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드보르작의 연주를 듣다

| 조회수 : 1,35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7-08 12:34:54

 

 

 

 

일요일 오전, 아들이 축구하러 가는 날이라고 일찍 깨워 달라고 하네요.

 

덕분에 저도 일찍 일어나서 함께 밥을 먹고는 꼭 해야 할 공부를 끝냈습니다. 독일어로 읽는 베토벤, 그리고

 

일요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중에서 비행기의 발전에 관한 영어 자체는 어렵지 않아도 문맥에서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워서 한 번 두 번 고민해야 하는 표현들과 씨름하고 나니 갑자기 마음을 차분하게 할 만한 음악을 듣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고른 곡이 드보르작

마침 뉴욕 필이 평양에서 공연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아침에 세계사 연표를 정리하다가 동부 유럽의 지도를 유심히 보면서 아, 여기가 바로 슬로바키아로구나
 
그렇다면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거기서 독일, 이런 식으로 유럽을 찬찬히 볼 수 있는 날이 오겠네 하는 생각을 하는 바탕에는
 
슬로바키아에 가서 살게 된 러블리걸님과의 대화가 있었습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한 나라였다가 둘로 갈라졌다는 것이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던 상태에서 그 한 번의 대화로
 
이렇게 지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이 참 재미있네요.
 
열무김치님이 키프로스에 간 이후로 책에서 만나는 키프로스가 단순히 지명이 아니고 살아있는 어떤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게 느끼고 있는 현상이고요, 그러니 우리가 사물이나 지역, 혹은 사람에 대해서 혹은 화가나 작가에 대해서 갖는 그런
 
미묘한 관심의 시작은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어제 그리스인 이야기2권을 읽다가 결국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을 주문하러 서점에 갔습니다.
 
대학원 첫 학기에 그리스 비극 수업을 들었을 때만 해도 다시 이렇게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소포클레스의 작품과 진지하게
 
만나게 될 일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그 때만 해도 어려서 그리스 비극의 세계가 제겐 너무 버거웠지요.
 
너무나 강렬하고 대치 상황에서 어떻게도 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과연 일상에서도 가능한가 그런 의문을 품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요즘 다시 만나는 그리스 세계는 왜 나를 이렇게 강렬하게 잡아끄는 것일까 왜 그리스일까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몇 개월간 이런 저런 경로로 계속 그리스와 만나면서 이런 경험후에 만날 진짜 그리스 땅, 그리스 땅만이 아니라 지중해 지방과의
 
만남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되네요. 상상하는 과정과 실제로 만났을 때의 느낌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 불일치
 
의외성이 오히려 더 매력이 있을 수도 있고요. 옛 그리스가 안고 있던 여러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내 인생은 내가 정하고
 
앞으로 나간다고 하는 그런 강렬한 에너지, 내 삶의 결정을 나보다 상위 개념의 다른 존재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떠안고 가는
 
그런 저력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을 다 듣고 나니 다른 지휘자의 드보르작이 또 눈에 띄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132 세상은 비례하지 않는다. 도도/道導 2025.07.29 62 0
23131 에어컨 배관좀 봐주실래요? 1 스폰지밥 2025.07.26 465 0
23130 2주 정도된 냥이 입양하실분 계실까요? 3 유리병 2025.07.21 1,851 0
23129 발네일 사진 올려봐요 2 바닐라향기 2025.07.18 1,371 0
23128 [급질문]욕실타일 크랙 셀프 가능할까요? 3 happymoon 2025.07.16 883 0
23127 고양이를 찾습니다..사례금 500만원 9 그리움 2025.07.15 2,238 0
23126 마천에서 올라 남한산성 한바퀴 4 wrtour 2025.07.14 963 0
23125 무늬벤자민 좀 봐주세요ㅜㅜ 7 na1222 2025.07.13 1,027 0
23124 구체관절인형 조각보 저고리와 굴레 2 Juliana7 2025.07.11 869 1
23123 416tv 바람의 세월 시사회초대 유지니맘 2025.07.11 533 0
23122 간장게장 테나르 2025.07.11 537 0
23121 아기사슴 이예요 6 공간의식 2025.07.09 2,007 0
23120 비싼 수박이... 2 통돌이 2025.07.07 1,404 0
23119 설탕이와 소그미(10) 10 뮤즈82 2025.07.03 1,342 0
23118 뜨개커텐 9 ㅎㅎㅋㅋ 2025.06.29 3,918 0
23117 6.28일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나눔안내 16 유지니맘 2025.06.28 2,160 2
23116 82일부회원님들과 함께 한 매불쇼 .겸공 41 유지니맘 2025.06.27 4,719 8
23115 모두가 잘났습니다. 2 도도/道導 2025.06.26 1,234 1
23114 버스에 이런게 있던데 충전기인가요? 4 요랑 2025.06.25 1,346 0
23113 6.25 75주년 2 도도/道導 2025.06.25 481 0
23112 춘천 삼악산 2 wrtour 2025.06.23 813 0
23111 삼순이의 잠.잠.잠 퍼레이드. (사진 폭탄) 14 띠띠 2025.06.23 1,958 1
23110 6.21일 토요일 교대역 10번출구 나눔입니다 2 유지니맘 2025.06.20 728 2
23109 화촉 신방 4 도도/道導 2025.06.20 881 0
23108 눈 아픈 길냥이들 5 냥이 2025.06.20 792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