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으로 엄마가 특수병동에 입원했을때, 옆 침상의 병간인은 60대 초반의 조선족이었어요. 환자는 의식없이 누워만 있는 할머니였어요. 아침이면 병간인이 할머니환자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빗기고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고, 잘 챙겨주더라고요. 조선족 병간인은 이 일이 너무 좋대요. 벌이도 넉넉해서 손녀가 경희대 다니는데, 등록금과 월세를 보태줄 수 있다고요. 이 나이에 어디가서 이만큼 벌수 있겠냐고요. 손녀 자랑도 많이 하고. 진짜 행복해보였어요.
동네에는 폐지줍는 분들이 많아요. 보통은 나이많은 분들이신데, 젊은 남자가 하나 있어요. 다른 사람 2-3배의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부지런히 일해요. 어느날은 부인이, 어느날은 초등 중등인 딸아들까지 리어카를 밀고 끄는데 얼굴에 그늘이 없어요. 그들도 조선족. 남자는 다른 일도 하고 폐지도 줍는거 같았는데요. 남편이 일 나가면 부인이 폐지를 줍는거죠. 애들도 같이. 가족들끼리 일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이 에너지가 넘쳐요. 우리나라 애들이라면 리어카 끄는 엄마아빠 도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죠.
행복은 뭘까요? 내가 더 나아질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죠. 나는 고생해도 내 아이와 또 그 아이들은 이런 고생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요. 우리는 그걸 많이 잃어버린거 같습니다. 지금 충분히 넉넉한데도 죽어라 일하지 않으면 밀려날 것이고, 아이들은 내가 누린 것 조차 누릴 수 없다는...박탈감이 만연한 세상이예요. 네.. 그냥.. 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