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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보람이의 방을 치우면서

| 조회수 : 1,900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3-30 17:40:55

 

 

졸업하기 거의 일년전에 취직이 정해진 덕분에 2011년 한 해를 그래도 마음 편히 보낸 보람이가

 

받아놓은 날짜를 어김없이 채우고 오늘 새벽에 떠났습니다.엄마, 울거면 공항까지 오지 말고 그냥 집에서 인사하자고

 

못을 확 박는 바람에 알았노라고 답하고  좋아하는 무국을 포함한 이른 아침을 먹은 다음

 

공항에 도착하니 7시, 수속을 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집에서 공항, 나고야에 도착해서 회사의 공장이 있는 지역에 가서 신고하고

 

다시 나고야로 나와서 도쿄로 이렇게 긴 하루를 보내게 될 아이를 상상하게 되네요.

 

마침 보람이 친구가 공항에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덕분에 마지막까지 함께 있지 않아도 되어서 오히려 한시름 덜은

 

느낌이 든 것은 아마도 웃으면서 인사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탓이었을까요? 친구가 도착해서 인사나누고 버스에 오르자

 

정말 가는구나 실감이 나더군요.

 

마침 오늘 아침에 공항에서 그랜드 백화점의 영화관으로 곧장 와서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마리포사님이랑 만나서

 

디어 한나, 그리고 그녀가 떠날 때 두 편의 영화를 내리 보는 평소에는 그다지 잘 하지 않는 일을 했습니다.

 

아마 그녀 나름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혼자 집에 들어가서 마음 아파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덕분에 너무 무거운 주제 두 편의 영화속으로 들어가서 한동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네요.

 

점심까지 먹고 들어오니 3시가 넘은 시각, 피로가 몰려 와서 한숨 자고 나니 저절로 보람이 방으로 들어가보게 되었습니다.

 

어제 밤 늦은 시간까지도 넣어야 할 짐, 빼야 할 짐 고민하다가 결국 5월 초에 따로 한  상자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연수기간 동안 필요한 짐을 꾸리고 나선 방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단정하게 치워달라는 듯이

 

평소와는 달리 마음이 동해서 꼼꼼하게 방을 정리했지요. 그러다가 2006년의 다이어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때가 고3이었는데요, 다이어리의 표지에 세상을 널리 보고 결정은 스스로의 힘으로라고 일본어로 적혀있더군요.

 

보람이는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적은 것일까, 아니면 책 어딘가의 구절에서 발견한 것일까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되더군요. 

 

한 시간 넘게 꼼꼼하게 치우고 나니 지금 당장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은 방이 되었지만 도저히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

 

오랫만에 그동안 듣지 않던 음반을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여러가지 하고 있네요.

 

언어연수, 교환학생, 취직하기 위해서 당분간 일본에 가 있던 시기, 이렇게 늘 돌아올 것을 전제로 떠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을 찾아서 떠난 것이라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는 떠남, 그 빈자리가 굉장히 크겠지요?

 

아이가 크면 부모 품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론으로 아는 것과 실제의 상황이 똑 같은 마음으로 대하기

 

어렵다는 것, 아마 당분간은 매일 매일 빈자리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언젠가 그 자리를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루벤스의 작품이로군요. 이름을 일부러 찍지 않아도 내가 그린 작품이야 라고 으스대는 느낌이 들 만큼 누구라고 그림이 말하고 있는

 

이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화풍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 삶은 그 사람답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자신답게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림을 보다 말고.

 

그것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덕목은 물론 아닐 겁니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강박을 갖지 말고 자연스럽게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림을 보는 일은 가끔 이렇게 그림 자체에서 더 나가서 인생에 대한

 

메타포로 읽게 되는 시간이 있고 그 자체도 역시 귀한 것이라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rtmania
    '12.3.31 12:20 AM

    어느해 여름, 이대앞 미고에서 잠깐 만났던 보람이가 대견한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나갔군요.
    보람이나 인투님, 모두 새로운 전환점으로 올해가 기억되리라 생각됩니다. 큰 응원을 보냅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찡했어요.

  • intotheself
    '12.3.31 2:08 PM

    2012년

    날짜가 정해진 날은 꼭 오는 법이란 것을 알았어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큰 힘이 되어서 어제 하루 종일

    부산하게 보냈습니다. 카페가 닫히는 시간까지 모여서 이야기하다가

    집에 와서는 잘 도착했다는 전화로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엄마, 정말 영화 갔다 왔어? 하고 제일 처음 묻더라고요. 그럼 두 편이나 보았어

    그렇게 살면 된다는 듯이 즐거워하는 아이가 이제 다 컸구나 싶어서 혼자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 2. 열무김치
    '12.3.31 1:59 AM

    보람양이 드디어 출발을 했군요 ! 씩씩하게 잘 해내라고 응원드립니다.

    제가 10여전 전에 싱가폴로 취직해서 나갈 때가 생각나요.
    그 때 제 친구 한 명이랑 엄마가 공항으로 오셨었는데,
    잘 지내세요 엄마, 안녕 친구, 잘 지내~~하고 비행기를 탔었네요.
    비행기에서 마음이 짠해지고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일만 생각하자 그러면서 나름 씩씩하게 잘 나갔어요.
    싱가폴에 도착해서 일도 잘하고 생활도 잘 하고..
    그 날 이후 "출가" 한 상태가 되어 부모님이랑 동생들이랑 떨어져 살고 있고요..


    몇 년 있다가 그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 날 엄마가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많이 우셨다고 해요..
    (그 때는 김포 공항이라 5호선 전철 타고 집으로 가시는 길에요..)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네요.
    그 때는 아직도 철이 덜 들었었나봐요.

    참...그리고 보람이 방을 "빈 방"이라 여기시지 마시고,
    보람이 방에서 낮잠을 주무신다거나 ? ^^ 책을 읽으신다거나 등등 소소한 일거리를 정하셔서
    그 방에서 잠깐씩 시간을 보내세요. 그럼 '빈'방이 아니니까요 ^^
    덜 섭섭하시라고 하는 소리예요 ~~

    인투님도 보람양도 오늘 밤 푹 주무시기를 ~~

  • intotheself
    '12.3.31 2:11 PM

    그 때의 열무김치님의 어머니를 상상하게 됩니다.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역시 허전한 마음은 있더군요. 이제 밤에 집에 들어가면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 날 입고 나갈 옷을 품평해달라고 하는 보람이

    나가기 전 그 아이 침대에 누워서 잠깐씩 나누던 대화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리듬이 사라졌구나 그것이 가장 빈자리를 실감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그 방에서 잠들고, 오늘 낮시간에 그 아이 책상에 앉아서 맹자에 관한 책을 읽었지요.

    매일 매일 그렇게 그 방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3. 캐드펠
    '12.3.31 3:18 AM

    보람양이 드디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군요

    야무지게 잘 해내리라 믿고 또 응원을 보냅니다

    올리신 글에서 인투님의 복잡한 마음이 전해져서 저두 코끝이 시큰해오네요

  • intotheself
    '12.3.31 2:12 PM

    캐드펠님

    바쁜 계절이 조금 끝나가고 있나요?

    생각보다 복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아이의 인생을 살아야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밖에는 없다는 것

    더불어 성장해서 나중에 엄마가 늙으니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 수 접고 들어가는상대가

    되지는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 4. 잡노마드
    '12.4.1 3:43 AM

    따님께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러 일본에 가셨군요. 늘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보람양은 언제 어디서든 꿋꿋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2006년에 도쿄 근처 치바에서 일 년동안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일본은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인에게는 좀 더 친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람양도 좋은 경험 많이 하고 좋은 인연 많이 만나기를 마음 속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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