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동서 얘기 하나...

트집일까 조회수 : 4,298
작성일 : 2011-10-11 21:59:15

제게는 동서가 한 명 있습니다.

제 친동생과 동갑이라,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 와서 아이 낳고 고생하는 것 같아 정말로 동생처럼 대했어요.

제 동생은 친정 집에서 룰루랄라 놀면서 보내는데, 동서는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정말로 짠했거든요.

 

요리며 설거지며 과일 깎는 것 하나도 제가 시켜본 적 없어요.

전 일하고 동서는 전업이지만.... 제사 지낼 때나 명절 때나 당일에 와도 싫은 내색 하나 안 했어요.

 

아무튼 시어머니가 시샘할 정도로 매우 사이 좋은 동서지간이었는데요..

제 친동생이 결혼하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 동서를 친동생처럼 대하고, 정말로 뭐 하나 시키거나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제부에게 별 불만을 다 품는 겁니다 ;;

그냥 다 못마땅하고, 자기랑은 안 맞고, 자기 동생이었으면 패줬을 거래요.

 

툭 하면 제부 욕이니, 열받아서 저도 동서 흠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제사 때에도 설거지 하나 하지 않고, 상에 음식 하나 나르지 않는다고.

김장 담글 때에도 김장 다 담그면 와서 보쌈 먹고 김장 싸가는 것 못 봤냐고.

제사, 차례 준비할 때도 전 한 번 부치는 거 봤냐고.

 

평소에는 나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제부 욕을 하는 바람에 욱 해서 흠을 찾다 보니....

정말로 흠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이란 게 그런가 봐요.

 

아무튼.. 그러다 문득, 중고 용품들을 파는 카페에서 동서의 글들을 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동서네 아이들이 나이가 가까워서,

아기 때부터 아기 용품들은 물론 옷, 신발, 장난감까지 전부 그냥 주고 있거든요.

제 친구들은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깝지가 않았어요.

어차피 저는 안 쓰는 물건, 갖고 있어 무얼 하냐 싶었고...

친구 아이들에게 줄 수도 있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동서네 줘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주고 싶었거든요.

(헌 것만 주지 않습니다. 헌 것들 줄 때 꼭 새 것 하나씩 사서 같이 줬어요.

기분 상할까 싶어, 헌 것들 물려주는 거 기분 나쁘진 않은지 매번 확인하고 주고요..)

 

제가 준 것들을.. 고스란히 팔고 있더군요.

보행기며, 바운서며, 신발이며, 모자며, 장난감이며... 몽땅요.

그 글들을 본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 버렸어요.

 

사실은 친정 조카도 동서네 아이들과 같은 나이거든요.

친정 조카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동서네가 더 형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동서네에 고스란히 주고 있는데......

오버스럽겠지만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어차피 제 손을 떠난 거... 어떻게 처분하든 동서 마음이다...

쿨 하게 마음 먹으려고 했는데,

겨울 용품 정리하면서... 솔직히 주기가 아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희도 형편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양가에서 첫째..라서 얻어 입힐 곳이 없어서 사입히고 사쓰는 거고요.

또 친정 쪽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선물을 많이 줘서, 고가의 옷과 제품들도 좀 있습니다.

(버x리나 폴x 같은... 그런 것들은 조카들에게 입히지도 않고 바로 팔더군요.)

 

제가 기분 나빠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안 좋기는 합니다.

 

동서는 어디까지나 동서.

딱 그렇게 선을 그어야 하나 봐요.

IP : 219.251.xxx.13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ㄹㄹㄹ
    '11.10.11 10:05 PM (115.143.xxx.59)

    당연하죠..저도 동서한테 겉으론 잘해주지만..속으로 벼르는 중이랍니다.
    큰엄마가 조카들한테 잘해줘봤자..그애들이 커서 알아주지도않을텐데..잘해주지 마세요.

  • 2. 세상에나
    '11.10.11 10:07 PM (222.107.xxx.215)

    제법 괘씸하네요.
    앞으로는 친정 동생 챙겨주시고
    동서한테는 주지 마세요.
    기껏 생각해서 물려준 옷들이며 물건들을
    그런 식으로 처분하다니...

  • 3. ..
    '11.10.11 10:10 PM (175.124.xxx.46)

    형편이 어렵다니
    본인이 쓰고 싶지만
    팔아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만들려고
    그 돈으로 아이 먹거리나 그런 더 요긴한 데 쓰려고
    그러는게 아닐까요?

  • 4. ..
    '11.10.11 10:12 PM (112.184.xxx.111)

    한쪽이 맘써주고 배려해 주면 상대가 받아주고 알아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맞더라구요.
    저도 동서한테 신경써 준걸 그 반대로 받아 행동하는거 보구 정말 정내미 떨어져서 선 긋고 더 이상은 안하게 되더라구요.
    원글님 속상하시겠어요.
    동서가 복을 찼네요.

  • 5. 저는
    '11.10.11 10:14 PM (180.64.xxx.42)

    조카 초등 입학한다고 삼국유사사기 한 질을 선물했는데(올케랑 같이 가서 구입한 거였어요)
    얼마 지나 집에 가보니 그 책에 돈을 더 얹어 교원책을 샀더라구요.
    조카가 얘기해 줘서 알았는데 님 말씀처럼 내 손에서 떠난 일 신경쓰지 말자 생각했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하더라구요.
    그 뒤로는 조카 책 선물 바로 끊었어요.
    해줘도 고마운줄 모르고 아무리 자기 거라지만 맘대로 처분하는 것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554 본인 생각이 모두 맞고, 옳다는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면 될까요?.. 7 이런 사람 2011/10/14 3,316
26553 별 말에 다 상처받는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36 ... 2011/10/14 11,041
26552 친구가 여행가는 제게 자기남친 옷을 사다달래요... 10 긍정에너지 2011/10/14 4,589
26551 공구한 유기 말이예요.... ㅠㅠ 17 그긔 2011/10/14 5,108
26550 요즘엔 할로윈도 챙기나봐요? 1 ㅇㅇ 2011/10/14 2,324
26549 아내가 임신 5주래요 83 세우실 2011/10/14 10,157
26548 공구한 그릇이 잘못왔네요. 1 ... 2011/10/14 3,110
26547 나경원 ‘디지털 특공대’ 투입… 맹추격 23 참맛 2011/10/14 4,400
26546 이사땜에 어린이집 그만두는데 선생님 선물 뭐 좋을까요? 6 뭐가 좋을까.. 2011/10/14 3,420
26545 누울 자리 보고 발뻗는 것 같아요 2 평온 2011/10/14 3,151
26544 청양고추는 삭히나요 장아찌하나요 7 청양고추 2011/10/14 3,179
26543 인터넷에서 중간고사 문제 받아볼수있나요? 4 10월엔 2011/10/14 2,428
26542 우리가 무슨 잘싸우고 말 잘하는 사람 뽑는것도 아니고 ;; 6 냐옹 2011/10/14 2,779
26541 박원순 공식홈 주소입니다 일정도 참고해주시고요 마니또 2011/10/14 2,239
26540 오늘 왕따 당한 아이의 엄마노릇 했어요 43 해결사 2011/10/14 11,296
26539 저 F1티켓 구했어요. ㅎㅎ 보러갑니다. 5 2011/10/14 2,560
26538 '나꼼수' 김어준, MBC라디오 DJ 퇴출 4 어이쿠 2011/10/14 3,115
26537 "술자리 여자 최종심사는 대통령 경호실장' 0순위'는 연예계 지.. 2 ㅎㅎ 2011/10/14 3,409
26536 팔이 부러지면 계속 아픈거죠? 실금이라두요? 8 ... 2011/10/14 5,040
26535 30대후반의 건축기술사자격증은 어느정도 위상(?)인가요? 5 포카라로 2011/10/14 5,899
26534 수지에서 양재역까지 버스,지하철 어떤게 나을까요? 2 편한길 2011/10/14 2,735
26533 강용석이 진정한 사기꾼인 이유가 32 의문점 2011/10/14 5,062
26532 친척호칭 &결혼관련.. 9 .. 2011/10/14 2,974
26531 아이허브 제추천 코드로 남편이 가입해서 주문할때 카드는 제껏 써.. 4 -- 2011/10/14 5,079
26530 뿌리깊은나무~ 2 ^^ 2011/10/14 2,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