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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어 그림을 보다

| 조회수 : 1,204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5-02-12 06:12:52
방각본 살인 사건을 보느라

그저께 늦게 잔 바람에 어제는 집에 오니

12시가 되기도 전에 졸립니다.

일년에 아주 드물게  아이들보다 먼저 자는 날이 있는데

어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지요.

그래서일까요?

일어나보니 아직 꼭두새벽이네요.

음악을 걸어놓고

체조를 하면서 몸을 완전히 깨도록 한다음

어제 읽은 책에서 (교보 문고에서 사 온 책중에 파리에서 14년째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 쓴  파리에 관한 책을 하나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는 파리가 좋아서 파리를 소재로 작품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그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어서

바로 그 자리를 소개하는 식으로 글을 썼더군요.

예를 들어 똑같이 노트르담을 그린 작품이라 해도 마티스와 피카소
앙리 루소가 담은 노트르담이

어디서 바라 본 노트르담인지를 파악하여 그 장소를 사진으로 올렸고

지도를 그려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게

혹은 가고 싶다면 그 책을 지도삼아 들고 다녀도 좋을 그런 책을 냈습니다.)

본 그림을 다시 보려고 검색하는 중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구스타브 까이으보트는 인상파 화가이기도 하지만

항상 이야기되는 것이 재산가인 아버지로부터 이른 나이에  상속을 받아서

어떤 화가보다 부유하게 살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모네나 다른 화가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그들의 작품을 많이 사서

소장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죽으면서 그림을 나라에 기증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일반에게 받아들여지기 전이라

수준낮은 그림들을 박물관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한 삼년동안 논란이 많았고

결국은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니

지금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인기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지요?










그는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렸지만 그림은 드가처럼 인상파의 일반적인

정의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빛의 순간적인 포착보다는 오히려 견고한 형식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의 자화상입니다.














그림의 제목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읽히는 것이 신기하네요.

단순히 글자로구나 하고 넘어가던 단계에서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단계로의 전환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하는데

그럴려면 함께 공부할 선생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고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방각본 살인 사건을 보고 나서

그동안 빌려놓고서는 선뜻 손을 못 대던  열하일기를 읽었습니다.

열하일기 번역본이 아니고  그린비에서 펴낸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의 첫 권인

고미숙씨가 쓴 열하일기이지요.

손을 못 댄 이유가 남의 책인데  평소대로 줄을 그으면서 자유롭게 볼 수 없으니

답답할 것 같아서

그냥 차라리 사서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한 가지 이유이고

그동안 터키에 간다고 그 쪽 책을 주로 읽었던 탓도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제 도서관에 가니 유독 시선이 그 쪽으로 가서

집에서 읽다가 들고 간 파리에 관한 책을 접고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열하일기와 만나게 된 사연을 소개하는 글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녀가 원래 국문학이 전공이 아닌데

대학 시절 우연히 신청했던 강의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길로 바꾸어 놓았다고 하네요.

그런 완전한 방향 전환은 쉽지도 않겠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길에서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하겠지요?

들뢰즈와 가타리에서 나름의 길을 찾은 그녀가 그들의 말을 빌려서

그런 변화를 클리아멘이란 말로 표현하더군요.





그녀가 대학원 시절에 만난 마르크스

그 다음에 만난 들뢰즈와 가타리

박사과정을 마치고 실업자가 되고 나서

스스로 만들어간 공간 수유너머

그 곳에서 만난 젊은 학자들과 해나가는 작업과정에서 단지 고전문학 전공이란 이유때문에

맞게 된 인물이 연암이었고 그 만남이 그녀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몰아놓었다고 하더군요.

제겐 그런 만남이 바로 미술과의 마주침이고

그것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확장해 나가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원래는 까이으보트의 그림만 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어제 책에서 본 그림들중의 여러 편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제가 알고 있던 까이으보트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네요.

그래서 그림을 자꾸 이 것 저 것 뒤적이며 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읽은 글에서 자세한 설명이 있었던 덕분에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아,저기는 바로 처음 그림에서 나온 모스크바 가의 건물이네

이 사람이 이 근처에서 살았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우리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남자의 뒤에 있는 의자에

눈길이 갑니다.

시간이 나면 아주 편하게 앉아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의자를 보러 가구점에 한 번 가고 싶은데

이상하게 그런 틈을 못 내고 있어서 더 그럴까요?





























그림을 보다 보니 벌써 음반 하나가 끝나는 시간입니다.

까이으보트의 그림을 한 번에 다 보는 일이 불가능해서

오늘은 여기서 일어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어제 무리하지 않고 (이 희수 교수의 지중해 기행기를 하나 구했는데

모로코에 관한 글을 읽다가 아니,이러면 곤란해 하면서

바로 잠을 잤거든요.) 잠을 잔 덕분에 신선한 새벽을 만나고 있는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나리자
    '05.2.12 1:28 PM

    그림 너무 좋네요. 전 모네를 좋아하는데 빛을 표현하는 점에서 비슷한거 같기도 하네요.
    이렇게 제약 없이 순간을 표현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빛을 여러가지 새깔로 표현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 2. 피글렛
    '05.2.12 8:23 PM

    까이으보트...생전 처음으로 이름을 들어보는 화가인데 그림들이 마음에 드네요.
    맨처음 그림, 파리 풍경이겠죠? 옜날 파리 풍경도 참 아름답네요.
    창밖을 내다보는 남자의 그림, 그리고 마룻장을 손질하는 남자들의 그림도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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