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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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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무늬만 부부’의 고통스런 일상 - 펌이 문제되면 펑 예정

남의일같지않아 조회수 : 3,586
작성일 : 2011-10-14 18:50:59
[낮은목소리] 각방 쓴 지 5년, 나 혼자 지옥에 삽니다 [한겨레]   무늬만 부부’의 고통스런 일상

부부는 일요일이면 함께 교회 에 나간다. 사람들은 늘 차분하고 조용한 부부를 바라보며 “부부싸움도 안 하게 생겼다”고 칭송하곤 한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각방 쓴 지도 벌써 5년,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정서적 이혼’ 상태지만 실제 이혼은 하지 않았다.

가정은 조용히 유지된다. 아내는 자녀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남편은 회사일에 몰두한다. 그러다 문득 아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생각한다. ‘창밖으로 뛰어내려버릴까?’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출근하던 남편도 생각한다. ‘이대로 차를 몰아 전봇대를 받아버릴까?’ 묵은 분노가 불발탄처럼 가슴 을 짓누른다.

깨진 부부관계로 힘겨워하면서도 어디에 하소연도 못한 채 혼자만의 지옥에 사는 ‘무늬만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래된 부부 사이에 나타나던 이런 현상은 최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 사이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곪아터져도 한국의 부부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조차 꺼린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연은 취재 내용과 각종 상담소에 접수된 사례를 조금씩 뒤섞었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조언도 곁들였다.

“애들 학원비 보내”
옆방의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속이 끓는다

#44살 아내의 이야기

띠띠띠띠띠─. 밤 10시, 현관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싸늘한 가을 공기가 비집고 들어왔다. 옅은 술냄새도 실려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초등학생 딸아이 와 텔레비전을 보던 나는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지금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남편이다.

마침 텔레비전에서 우스운 장면이 나왔다. 조금 과장되게 웃으면서 딸아이를 껴안았다. 내 품에 안긴 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응….” 희미하게 대답을 하며 남편은 거실을 지나 안쪽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탁, 문이 닫히자 비로소 내 몸도 긴장을 푼다. “너도 인제 들어가서 자.” 딸아이를 들여보내고 거실 불을 끈 뒤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방안에는 1인용 침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사방이 고요하다. 누우려다가 무심코 달력을 봤다. 내일이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아이의 학원비를 내는 날이다. 전업주부인 나는 대기업 부장님인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 쓴다. 날짜가 이렇게 되도록 남편은 학원비를 챙겨 주지 않았다. 가족은 뒷전이니 또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 이런 것 하나 못 챙기면서 맨날 술이나 먹고 다니다니, 저런 사람도 아빠 자격이 있나, 화가 난다.

학원비를 달라고 말해야 하지만 남편 방까지 가서 그와 얼굴을 맞댈 생각은 없다. “애들 학원비 보내.” 짧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속이 끓는다. 휴대전화 문자 목록을 들여다봤다. 광고 문자뿐이다. 갑자기 콧날이 시큰하다. 밤중에 주책이다. 컴퓨터를 켜고 고스톱 게임에 접속했다.

우린 ‘유령부부’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남편과 본격적으로 각방을 쓴 지 5년째다. 5년 전 처음 이 방에서 홀로 잠들던 밤, 많이 울었다. 이제는 눈물도 나지 않는다. 나는 남편을 포기했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 자리를 지킬 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대의 우리는 연애결혼을 했다. 대기업의 말단 사원이었던 남편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였다. 나는 정장이 잘 어울리는 그가 좋았다. 나도 결혼 전에는 회사를 다녔지만 아이를 갖고는 그만뒀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입덧이 심했다. 홀로 남편을 기다리며 종종 전화를 했다. “퇴근할 때 귤 좀 사오면 안 돼?” 취한 남편은 자정이 넘어 빈손으로 들어왔다. 늘 바빴고 늘 변명을 했다. 임신을 하며 자연스레 줄어든 성관계는 출산 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맨날 늦게 오고 아이는 나 혼자 키우라는 말이야?”, “주말에라도 집안일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도대체 가족들한테 관심이 있기나 한 거야?”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제발 돌아봐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엄청나게 화를 냈다. 소리를 지르다 흐느껴 울고 있는 나를 내버려두고 남편은 말없이 나가버리곤 했다.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쌓여갔다.

육아에 매여 고립된 나와 달리 남편은 직장에서 승승장구했다. 동기 중에 가장 먼저 과장이 됐고 금세 부장이 됐다. 일주일에 3~4일을 술에 취해 귀가했고 주말이면 누군가와 골프를 치러, 낚시 를 하러 갔다. 남편이 아들·딸에게 무뚝뚝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은 늘 뒷전이었다.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 줄 연애할 때는 꿈에도 몰랐다.

어느 순간, 대답도 없는 남편을 향해 혼자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 자신이 불쌍해졌다. “각방 쓰자.” 이 말에도 남편은 별 대꾸를 안 했다. 이후에도 남편 직장의 부부동반 모임 이나 양가의 행사, 교회 등을 함께 간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볼 때면 가증스러워 죽이고 싶은 증오가 치민다. 이미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에 우리 부부는 너무 늦었다. 계속 지옥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울증으로 자살충동까지 겪고
결혼 15년만에 상담소를 찾아
10번 상담 끝에 합방

#46살 남편의 이야기

어깨가 뻐근하다. 오늘 하루 의자에서 몇 번이나 일어났는지 세어본다. 화장실 갈 때 두 번, 점심 먹으러 갈 때 한 번, 담배 피우러 나갈 때 두 번 일어났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1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충혈된 눈을 감았다 뜬 뒤 시계를 보며 사무실을 떠났다.

오늘은 입사 동기 모임이다. 회사 근처 고깃집에 가니 어느새 배가 나온 동기들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자욱한 연기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자리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번 인사 이동 이야기부터 주식, 아파트 시세, 자식 이야기 순으로 건조한 대화가 오고가더니 자리가 끝났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지폐를 쥐여주고 지하주차장을 휘청휘청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걸음이 멈칫한다. 집 근처에 사는 후배라도 불러 한잔 더 하고 들어갈까. 집에 들어갈 때면 공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어 방황하곤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싸늘한 아내의 얼굴을 봐야 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앉아 있는 거실을 이방인처럼 숨죽여 지나가야 한다.

일부러 문소리를 크게 내며 들어갔지만 거실에 있는 아내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즐거운 듯 딸아이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웃고 있다. 방에 있는 중학생 아들은 아빠가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는다. 매일 겪는 일인데도 늘 부끄럽고 초라하다. 쯔쯔, 못난 남자, 누군가 조롱을 하는 듯하다.

방에 들어와도 바깥에 있는 아내의 기척에 신경이 곤두선다. 자리에 눕는데 문자가 왔다. “애들 학원비 보내.” 옆방의 아내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나를 도대체 뭘로 보고… 가슴속에 분노가 일렁인다.

나보다 두 살 어린 아내는 원래 애교가 많은 귀여운 여자였다. 하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겪으며 나날이 짜증이 늘어갔다. 힘들게 회사에서 일하고 왔는데도 집에 오면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나를 존경하는 듯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내 일거수일투족이 불만인 듯했다. 처음에는 화도 내보고 달래도 봤지만 곧 지쳤다. 화내는 아내가 두려워졌다. 나만 참으면 되지… 화내는 아내를 피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잘나가는 남자였다. 하지만 집구석에만 들어오면 나는 못난 남자가 됐다. 결혼이, 가족이 내 발목을 잡는 듯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다주고 번듯한 대기업 부장이 되어 체면을 살려줘도 고마운 기색이 없다. 이혼을 해버릴까 생각할 때면 두 아이 생각이 났다. 이혼남이라는 이름도 부담스럽다. 부모님을 생각해도 그렇다.

아내와 나는 잘 지낸다. 각방을 쓰지만 아내 품이 별로 그립지도 않다. 그렇다고 특별히 외도를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제법 사이좋은 부부 행세도 한다. 나는 조만간 회사에서 임원급으로 승진을 할 것이다. 아이들은 성공한 아빠를 내심 자랑스러워할 터다.

하지만 불쑥불쑥 올라오는 분노, 외로움, 무력감, 좌절감은 어쩌지 못한다. 가을이 와서 그런지 요즘에는 자꾸만 기분이 울적해진다. 나는 왜 사나, 이런 생각에 빠질 때면 방에서 혼자라도 술을 마시고 잔다. 이혼을 하면 행복할까, 아내는 행복할까, 더 늙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산다.

이 부부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각자의 지옥에 살던 부부는 급기야 우울증으로 자살충동까지 경험했다. 상처가 곪을 대로 곪은 뒤에야 부부는 용기를 내 한 부부상담 클리닉을 찾았다. 결혼 15년 만의 일이었다. 1주일에 한 번씩, 10번의 상담 끝에 다시 합방을 했다. 서로 마음을 몰라줘 미안하다고 했다. 두 달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등록 : 20111014 08:20

IP : 122.32.xxx.9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0.14 7:56 PM (14.55.xxx.168)

    오늘 한겨레 기사지요? 링크로 걸어주셔요

  • 2. ㅇㅇ
    '11.10.14 7:58 PM (122.32.xxx.93)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00742.html

  • 3. 000
    '11.10.15 3:22 PM (118.216.xxx.225)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40대 이후 서먹서먹한 부부사이...남일 같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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