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몸상태로는 금요일 나들이가 가능하겠나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리움의 로스코 전에 가려고 작정했었는데
예약을 하려고 보니 목요일밤에는 이미 금요일에는
예약이 다 차서 곤란하다고 하네요.
아,그렇구나
그렇다면 다음으로 미루고
과천에 가기로 친구와 전화로 약속을 바꾸고
날씨가 너무 나쁘지 않기만 바랬는데
오늘 아침 몸도 날씨도 좋아져서 기분좋게 출발을 했습니다.
작년에 일부전시를 보고 나서
이부 전시를 하면 꼭 가야지 하고 마음먹을 정도로
한 시대를 조망하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기 때문에
오늘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현대미술관앞에 내렸습니다.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어보았습니다.
아직 인물사진을 옆에서 혹은 가까이서 들이댈
배짱은 없어서 주로 뒷모습을 찍게 되네요.

전시장으로 올라가기 전
혼자서 편한 자세로 신문을 읽고 계신 분이 있어서
한 컷 잡아보았지요.



일산에서의 출발이 늦었기 때문에 미술관 앞에 가니
거의 열두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지만
비온 뒤라 그런지 햇빛이 강렬하지 않아서
사진찍기엔 좋은 날씨였습니다.



요즘 보람이가 공부에 방해된다고 휴대폰을 두고 가는 바람에
오늘은 제가 대신 들고가서 연락해보니
아직 친구가 도착하기 전입니다.
먼저 들어가서 전시장을 대강 둘러보니
57-66년
67-79년
80-87년
88-현재순으로
전통,인간,예술,현실이란 주제로
한 작가에 한 작품,혹은 두 작품정도가 전시가 되더군요.
500작품정도 전시가 된다고 하니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궁금한 마음으로
첫 전시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김환기의 두 개의 달그림과 권옥연의 프랑스 유학시절의
작품이네요.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박수근의 처음 보는 새 작품
장욱진의 까치
최영림의 설날 그러나 그림속의 설날은 큐비즘의 세례를
받은 설날이네요.
거기서부터 시작한 그림,그림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제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젊은 시절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과
잘 몰랐던 앵포르멜화를 많이 만난 것
그리고 조각 일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전시관으로 갔을 때
도착한 친구의 연락을 받고
일단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보는데
한 일년정도 호흡을 맞추어 그림을 함께 보러다닌 친구라
그런지 여기 저기 전시에서 만난 화가들 이야기
이미 알고 있는 그림이외의 다른 그림을 보는 감상을
함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라,이 화가작품인 줄 알았는데
너무 비슷하지만 아니로구나,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전시를 보는 맛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세시가 다 되네요.
세 시에 시청각실에서 금요일에는 권진규에 관한
시청각 자료 방영이 있다고 해서
일단 그 곳으로 갔습니다.
kbs에서 방영한 내용을 틀어주는 것인데
오래 전 그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어서
그 내용을 보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고
그 이전의 전시회를 다시 떠올리기도 하고
권진규가 조각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 조각가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각사에서의 위치 이런 거창한 것을 떠나서라도
제가 좋아하는 조각가의 작품을 다시 만난 것
그 자체로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전시장으로 가서 마지막 작품들을 보는데
아,이제는 멀미가 나려고 한다고 느낄 정도로
다양한 그림들이 수도 없이 전시가 되어있네요.
80년대 작품앞에서는 이제는 거의 잊고 살던
역사의 한 시기와 정통으로 부닥치는
그런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조금 쉬었다 가자고
카페테리아에 가서 커피 한 잔 사들고
밖으로 나가니
날씨는 조금 후덥지근해도 바람이 있어서
견딜만 하더군요.
그림을 보러 다니는 일로 인해
자주 만나게 되는 친구와 사는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6시가 넘었네요.

전시장 밖에서 만난 작품입니다.
특이하게도 작품위에서 외눈이 움직이는 구조라
자꾸 눈길이 갑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설치 작품이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물속에 반사되어 드리운
그림자입니다.


일행이 가만히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사진을
찍으면 부담이 되겠지만
함께 사진을 찍는 친구라 그런 점에서
동행하는 것이 즐거운 친구여서
서로 시간을 내어서 담고 싶은 풍경을 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
이미 어둑어둑해진 길목에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을 한 번 더 찍어보았습니다.

오늘 만난 화가들,조각가들
설치미술가들
그들의 작품을 집에 가서 찬찬히 들여다 보아야지
숙제 한가득을 안고 돌아오는 길이지만
자발적으로 떠맡는 숙제라 마음이 흡족한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