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시간까지 동생들과 더불어
술을 마시고 (오랫만에 마시는 술이라
흑맥주 두 잔에 취해서 몸이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제헌절 오전을 거의 잠으로 날려버렸습니다.)
오늘은 좀 푹 쉬어야지 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아주머니께서 일찍 오셨네요.
쉬는 날이라도 우리 집의 특수상황을 이해하시고
시간이 되는대로 꼭 와주시거든요.
그런데 대낮에 몸이 아프다고 누워있기도 민망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어디 갈까?
오랫동안 대화역에서 떠나는 헤이리 행 차를 눈여겨 둔
상태라 가까운 곳에 가서
비가 오지 않으면 풍경도 담고
카메라타에 가서 (황인용의 음악감상실)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줄리아 카메론 책도 다 읽고 와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제 마신 술로 뱃속이 편하지 않아서
길거리에서 만난 본죽에 들어가 삼계죽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속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게 죽으로 기운을 무장하고
헤이리가는 차에 타니 손님이 저 말고는 다른 한 사람밖에
없네요.
혹시 잠들까봐 헤이리에서 내려달라고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조금 가니 벌써 시골냄새가 가득한 길을 달려가네요.
티브이가 없어서 수해상황을 글자로만 읽어서
비쥬얼한 실감이 덜 했는데
시골길을 달리면서 보는 붉은 물이 주는 인상이
마구 제게 달려드는 기분이네요.
그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헤이리입니다.하는 소리에 놀라 깨서 내리니
헤이리 게이트를 소개하는 팻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침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 시각
그 주변을 사진에 담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식구들과 한 번 갔을 때의 그 공간은
뭐라고 할까요?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느낌이 더 강해서
불편한 기분이 들었었지요.
그런데 그 사이에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이제는 제법 사람사는 냄새가 나고
아직도 짓고 있는 건물로 인해
여기저기 건축자재도 늘어져 있네요.
그 사이 사이에 피어있는 꽃들이 많았는데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싱그러운 느낌이 좋습니다.



카메라타를 찾아가기 전
우선 지도를 보면서 공간의 배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둘레를 걸어다녀보니
눈길을 끌게 정원이 가꾸어진 집들이 보기 좋네요.
꽃을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 한동안
그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이렇게 변한 제가
신기했지요.



올해 보는 장미는 호수공원의 장미로 충분했다고
다시 장미를 찍으려면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미리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웬걸요
시시때때로 장미를 만나게 되고 더구나
이슬머금은 장미앞에 서면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군요.

오래 전 보았던 나무들이 이제는 상당히 무성한 느낌이
들어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사진을 담으면서 천천히 올라가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구,찍고 싶은 장면이 많은데 싶어서
조심하면서 담은 꽃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그런지
오늘따라 접사가 다른 날보다 만족스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