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름다운 손

| 조회수 : 1,949 | 추천수 : 47
작성일 : 2010-10-19 23:42:36
  일요일 낮 바이올린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 말로만 듣던 줄이 끊어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월요일에는 아무래도 길담 불어수업이 있어서 그 준비로 마음이 바빠서 줄을 바꾸러 나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늘 생각난 김에 제게 바이올린 배울 기회를 제공한 권 성연씨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그녀가 소개할 만한 악기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요.

그랬더니 잠깐 기다려 보라고, 토요일에 함께 가면 아무래도 얼굴을 아는 악기점 사장님이 도미넌트 (줄을

그렇게 부르더군요) 를 깍아 줄 것 같으니 오늘은 그냥 쇠줄로 이어서 연습해보면 어떤가 하고 권했습니다.

가는 방법도 모르고 쇠줄도 없다고 하니 성저 초등학교 근처로 오라고 하네요. 일단 본인이 갖고

있는 줄을 빌려주겠노라고.



사무실에 취직하는 바람에 함께 하던 공부 모임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바이올린 선생님이 같은

분이다 보니 레슨 시간에 들고 나면서 가끔 얼굴을 보곤 합니다. 그래도 폐가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해했더니

그녀 왈 폐를 끼치고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일 아닌가요?

하긴 그렇구나 싶어서 그렇다면 그 곳으로 가겠다고 대답하곤 미리 가서 오랫만에 두 아이들이 졸업한

학교 성저 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두 명씩 짝을 이루어서 폴리스 활동을 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그녀가 취직한 곳이 폴리라는 영어 학원인가 했더니 두 여성이 똑 같이 노란 유니폼을

입고 있더군요.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주변을 돌면서 혹시 밖에서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은 없는가

점검하고 다닌다고요.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바이올린 줄을 갈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오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왕 밖으로 나온 길에 세탁기안의 먼지 제거 망을 사려고 대화동으로 가는 길, 이미 길에는 가을이

한창이네요. 멀리 갈 수 없는 제겐 길거리의 단풍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을을 느끼는 시간이 되어서

걷는 일이 즐겁더군요. 더구나 새로운 꽃들도 몇가지 발견했고요.








묘한 자리에 핀 꽃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어서 이리 저리 자리를 바꾸면서 씨름하던 시간이 생각나네요.

성저마을에서 대화동까지 걸어가는 길에 만난 풍경입니다.



막상 가전제품을 파는 매장에 가니 부품은 그 곳에서 취급하지 않는다고요. 다시 소개받은 곳으로 버스타고

나가는 번거로운 일이 남았지만 이왕 나선 길, 이왕이면 즐겁게 가자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습니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는 일상을 면제받고 살아왔던가 갑자기 마음에 확 와 닿는

느낌이 강렬하더군요. 낮 시간 그녀의 말과 겹쳐져서 오는 깨달음이었는지도 모르지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시간을 선뜻 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어디서 나오는 힘일까?

나는 시간에 참 인색한 사람인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상하게 오랫동안 오늘의 이 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칼라스
    '10.10.20 9:27 AM

    가을이 익어가는 것처럼 인투님의 내면도 성숙 되어지는것이 글을 통해 전달되어집니다. 늘 배우고 따라하고픈 사람중의 한분입니다. 한상 건강하세요~~~

  • 2. intotheself
    '10.10.20 3:37 PM

    칼라스님

    덕담을 통해서 제게 즐거움을 나누어주시다니, 가을이 깊어가는 날의 기쁜 선물이로군요.

    기쁜 마음으로 받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지네요.

  • 3. 조영순
    '10.10.20 9:59 PM

    예쁘고 아름답네요 손이 조금많 움지기면
    여러사람의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지요

  • 4. 열무김치
    '10.10.20 10:36 PM

    사진 속에서 꽃들이며, 나무잎 색깔이며.... 시간이 느껴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277 큰 결심 도도/道導 2026.02.11 81 0
23276 까치가 보금자리 만들고 있어요. 1 그바다 2026.02.10 237 0
23275 사람이 아니구나 도도/道導 2026.02.10 174 0
23274 봄을 기다리는 마음 도도/道導 2026.02.09 193 0
23273 메리와 저의 근황 4 아큐 2026.02.08 724 0
23272 눈밑 세로주름 사진 힐링이필요해 2026.02.07 1,071 0
23271 맥도날드 커피 넘 맛있어요! 4 공간의식 2026.02.06 1,125 0
23270 60대 이상이면 사라던 옷 15 호후 2026.02.05 12,236 0
23269 딸기 주물럭 해보세요. 완전 맛나요 3 자바초코칩쿠키7 2026.02.04 1,513 0
23268 입춘첩 2 도도/道導 2026.02.04 556 0
23267 저 그동안 복지 누렸어요 2 김태선 2026.01.31 1,521 0
23266 공포의 사냥꾼 삼색애기에요 2 챌시 2026.01.31 1,012 1
23265 어른이 사는 방법 2 도도/道導 2026.01.30 932 0
23264 멀정해 보여도 실성한 자들 4 도도/道導 2026.01.29 1,023 0
23263 자랑후원금 통장(행복만들기) 내역입니다 (8) 행복나눔미소 2026.01.28 1,118 0
23262 점점더 이뻐지는중,삼색이 애기에요 6 챌시 2026.01.25 1,370 0
23261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6 덕구덕선이아줌마 2026.01.24 1,222 0
23260 헬스 20년차.. 8 luhama1 2026.01.24 2,771 0
23259 목걸이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2 해리 2026.01.22 1,543 0
23258 직접 만든 두존쿠 입니다… 1 IC다둥맘 2026.01.20 1,888 0
23257 붕대풀고 환묘복입고 고장난 삼색 애기 10 챌시 2026.01.19 1,656 0
23256 맛있는 귤 고르는 법~ 3 공간의식 2026.01.19 1,445 0
23255 멀리 온 보람 1 rimi 2026.01.19 1,139 0
23254 태양보다 500조배 밝은 퀘이사 철리향 2026.01.17 928 0
23253 오늘자 삼색이, 가칭 애기에요 2 챌시 2026.01.16 1,445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