제 철학 모임 끝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대장금이 말을 하네요. 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들어보니 쉬운 말로 해서 그런지 도움이 많이 되고 재미있었다고요. 그러더니 자신의 약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상하게 밖으로 혼자 나서는 일을 못하고 동생에게 의존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어느 날 동생이랑 원피스 두 벌을 샀는데 이상하게 한 번도 못 입고 여름이 지나고 말았다고요.

갑자기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내년에는 둘이서 여름에 원피스 입는 것을 미션으로 해볼까요?

이것은 아주 강력한 제안인 셈인데 사실 원피스라고는 입어본 일이 거의 없는 제겐 왜 이런 말이 문득

튀어 나왔나 집에 와서 생각하니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답니다.

오늘 그녀의 집에서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니 다들 원피스를 들고 나와보라고 했고

방에서 꺼내온 원피스는 입으면 느낌이 좋을 옷이더군요. 그렇다면 내년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지혜나무님께 받은 일본 근대의 형성에 관한 기록을 들고 들어오면서 그렇다면 이것을 금요일 역사모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보면 더 좋겠구나 머리속이 돌아갑니다. 현실적인 일에서는 늘 뒷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머리가 핑핑 돌아가는 일이 있다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이로군요.



10년만 선생님이랑 함께 읽어나가면 뭔가 보이겠지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그녀, 사실은 제가

그녀로부터 받는 것이 점점 많아져서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해야 할 지경이거든요.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

눈이 열리도록 앞으로도 오래 오래 함께 공부하자고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11.17 5:53 PM

    베토벤 : 엘리제를 위하여
    Ludwig Van Beethoven 1770 -1827

    Jerry Yoon / Bagatelle WoO59

  • 2. Harmony
    '10.11.18 11:52 PM

    모두

    좋은 사람들,

    좋은 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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