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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소식 하나

| 조회수 : 973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5-09-08 07:28:21
오늘따라 새벽에 읽는 신문에 볼 거리가 많아서

새벽 잠을 깨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왕 잠이 깬 김에 기사나 더 찾아서 읽고 소개하자 싶은 마음에

새벽에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저런 글을 찾아서 다시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 하나 민화 전시회 소식입니다.





일본 건너간 전통민화들의 귀환
역사박물관 ‘반갑다 우리 민화전’
야나기 수집 ‘명품’ 대거 전시


노형석 기자  


  

▲ 일일이 수놓아 만든 ‘자수십장생도’8폭 병풍(일부분). 환갑, 신년 축하연에 쓰였던 명품으로 간결·활달한 기운이 느껴진다.  

  



익살스럽고 편안한 전통 민화가 지닌 아름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옛 선비들은 속화라고 하여 천시하기도 했던 민화는 묘사와 구도가 엉성하고, 그림 속 이미지도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곰삭은 된장 맛같은 눈맛을 느끼게 한다. 우리 민화의 미학적 가치를 처음 인식하고 본격 수집에 나섰던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도 평생 이 궁금증을 캐느라 고심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는 1959년 발표한 논문 에서 민화는 천재가 아닌 화공이 그렸고, 원근, 경중이 뒤바뀌는 비상식의 그림이자,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는 그림이란 점 등을 들어 모든 지혜를 무력하게 만드는 불합리성에서 매력을 찾았다. 그가 말한 불합리성은 구체적으로 18~19세기 경제력이 커진 평민들이 양반의 생활문화를 닮아가려 애쓴 데서 비롯된 문화적 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통 그림 이미지를 빌어오되 의미나 품평은 젖혀놓고 오직 그리는 그 자체에 만족했던 무심의 정신이 조선 특유의 민화예술을 낳았다는 것이다.

6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한 ‘반갑다 우리 민화전’은 상식을 초월하는 환상과 불합리의 미학이 넘실거리는 민화예술의 고갱이를 십분 누릴 수 있는 명불허전의 전시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설립한 일본 민예관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엔 그동안 도록도판으로만 보고 눈맛을 다셔야했던 일본 소장 전통 민화의 명품들이 상당수 나왔다. 전시의 핵심 작품들을 수집한 야나기 무네요시는 평소 수집한 민화들을 한국에서 전시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 바 있는데, 이번에 일본 민예관 뿐 아니라 교토 고려미술관, 구라시키 민예관, 덴리대 참고관 등 일본 유수의 민화 수집 기관과 개인소장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그의 여망도 비로소 풀리는 셈이 됐다.

  

  

크게 화조화, 까치호랑이(호작도), 산수화, 고사인물화, 책가도, 문자도, 궁중회화로 구분되는 전시장 들머리는 각양각색의 화조화들이 장식한다. 생활용 그래픽 같은 산뜻하고 단순한 푸른 빛 괴석표현, 꽃잎은 선묘로, 꽃병은 먹으로 툭 밀어그린 화조도들은 때깔은 깔끔하지만 자세히 보면 형상이나 선묘, 색채 자체가 현실과 전혀 다른 것들이다. 특히 개인소장의 19세기 화조도는 누릿한 화폭 위에 방울꽃, 소나무, 파초, 모란 등을 단순하면서도 재미있게 변용했다. 꽃, 열매는 크게, 줄기와 잎은 왜소하게 하고 줄기는 툭툭 꺾어 그리는 표현 등은 반추상적인 현대화 작업과 진배 없다. 이어 등장하는 호랑이 까치그림(호작도)은 가장 빛나는 눈대목이라 할 수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다양한 도상들과 높은 작품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구라시키 민예관이 소장한 눈 네개 달린 호랑이 까치그림은 눈동자에 두개씩 오목렌즈 모양의 눈을 그려넣고 잘록한 허리, 길쭉하게 뻗친 꼬리를 넣었다. 눈 부라리는 호랑이, 김홍도의 명화 호랑이 그림을 딴 듯한 호작도와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할아버지 호랑이와 손자 같은 새끼 같은 호랑이의 그림은 사랑스럽고 따뜻한 인간적 분위기가 넘친다. 몸이 쥐처럼 생긴 토끼가 담뱃대를 옆에 놓은 늙은 호랑이 옆과 머리 위에서 희롱하고 노는 또한 재기 넘치는 묘사가 빛난다.

서가를 그린 책가도 또한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점잖은 팬터지의 세계를 보여준다. 층마다 천장의 눈에 비치는 모양이 다르고 거리감, 입체감도 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야나기가 극찬했다는 민예관 명품 책가도는 가리개 병풍인데, 경물 배치, 세밀한 필치, 기울어진 사선형 윤곽 묘사 등이 뛰어나다. 산수도에서도 이런 불합리한 화면구도는 재미있게 묘사되는데, 기러기가 추락하듯 내리꽂히고 거북 등딱지처럼 물을 묘사한 소상팔경도 등이 보인다. 8일 오전 10시에는 박물관에서 한·일 연구자 5명이 참여하는 민화 학술대회도 마련된다. 10월30일까지. (02)724-015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iring
    '05.9.8 7:19 PM

    요즘에 이 전시회 신문과 티비에 많이 나오더군요. 야나기무네요시도 함께..
    전시보러 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2. 꾀돌이네
    '05.9.9 7:03 PM

    좋은 전시회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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