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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 조회수 : 2,230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03-02 11:03:36

부산에서 일본의 회사 동료가 놀러와서 합류하기로 했다는 보람이, 오늘 아침 일찍 서울역에 간다고 떠났습니다.

떠나는 것을 보고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전화소리에 잠을 깼지요. 거기까지는 일상이라 별 다른 일이 아니었는데

전화 목소리가 모르는 남자더라고요. 전화 잘 못 걸었다고 하려는 순간

지윤이가 지금 크게 다쳐서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윤이는 보람이의 호적상의 이름이지요. ) 그 때는 놀라서 그렇다면

그 아이의 다른 이름은 뭐냐고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럴리가 없다고 지금 기차를 타고 있을 시간이라고 하니

그렇다면 직접 확인하라고 하면서 전화를 바꾸었는데 그 속에서 보람이가 울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엄마, 어떤 아저씨들이 나만 끌고 왔어. 실랑이 하다가 다쳐서 너무 아파, 엄마 빨리 데리러 와

흐느끼면서 우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딸의 목소리네요. 그 순간의 놀라움, 당황함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보람아 잠깐 기다려 ,잠깐만 전화기 들고 있어 부탁을 한 다음

휴대폰을 찾아서 동생에게 연락을 했지요. 내가 이 전화 받는 동안 보람이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보라고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전화기를 잡으니 이미 전화가 끊어진 상태입니다.

그 순간의 공포라니, 보이스 피싱에 대해서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것은 늘 강건너의 일이었지요. 그러니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아는 것일까 오늘 많은 생각을 하느라 진정이 되지 않네요.

전화가 끊긴 그 순간,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보람이 번호로 연락을 하니 통화중입니다. 동생과 통화가 된 것일까? 아니면?

머릿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동안 긴장해서 몸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나 판단이 되지 않아서

숨이 막히는 기분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애를 끓고 있을 때 갑자기 제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보람이 목소리인데

엄마, 나야, 나 다치지 않았어. 지금 기차안이라고 멀쩡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참았던 울음이 나와서

울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지요. 그런 일 당했다면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적당한 정보를 섞어서 통화했을거라고

엄마 딸이 그렇게 멍청한 것 같냐고 농담하는 아이 말을 들으면서 과연 실제 그런 일을 당하면 그렇게 이성적으로 대처가 가능할까

과연?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더군요.

상황이 종료되었어도 그 남자의 목소리, 보람이라고 울면서 호소하던 그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네요. 트라우마라고 읽었던 그 단어가 실제 어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생생하게 마음속에서 되풀이 될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고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분명히 보람이의 목소리였는데 어떻게 그런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아니면 당황해서 보람이 목소리라고

착각을 했는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목소리때문에 정신이 없던 순간이 지나고 나니 개인정보가 이렇게 버젓이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무서움에 놀라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다 큰 아이의 문제로 전화가 와도 이 정도로 놀라서 허둥대는데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이런 전화가 온다면 그 때는

얼마나 놀랄까, 그래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생각은 거기까지 번지고 있네요.

하루가 통째로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날이라서 여러가지 구상을 했지만 (어제 밤 잡들기 전) 오늘 하루는 아무래도 생각대로 되기는

어려울 듯 하네요. 그래도 일단은 처음보다는 많이 진정이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아이 이름을 대면서 다쳤다고 하는 전화를 받으시는 분이 있다면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현명하게 대처하시길!!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무김치
    '12.3.3 7:51 AM

    세상에나 ! 제가 다 가슴이 쿵쾅거리네요.
    아니 어느 마음 나쁜 사람들이 저런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가짜였고, 빨리 아닌 것을 빨리 아셔서 다행이세요.

    개개인의 정보가 떠다니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는 것만 같아요.


    놀라셨던 기억 마음속에서 얼른 떠나보내시길 바랍니다.

  • intotheself
    '12.3.3 11:23 AM

    돌이켜서 그 상황을 복기해보니 조금 다르게 대처할 수도 있었겠다, 예를 들어

    지금 있는 곳이 어딘가, 아니면 다양한 질문으로 상대방을 허방에 빠뜨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잊으려고 해도 가끔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떠올라

    어제는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하루 자고 나니 마음이 많이 침착해지고 있습니다.

    함께 걱정해주셔서 감사, 감사

  • 2. 들꽃
    '12.3.3 11:53 AM

    인투님~
    많이 놀라셨죠?
    정말 정말 나쁜 사람들이네요.

    글을 읽으면서 제 가슴이 다 타들어갔어요.

    놀라신 마음 잘 다독이시고
    기억에서 지울 수 있으시길 바랄게요.

  • 3. artmania
    '12.3.4 10:33 PM

    얼마나 놀라셨어요? 보이스 피싱하는 사람들 정말 나쁜사람등리에요.
    저도 몇년전 당해봐서 인투님 마음 충분히 공감해요.
    며칠 아프기까지 했으니까요.
    얼른 털어내고 기분 회복하셔요.

  • 4. intotheself
    '12.3.5 8:50 AM

    들꽃님, artmania님

    함께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래도 마음이 많이 진정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artmania님

    이제 두 아이 다 중학생이 되어서 마음은 더 바빠도 시간은 여유가 생겼을 것 같네요.

    일산에서 한 번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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