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동생을 불러들여서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고급인력이라 못한다고 하길래
야,일본어 전공이라고 그렇게 뻐기지 말고 도와주라고 했더니
그게 아니고,나는 중졸이고 승태는 초등학교 졸업이잖아 해서
아주 배꼽을 빼고 웃었지요.
이번 시험기간에는 자신이 붙들고 함께 해보겠노라고 말하는 덕분에
그 조그만 일 하나로도 이렇게 행복해지는 제 마음이 재미있어서
어제에 이어서 오늘 아침까지 몬드리안을 보고 있는 중에
이틀에 걸쳐 홈페이지에 쓴 글이지요.
일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니
아이들이 꼭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가 있다고
그 것만은 꼭 보겠다고 하네요.
뭐냐고 물어보니 개그 콘서트라고 같은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오락프로 앞에서는 마음이 꼭 맞는 두 남매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티브이를 보는 동안
오늘까지 읽은 연인 서태후란 소설의 after로
검색을 해서 글을 조금 읽은 다음
아직도 시험공부의 제자리를 못 찾고 있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림을 보려고 앉았습니다.
calm down
이런 마음이 필요한 시간이라서 그럴까요?
오랫만에 보는 몬드리안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작품이 나오기 전의 몬드리안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이 방 저 방에서 엄마 부르는 소리에
오래 진득하게 앉아서 그림보기가 어렵네요.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나면 조용한 시간에 다시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어제 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람이가 칼을 뽑아서
승태보고 자기 방으로 들어와서 공부를 하라고
이번 시험 기간 내내
함께 공부하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이것은 두 남매사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일본어 시험이 내일인데 승태가 읽는 것을 보니
더듬더듬 도대체 수업시간에 무엇을 했는가하는 말이
목구멍으로 나올 것같지만
이미 듣지 않은 수업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같아
그냥 누나 방으로 들어가라고 해놓고
저는 앉아서 몬드리안을 마저 보고 있는 중이지요.

몬드리안 그림으로 입셍 로랑이 만든 옷이 있네요.


아침에 듣는 첼로음악과 더불어 보는 몬드리안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끼는 아침입니다
여기까지가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쓴 글인데요
82의 줌인 줌아웃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림을 더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른 그림들인데요



오늘 이 그림이 제게 오늘 가장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