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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의 위력을 실감하다

| 조회수 : 1,786 | 추천수 : 80
작성일 : 2010-11-15 11:36:26


  
새벽에 일어나 가스렌지를 켜니 4개가 전부 가스불이 붙지 않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무엇인 문제인가

이것 저것 건드려 보아도 결과는 동일하고, 비릿하게 새어나오는 가스 냄새가 있는 것을 보니 가스 공급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사연인고  고민이 되더군요.할 수 없이 전자렌지에 데울 수 있는 음식으로

아침을 차리고 시간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가스 공사에 전화문의를 하니, 가스 냄새가 나면 자신들의 문제는 아닌 것같다고 하네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리포사님에게 연락을 해보니 그렇다면 건전지가 다 닳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

가스 렌지 모델명을 알아서 가스렌지 회사에 연락을 해보라고 합니다.



집안일을 늘 누군가에게 맡기고 손님처럼 살아온 제겐 요즘 모든 일이 새롭네요. 가스 렌지 모델명을 이리 저리

뒤적거려 알아내서는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센타는 오전이라 그런지 정말 문의가 쇄도하는지

바로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안내원과 연결이 되자 그녀는 모델명을 불러보라고 하더니

그 모델명이라면 건전지를 스스로 갈아 끼울 수 있는 것이라고, 가스렌지를 앞으로 당기고 뒤 쪽에 손으로

만져보면 건전지가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고, 그것을 교체하면 된다고 확신있는 목소리로 안내를 해줍니다.



그런데 말 들은 대로 아무리 해도 뒷 면에 건전지가 들어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없는 겁니다 .순간 바보가

된 기분,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속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다른 날이라면 하루 이틀

가스레인지 없이 살 수도 있지만 내일이 마침 아들의 생일이기도 해서 더 당황스럽더군요.

혹시나 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해결이 어려우면 방문 요청을 하려고요.

방문이 오늘 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오늘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루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교환원이 받습니다, 다시 한 번 사정 이야기를 하니 그 교환원이 말을 하더군요.

신입 교환원이 받아서 잘 못 정보를 준 모양이라고, 가스레인지 뒷쪽이 아니라 오븐쪽을 열면 그 안에

건전지가 있다고요. 알았노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그 쪽에서 사과를 합니다. 우리쪽에서 잘 못 된

정보를 드려서 죄송하다는 의미로요.

전화 통화후에 가보니 정말 그 안에 건전지가 커다란 것으로 하나 끼워져 있네요.

바로 나가서 구해와서 건전지를 넣고 가스불을 켜니 갑자기 환하게 솟는 파란 색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기분이 좋아져서  아침을 준비해서 , 새로 구한 음반으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아침을

먹고는 커피 한 잔  끓여서 마시고 나니 한 주를 시작할 힘이 생기네요.

사실 이번 주는 목요일 수능 입시가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드디어!! 마음이 긴장되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말도 되지 않지만 이렇게 한 가지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나니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엉뚱한 감정상태에 돌입하게 되니, 그래서 미신적인 감정이란 이렇게 기습적으로 오는 것일꼬 하고

혼자 속으로 쓴 웃음을 날리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요.



건전지의 위력을 실감한 날, 그런데 문제는 언제 건전지가 갑자기 완전히 방전이 되어서 쓸 수 없게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몸에 병이 갑자기 찾아와서 당황했던 날의 일이 겹쳐서 떠오르네요.

미리 예방하는 것, 혹은 예비하는 것, 아니면 상황이 닥치면 그것에 맞게 처신하는 것, 그것도 아니면

이런 두서없는 생각들도 더불어서요.



이 번주는 우선 평상심으로 사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아서일까요? 르동의 이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수능 대박을 외치는 상점앞의 표어들, 우리들의 현재 자화상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얼굴이 머쓱합니다.

그냥 평소대로, 더도 덜도 말고  평소대로 시험을 칠 수 있었으면 ,그런 소망을 마음에 품고 ,아들이

자신의 전지를 방전시키지 말고 불을 제대로 붙여서 그 날을 마치길 기도하는 심정이기도 하고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변인주
    '10.11.15 12:17 PM

    두어해전에 한번 르동을 소개하신 적이 있어요.
    그 후론 저도 르동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감사~)
    파스텔의 매력을 알게되어서요.....
    특히 '들꽃' 은 뒷배경색도 들꽃같이 .......
    게다가 '푸른 돛을 단 빨간배' 처럼 매혹적인 색도 나오고 말이죠.....

    어느 누구에겐가 영향을 주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것
    그래서 세상은 돌고 도는거라고 하는가 봅니다.

    아드님 수능시험때
    그저 더도 덜도 말고 평상시대로 그 만큼만 이라고
    저도 같이 욕심을 내어 마음을 모아드립니다.

  • 2. 열무김치
    '10.11.15 11:44 PM

    벌써 (? 본인에게는 길었겠지만요 ^^;;)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갔군요.
    아드님 생일 잘 지내고, 시험때 에너지 충전 만땅으로 시험 보기를 기원합니다 !

  • 3. intotheself
    '10.11.16 8:19 AM

    피오니님

    오랫만에 목소리 듣네요. 오래 전 소개한 르동을 기억하시다니 감사

    그리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말을 마음에 담고 목요일까지 평온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저도 아들도 그럴 수 있길!!

    에너지 충전 만땅이라 역시 열무김치님의 말은 감칠맛이 있구나 이 순간에도 그런 것이

    눈에 확 들어와서 웃고 있어요. 두 분 다 감사, 감사!!

  • 4. 포도
    '10.11.17 9:47 AM

    겨울 문턱에서... 보이차 한잔 하면서 읽노라니.. 잔잔한 미소가 떠올려지네요...

    너무 평화로운 광경이네요.

  • 5. 카루소
    '10.11.17 2:00 PM

    모짜르트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Elvira Madigan
    2. Andante

    Peter Aronsky, piano
    London Sinfonietta Voices
    Terry Edwards, c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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