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이가 올해 81살에 곧 접어듭니다
네시간 거리에 혼자 사세요
좋아해주시는 아저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요즘은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도 하십니다
똑똑하시고 예쁘세요 아직도
엄마 돌아가시면 나는 엄마가 보고 싶을까?
당연히 보고 싶어야 하는데 저는 하나도 안 보고 싶어요
괴롭히는 부모만 안 보고 싶은게 아니라 기대하지 않는 부모도 보고 싶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저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인간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
서운할 일도 없고 화날 일도 없고 인간이 그렇지 뭐
가끔 좋은 사람을 만나도 너도 인간 나도 인간 서로 기대하지 않는다
남편이랑 싸울 일도 없고 그렇다고 막 살가울 것도 없고
남편이 원하는 게 있으면 해!
하고 싶으면 해야지 그게 그렇게 하고 싶었어?
이해심 많은 사람 같지만 기대가 없으니 니 맘데로 하세요..인 셈
그러니 나도 엄마랑 닮은 꼴인 셈
그래서 엄마랑도 정이 없어요
그러니 돌아가셔도 아쉬울 것도 그리울 것도 없는 셈
이제는 연세가 있으시니 돌봐드려야 하고 자주 들여다보고 전화도 자주 해야하는데
일년에 두번 설 추석때 언제 오니 정도만 전화 하시는 엄마
나 힘들 때 그건 니 인생이니 니가 알아서 하렴
나의 고민에 관심없던 엄마
이제와서 늙었다고 관심 바라는 엄마가 서운해서 마음 정리가 잘 안 됩니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구석에 있어요
우린 일상의 대화가 없답니다
가족 데리고 네시간 거리를 와도 치닥거리 귀찮아 하시는 엄마
집 어지러지는 거 싫어하시고 찬도 내가 다 챙기는데도 그래도 시끄러워서 싫으신 듯
물론 말씀으론 아니라고 하십니다
늦둥이가 10살인데 편식이 심해요
그래도 내가 많이 고쳐놓은 셈
그런 사실을 엄마는 ㄴ모릅니다 일상의 대화가 없으니
아이가 나 가지 안 먹어 라고 하니까
나보고 엄마 자격 없다고..
나의 어려움에 알지 못하니 애쓰는 것도 모르고 우린 남과 다를 게 없는 사이
설에 가기 싫어요
잠깐 들여다 보는건 괜찮은데 자고 밥 먹는게 불편해요
엄마가 불편해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마음이 불편..
남편은 깔끔한 사람이고 혼자 사시다 보니 오래 있으면 힘들어하신다고 내가 이해하라고
알겠는데 일년에 두 번 오는 딸도 귀찮구나
날 사랑하지 않나보다..서운..
설거지 식사 찬 모두 제가 알아서 하고 손 안가게 하는데도 불편해 하시니
말씀은 아니라고 하심..
나는 아직도 누구에게 부탁하는게 어려운 혼자 큰 아이
서운하다는 말도 못 함
뭘 그런걸 서운해 하냐고 하면 더 서운할 테니까
내 마음 받아주신 적 없으시니까
엄마 나이가 많아지니까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자식은 저 뿐이에요
동생은 외국..그것도 먼 독일이라 십년에 한 번 온답니다

