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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에 얽힌 이야기

| 조회수 : 1,807 | 추천수 : 58
작성일 : 2010-10-04 01:36:22


  
지난 주 일요일의 일이었습니다.

수업하러 온 아이들중에서 두 명의 아이가 오랜 시간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더군요.

그 중 한 아이는 남학생, 다른 한 아이는 여학생인데 둘이서 누가 더 오래 배웠는가, 누가 더 스즈키 교본을

높은 번호를 배우고 있는가 서로 견주더니 합주의 경험은 있는가 묻기도 하네요.

사실은 선생님도 배우기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되는데 참 어렵더라, 매번 손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어깨도 아프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시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어디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도

몰랐을 테니 그래도 즐겁게 가능하면 오랫동안 배우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지요.

그리고 두 아이에게 이왕이면 수업하러 올 때 바이올린을 들고 와서 선생님에게도 연주를 들려주고

선생님도 도서관에 예비로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해서 준비해둘테니 올 때마다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함께 와서 본인의 공부를 하고 있는 그 아이의 어머니와 지난 일요일의 바이올린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아이들보다 오히려 엄마가 더 자신의

공부에 열심인 경우가 많아서요 ) 휙 지나가는 아이의 어깨에 악기 케이스가 있는 겁니다.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물으니 수줍어서 말을 못 꺼낸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악기를 꺼내서 한 번 소리내보려고 했더니

글쎄 줄이 그어져 있지 않는 겁니다. 아직 저는 줄이 없으면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왕초보 수준인데

그 아이는 스즈키 4권을 떼면서 줄로 그어놓은 테이프를 떼어낼 수 있었고 이제는 스스로 튜닝을 할 수 있다고요.



악보를 기억하고 있는 노래를 한 번 켜보려던 큰 뜻은? 물 건너 갔지만 그래도 활을 한 번 그어보니

연습용 악기라곤 할 수 없는 멋진 소리가 나네요. 놀라서 여러 차례 이 현 저 현의 소리를 내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연습용 악기보다는 훨씬 좋은 바이올린이었더라고요. 언제까지라도 오랫동안 연습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매번 올 때마다 번거롭더라도 악기를 들고

와서 선생님에게도 지금 연습하는 곡을 들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일단 오늘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연주 부탁한다고 했더니 수줍어하면서 이 곡 저 곡 고르던 그 녀석이 비브라토를 넣어서 곡을 멋지게 연주하네요.



수업 시간에는 조금 어려운 개념이 나오면 살짝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던 아이가 악기를 들고 의젓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 학생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과연 제대로 알 수는 있는 것일까

이렇게 음악으로 이야기를 틀 수 있게 되었으니 나눌 수 있는 것이 늘어서 조금은 새로운 수업이 가능하겠구나

즐겁게 기대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다른 여학생의 경우는 피아노를 배우던 중 본인의 의사로 바이올린으로 악기를 바꾸고 한 육개월 정도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나칠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해서  쉽게 과정을 쑥쑥 넘어간 경우라고요. 선생님도

전공을 해도 좋겠다고 권유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음대에 입학한다는 것의 속 사정을 생각해보면 쉽게

결정하기 어렵지 않는가 하고 걱정을 하더군요. 어머니가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했지요. 꼭 그 방법만 있는 것일까? 실제로 잘 찾아보면 그 아이의 소질을 알아주고

키워 줄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고, 한국에서 꼭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가, 특히 음악의 경우라면



베네주엘라의 경우  오케스트라로 시작하는 음악의 세계가 놀랍더라, 우리들에게도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 새로운 생각으로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고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마침 그 분도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서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눌 수 있었지요.



여학생의 바이올린 소리는 아마 다음 주에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연한 관심이 촉발하게 될 아직은

모르지만 뭔가 싹이 틀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악기를 통해서..

어린 시절 엄마가 권해서 시작하는 혹은 본인이 원해서 시작하는 악기를 계속 하는 아이들이 참 드물더군요.

더구나 요즘처럼 어린 시절부터 공부 공부 하는 분위기에서는 악기는 전공을 하지 않을 경우 뒤로 순위가

물러가버리고 ,처음 기세좋게 시작했어도 점점 어려워지면 아무래도 처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하기

어렵겠지요?



그 때 부모가 아이에게 내게 그 악기의 기본을 가르쳐달라고 하거나  같이 쉬운 곡이라도 함께 연습하거나

친구들과 더불어 집에서 간단한 음악회라도 지속적으로 열 수 있거나,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나갈 수 있다면

악기는 지겨운 연습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귀한 수단이 되지 않을까?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군요.






머릿속에서 이렇게 또 새로운 생각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니 드디어!! 살 만 해진 모양이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마티스 그림과 더불어 즐긴 시간이었습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10.4 12:59 PM

    지붕위의 바이올린 OST - Sunrise Sunset

  • 2. 들꽃
    '10.10.4 7:56 PM

    그림을 잘 볼줄도 모르지만

    문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그림이 너무 좋아서
    자꾸 보고 있어요.

  • 3. 수늬
    '10.10.5 12:55 PM

    저두요...마티스 초기인지 말기?인지 어눌해보이는 풍의 그림이 가슴에 와 닿아요...
    저는 아래 두번째그림 바탕에 깔았답니다...감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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